나츠메우인장 AU + 한국의 저세상 친구들 = 쿠로츠키 기반 츳키른 판타지 호러 치유물(...) 보고 싶다.





1.시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 곳은 인과율이 지배하는 세상. 하지만 아가 기억하렴. 같은 곳에 서있지만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과는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연이 이어진단다. 눈을 맞추려 애쓰는 자가 있다면 조심해야한다.


아키테루는 박수무당이었다. 어렸던 츠키시마 케이는 무당이 하는지, 사람들이 다정하고 멋진 저의 형을 손가락질 하는지 없었다. 다만 언제나 형의 근처에 희미하게 맴도는 무언가를 느낄 때면 그저 조금 남들과는 같지 않구나. 느낄 뿐이었다.


선혈을 토하며 스러지던 형은 마지막까지도 저를 걱정했다. 감지 못한 눈에서 쏟아지듯 흐르는 눈물이 계속 해서 말해주었다. 미안해, 미안하다. 하지만 츠키시마는 아키테루의 장례에서도, 화장을 하는 순간에도 눈물 한 방울 쏟지 않았다.


모두들 형이 떠났다고 했지만 믿을 없기 때문이었다. 저기에, 있는데요. 사람들은 케이가 가르키는 곳에 있는 사진을 보며 아직 어린 아이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인 더욱 설피 울었지만 츠키시마는 갸웃했다.


사진 병풍 앞엔 아키테루가 저를 보며 아직도 눈물 흘리며 미안하다 흐느끼고 있었다. 다만 흐르는 눈물의 색이 검고 붉었다. 온통 검은 것으로 둘러쌓인 것과 오색 비단에 감싸인 형을 닮은 여인네 하나가 아키테루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주고 보듬어 데려가기 케이의 앞에 앉아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눈을 맞추려는 것들을 조심하렴 아가야. 시선이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인연이 연결된단다. 인연은 인과율의 시작. 연이란 본디 이어지면 끊기 어려운 질긴 것이란다.


어린 츠키시마에게는 알쏭달쏭하기만한 말만 남겨둔 채 검은 것과 여인은 형을 데리고 병풍 뒤로 사라졌다. 츠키시마는 그저 계속해서 눈물 흘리는 아키테루가 저 상냥한 여인을 따라 간 곳에선 부디 웃기를 바랐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함께 보내는 . 츠키시마는 아키테루의 부채 하나를 몰래 소매 속에 감추었다. 매사에 츠키시마에게 유하던 형이 유일하게 엄했던 것은 자신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것이었다. 방울이나 부채, 거울 같은 것들에 특히.


간혹 부름에 이끌리듯 그것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면 벼락같은 호통을 치던 형이었다. 이제 호통을 형도 없고 모두가 제게서 형의 모든 것을 빼앗아 심산으로 보여 하나 정도는 형을 두고 기억할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다. 없는 수묵화가 그려진 

부채는 언제나 아키테루가 몸에 지니고 다니던 것이었다.


어리던 츠키시마가 조금 자랐다. 츠키시마는 그제야 여인이 일러준 시선의 의미와 아키테루가 끊임없이 전했던 사과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피를 이어받은 케이 역시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운명이었다. 아키테루는 그것을 막고자 했고 운명을 거스르려다 츠키시마를 대신해 목숨을 잃었다. 바보 같은 형아. 상관 없는데. 물론 보이지 않아야 것들이 보이는 것은 불편하고 위험한 것은 맞았다.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아 시선을 마주한 다음에는 늦었다. 몸을 빼앗길 하고 이용당할 뻔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츠키시마가 몰래 빼돌린 형의 부채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어지간한 것들은 부채로 날을 세워 내려치면 힘을 잃고 도망가곤 했으니.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평범한 부채로 보이건만 십년이 가깝도록 종이 끝자락 하나 헤지지 않는 것은 아마 부채도 평범한 물건은 아닐 테지. 츠키시마는 어쩌면 가는 길까지 저를 걱정하던 형의 마음이 여기에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  


소풍은 박물관이라고 했다. 츠키시마가 싫어하는 하나였다. 오래된 물건에는 영이 깃든다. 영이 깃든 것들을 모아 놓은 곳은 영들의 소리가 온통 시끄러웠다. 간혹 나쁜 잡귀의 눈에라도 띈다면 오래도록 골치가 아팠다.


이번에는 입구에서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제법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는 박물관은 왠지 느낌이 기묘하여 츠키시마가 근처에도 가지 않던 곳이었다. 진짜 싫은데... 하지만 어떻게해도 빠질 명분이 서지 않았다. 친가쪽의 친척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맡겠다고 자처해준 다정한 스가와라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조심만 하면 없지 않을까. 츠키시마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자신에게 휘감기려는 붉은 실에 츠키시마는 골머리를 앓아야했다.


처음 겪는 일인지라 어떻게 해야할 줄 모르고 그저 달라붙는 걸 떼어내기에 급급했다. 귀신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자꾸 엉겨붙으려는 것이 귀찮아 힘을 주어 끊어내자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어째 그 다음 조금은 조용한가 싶더니 붉은 실이 끊어지자마자 온갖 잡다한 것들이 들러붙는 것의 연속이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밖으로 도망쳐 나와 조용한 곳을 찾던 중 아까 전 끊어버린 붉은 실이 따라오라는 듯 츠키시마를 이끌었다.


억지로 악귀를 봉인해둔 종이가 낡아져 어느 정도는 힘을 있게 것인지 악귀의 잘린 팔이 츠키시마를 잡아 그의 요력으로 아예 풀려나려 하는 것이었다. 살기까지 느껴지는 원망과 욕망에 츠키시마는 어쩔 없이 붉은 실의 끝을 잡았다.


붉은 실이 츠키시마의 손목에 휘감기더니 어딘가로 이끌었다. 거의 끌려가듯 굴러가듯이 뛰어가다 닫혀 있는 철문에 자신을 끌어당기는 붉은 실을 떼어내려 했지만 실은 아까처럼 끊어지지도 않고 자꾸만 당기는 힘이 세져만 갔다. 이러다간 악귀에 들려 죽기전에 문에 부딪혀서 뇌출혈로 죽겠다. 역시 이상한 믿는 아니었는데. 빠른 속도로 문에 가까워질 찰나 굳게 잠겨 있을 같던 문이 열리며 츠키시마가 안으로 나동그라졌다. 악귀의 잘린 팔이 따라 들어오려하자 문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닫혔다.


문을 통과하여 들어오려던 팔은 창고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마자 공간에 튕겨져 나가듯 밝은 빛에 흩어져 사라졌다. 여러가지 의미로 죽을 뻔한 츠키시마가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 널부러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악귀의 팔이 완전히 사라지지 겨우 호흡을 다듬었다. 그리고 한숨 돌릴 찰나 뒤에서 덜그럭 거리며 상자가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 숨을 멈추었다. 환풍구로 들어오는 작은 빛줄기만이 들어오는 . 츠키시마는 천천히 기척을 죽이며 빛이 닿지 않아 어둠이 깔린 구석 어딘가에서 튀어나올 무언가를 경계하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관처럼 생긴 상자가 들썩이고 있었다. 그리고 닫힌 상자의 뚜껑아래로 박물관에 도착한 뒤로 계속 자신에게 들러붙었고, 곳으로 이끌었던 붉은 실이 비죽 튀어 나와있었다.


짤랑. 츠키시마의 시선이 상자에 닿자 들썩임이 멈추었다. 귓전에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츠키시마는 홀린 상자에서 뻗어나온 끄트머리를 잡았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 끝도 없이 뽑히던 실이 모이더니 점차 사람의 형체로 변해갔다. 아씨 이건 뭐야. 괜한 건드린 아니겠지. 형의 부채만을 쥐며 츠키시마가 슬금슬금 도망치려는데 순식간의 인간의 모습을 무사의 영혼이 와락 츠키시마를 껴안았다. 


"히카루!"


사람 잘못봤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벗어 나야하는데. 자신을 안고 한참을 부비적거리던 무사는 츠키시마의 얼굴이며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말을 꺼낼 틈도 주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마른 거야. 키는 컸네? 얼굴에 뭐고?"


피죽도 얻어 먹고 다니는 거냐며 무사의 손이 속으로 들어가자 오싹한 기운이 몸에 퍼졌다.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는 부채로 무사의 정수리를 세게 매려치자 무사가 으악, 소리 지르며 주저 앉았다. 때다 싶은 츠키시마가 도망가려했지만 어느틈엔가 손목에 묶여있는 붉은 때문에 멀리 가지도 못한 다시 무사에게 허리가 붙들렸다. 


"히카루우..." 

"사람 잘못 보셨는데요!" 

". 거짓말." 

"츠키시마 케이입니다." 

"츠키시마 히카루가 아니라? 그럼 실은 ..." 


무사가 허공에 둥둥 채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아래에 손을 괴고 츠키시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츠키시마는 다시 손목에 감긴 리본을 끊어 풀었다. 끊어지는 붉은 실에 무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곤 츠키시마의 턱을 잡아 눈을 맞추었다. 흑요석 같은 온통 검은 무사의 눈동자에 당황한 츠키시마의 얼굴이 눈부처로 떠올랐다. 한참 츠키시마의 속에서 무언가를 찾던 무사는 맥이 풀린 떨어져 한숨을 쉬었다. 


"후손이네." 

"다른 사람이라니까..." 

" 많이 섞이긴 했지만."


섞이다니? 뭐가? 츠키시마가 들어도 모를 말만 중얼거리던 무사는 다시 불쑥 츠키시마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 붉은 실은 조상과 연결되어 있던 거야." 

"?" 

" 조상의 넋조각이 네게 많이 섞여서 실이 너한테 반응한 거고."


윤회할 알았는데 그조차도 못하게 아주 조각내버린 모양이지. 지독한 것들. 무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없는 말을 하던 무사는 다시 츠키시마를 흘끗 바라보았다. 


"여기에 갇혀 있는 것도 질리던 참이었는데. 빌려볼까."


제게 손을 뻗는 무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도망을 가거나 부채로 다시 후려치려했지만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잡귀나 사령과는 기백이 달랐다. 몸을 뺏기는 건가. 츠키시마의 앞까지 무사의 손이 다가왔다. 츠키시마가 쥐고 있던 부채에서 빛이 났다. 부채에서 뿜어지는 빛에 무사의 손이 움찔 뒤로 물러났다. 츠키시마가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앞에서 저를 지키듯 팔을 벌리고 서있는 거의 투명에 가까운 형의 뒷모습이 보였다. 


"...?" 

"오야오야?"


무사가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어째 부채 주제에 제법 아프다 했지." 

"..." 

"과연 히카루의 후손답네. 그런데, 사라져 가는 사령 주제에 나랑 해보겠다고?" 

"무슨 소리에요?" 

"거의 투명하잖아.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미 진즉에 성불해서 사라져야할 영이 미련만으로 붙어 있었던 거지. 수호령이 것도 아니고 그저 사념이 모여 만들진 덩어리일 뿐이야. 동생을 지키겠다는 갸륵한 마음씨 하나로 말이야. 원래는 조차도 망자가 해서는 되는 일지만 조상이 워낙 덕을 많이 쌓아 놨어야 말이지. 형님도 적잖이 덕이 많은 모양이라 눈감아 모양인데. 저대로라면 혼도 저승에 가지 못하고 사지를 헤매고 있겠지. 사념과 영이 모두 네게 붙어 있으면 분명 좋은 영향이 있을 테니 반쪽만 부채에 담겨져 있던 모양인데. 보아하니 쓸만큼 힘을 써서 거의 소멸하기 직전인 같은데. 옛날보다 커가면서 부채로 쫓을 있는 귀들이 적어지는 같지 않던? 무사의 이죽거림에 아키테루가 움찔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았다. 평생 헤지지 않을 같던 부채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종이 끝이 헤지는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게 형의 영혼이 소멸중이라서 그런 거였다고.... 츠키시마는 아득해졌다. 


"여기서 힘을 써버리면 아주 영혼이 사라질 같은데. 그래도 괜찮겠어? 박수무당 나으리."

"사라지다니..." 

"몰랐구나? 애초에 여기 있어선 망자가 힘을 써서 지켜준 거에 아무런 댓가도 없을 알았어? 저대로 사라지면 윤회도 못하고 그냥 소멸하는 거야. 이제 치는 다음 생에서라도 없게 되는 거라고. . 이렇게까지 데에는 탓이 아주 없다고는 못하겠지." 

"?" 

". 의지가 아예 없던 . 그럼 영들이 괜히 네게만 많이 꼬였겠어? 요력도 많은 이승에 미련이 없으니 당연히 잡다한 많이 꼬이지." 

"..."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으면 힘으로도 충분히 물리칠 있던 것들이 있었을 . 그런 것조차 부채의 힘을 빌려서 퇴치하니 지경으로 힘이 약해진 거지. 정도로는 손가락 하나 막지 못할 . 지금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미 무리일 테니까 말이야." 

"..." 

"어떻게 할래. 지금이라도 성불 시키고 좋은 데로 보내 줄래. 여기서 막지도 못할 상대 시키다 소멸시킬래." 

"지금이라도 형이 성불하면... 좋은 데로 있는 맞아요?"


아키테루가 츠키시마를 향해 돌아보곤 고개를 저었다. 열심히 입을 벙긋거리곤 있지만 음성은 츠키시마의 귀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키테루의 눈에서 다시 검붉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는 츠키시마의 가슴에도 생채기가 나듯 아파왔다.


"나는 너희 조상이 모시던 무신이야. 네가 조금 협력한다면 형이 받아야할 죗값도 치르지 않고 좋은 데로 보내줄 수도 있겠지." 

"..." 

"무당나리. 세상에서 지켜보기라도 하는 나을까. 아주 동생을 지켜보지도 못하게 해줄까.”


아키테루의 얼굴에 눈물길이 세갈래로 내려 흘렀다. 


"네가 어줍잖게 운명길을 바꾸려고 했던 시도 때문에 동생이 요력이 세졌다는 모르지는 않을 텐데."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말아요.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협력할테니까."

"똑똑하네." 


무사가 붉은 실을 조금 끊어 아키테루와 츠키시마의 사이로 불어보냈다. 아키테루의 투명하던 몸에 양감이 돌아왔다. 


"케이." 


소중하게 츠키시마의 머리며 얼굴을 쓰다듬는 아키테루의 얼굴에 가득 흐르는 눈물을 츠키시마가 닦아주었다.


"형아. 걱정은 그만하고 이제..." 

"미안해... 케이, 미안해... 형이..." 

"형아가 얼마나 나를 위해줬는지 알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쉬어." 

"케이..." 

"이제 그만 애써.”


츠키시마는 아무리 닦아도 그치지 않는 아키테루의 눈물을 닦아주다 결국 포기한 그를 끌어 안았다. 고마워. 지금까지 혼자 두지 않아줘서. 지켜줘서 고마워. 츠키시마의 속삭임에 흐느끼던 아키테루가 다시금 투명해지며 빛났다. 츠키시마는 아키테루의 장례식장에서도 방울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울음을 토하듯 흐느끼는 츠키시마의 머리를 무사가 쓰다듬어주었다. 이제 정말 형과의 이별이었다. 한참을 울고 츠키시마가 웅크리고 있던 고개를 들고 무사를 쳐다보았다. 하도 울어서 히끅히끅 가슴팍을 들썩이는 빨갛고 얼굴이 마냥 어린 아이의 것과 같아 무사가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웃었다. 신들의 짓궂은 장난에 도망쳐 사당 구석에서 울던 히카루의 얼굴도 이렇게 귀여웠는데. 


"그래서 하면 되죠. 몸을 내드리면 되나요." 

". 귀여워." 

"?" 

"아냐. 혼잣말."

"그래서 뭐요. 이용한다고 했잖아요. 형은 제대로 돌려보내준 맞죠? 그럼 맘대로 해요. 이제.”

"진짜 귀엽네..." 

"뭐요?" 

"아냐아냐. 나는 그냥 조각나서 봉인된 힘만 되찾으면 되니까." 

"? 그럼 지금 완전한 신도 아닌데 우리 앞에서 그렇게 허세부리고..." 

", 아무리 내가 지금 힘이 없어도 아까 그런 사령 하나 없애는 일도 아니거든?" 

", 예에. 그러세요. 조각나서 완전하지도 않으신 무신님. 진짜 무신이 맞긴 합니까? 잡신 아니고요?”



고개를 비딱하게 튼 무사가 상자 위로 손바닥을 대고 끌어올리자 검의 형체가 따라 올라왔다. 그 칼을 쥐는 것까지 츠키시마가 시야에 담고 눈을 깜빡였다 뜨자 언제 뽑았는지도 모를 칼이 날을 번쩍이며 츠키시마의 목 아래에 겨눠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코 앞으로 다가와 츠키시마를 구석으로 몰아세운 무사가 나른하게 뜬 눈으로 시선을 맞춰왔다. 


"너 같이 어떻게 힘을 써야하는지도 모르는 조무래기 그릇 하나 뺏는 건 일도 아냐. 히카루의 후손이라 조금 어여삐 여겨줄까 했는데.지금 상태로는 여길 벗어나려면 네 힘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어째, 그 버르장머리 없는 혀뿌리부터 자르고 시작해볼까.”


또다. 낮게 가라앉은 눈동자 때문에 몸이 무언가에 묶인 움직일 조차 없었다. 츠키시마는 분해 이를 악물었다. 주먹쥔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 , 움직이는, 거야! 눈을 질끈 감은 츠키시마가 겨우겨우 몸을 움직여 발을 휘둘렀다.


"!" 

"누구 맘대로..." 


제대로 다리가 걷어차인 무신이 나가떨어지고 츠키시마가 아키테루가 빠져나가자마자 바스라지기 시작하는 부채를 쥐었다. 형에게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보냈으니 이젠 혼자서도 몸을 지킬 있도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하는 거겠지. 


"당신 진짜 맞아? 뭐가 이래, 아까 악귀랑 다를게 뭔데!" 

"으하학. 히카루 핏줄 맞네." 

"대답해."

"맞아. 맞다니까. 무당 나리 황천길 떠나는 믿겠으면 확인시켜줄 수도 있어. 일단 여기에서 나가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 부채부터 다시 요물로 만들어줄까." 


무사는 손짓 하나로 바람을 일으켜 츠키시마에게서 부채를 가져와 들고 있던 검을 밀어 넣었다. 빨려들어가듯 부채 속으로 검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츠키시마에게 무사가 부채를 던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거의다 바스라져 망가진 부채가 다시 이전처럼 것처럼 보였다. 


"그걸로 어지간한 잡귀들은 때려눕힐 있을걸."

"..."

"수많은 목숨과 나라를 지킨 검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검이지." 

"그걸 갑자기 ." 

" 마음에 들었거든. 히카루와의 연을 생각해서 나는 네가 다른 악귀한테 씌지 않도록 돕고, 너는 내가 힘을 찾는 돕고. 그렇게 계약하자."

"계약이라니...어떻게 믿습니까. 갑자기 돌변해서 아까처럼 이상한 짓을 수도 있고." 

"쿠로오 테츠로." 

"?" 

" 무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봉인된 힘을 찾을 때까지 그대의 힘을 빌리는 댓가로 충성하겠노라고."


무사의 손목과 칼집에 감겨 있던 붉은 실의 끝이 츠키시마의 앞에 내밀어졌다. 


"계약을 어기게 되면 칼이 겨눠지는 것은 목으로. 그래서 거야." 

"만약 제가 더이상 쿠로오씨에게 힘을 빌려주고 싶지 않게 된다면요?"

" 영리한 같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 내가 네게 있는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운명도 없어질 테니까." 

"...?" 

"나도 신이라니까?" 

"..." 

"그냥 먹을 향초 번만 피워주면 그게 제사야. 없다고. 나만큼 바라는신이 어딨다고!!" 

"..." 

" 실을 손목에 묶으면 계약이 시작되는 거야." 


츠키시마는 붉은 실을 잡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해산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츠키시마는 외진 창고 앞에 쓰러져 있었고 선생님에게 업혀 병원으로 옮겨지는 츠키시마의 손목에는 노끈과도 같은 붉은 실이 둘러져 묶여 있었다.







3. 조왕신 (부엌신) 


키요코는 츠키시마가 있다는 것을 아는 얼마 되지 않는 친구 하나였다. 점심을 먹을 때에 향초를 피우는 것을 도와주는 친구의 도시락이 어느 순간부턴가 시꺼멓게 타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것을 츠키시마가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


"키요코상, 도시락이 조금 까맣지 않아?" 

", 부분은 걷어냈는데 역시 티가 ?" 


걷어낸 수준이 아니라 그냥 아예 시꺼먼데. 츠키시마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말을 고르는 키요코가 도시락을 깨작거리며 말했다.


"늙으면 입맛이 변한다더니 할머니도 나이가 드신 건지 요즘엔 옛날 맛이나질 않아. 종종 이렇게 반찬이나 밥도 태우실 때가 많고... 엄청 손맛이 좋으시던 분이었는데 말이야." 


쓸쓸하게 웃으며 밥을 먹는 키요코를 보며 츠키시마가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넣을 있는 정도의 색이 아닌데? 츠키시마는 눈에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을 짐작하고 쿠로오를 쳐다보았다. 쿠로오는 힐끔 키요코의 도시락을 보곤 대답했다. 


"밥에 기가 빠졌네. 죽은 음식이니 그래 보이는 거지."


기운이 없는 자가 만든 음식마냥. 때가 이가 지은 밥이라 그런 건가. 말을 들은 츠키시마는 입술을 물었다. 키요코는 할머니와 둘만 살아왔다고 했다. 하나 뿐인 가족에 대한 애정과 공백을 알고 있는 츠키시마는 되물었다.


"다른 경우일 수는 없는 겁니까?" 

"부엌신이 자리를 비웠다거나? 그럴 일은 대체로 없지만 부엌을 함부로 사용해서 조왕신이 노했을 수도 있지." 


꺼멓게 죽은 밥을 먹는 키요코를 보던 츠키시마는 없이 생각에 잠겼다. 돌아오는 주말 츠키시마는 키요코의 집을 방문했다. 할머니는 건강이 편찮으셔 검사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고 했다. 남자 혼자서 여학우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남들 눈에 나쁘게 보일까 다른 반이지만 도깨비들의 장난에 곤란해하던 것을 도와준 있는 야치를 함께 불렀다. 야치와 키요코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동안 츠키시마는 쿠로오와 함께 키요코의 집을 둘러보았다. 


"조왕신이 없는데?" 

"그럼 키요코상 할머니가 편찮으신 때문에 음식 맛이 변한 아닌 거죠?" 

", 이렇게 대놓고 가신이 없는데 할멈 생기 탓을 하기도 그렇겠지." 

"조왕신은요? 어디서 찾아야 되는데요?" 

"너도 생긴 거랑 다르게 사서 고생이다. 그런 찾아주려고 . 없으면 집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가보다. 안이 기울라나보다 하면 되지."


저런 박정한 정신머리로 진짜 어떻게 나라를 구하고 신이 된거지. 츠키시마는 숨기지도 않고 쿠로오에 대한 혐오를 표정으로 드러냈다. 


"아이. 알았어~ 찾아볼게~" 


쿠로오는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이곳 저곳을 만져보며 투덜거렸다.



"요즘은 아궁이도 없고 이렇게 물이랑 불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니 조왕신이 길을 잃지. 여기 최근에 물길을 바꾼 같은데? ... 여기..." 


쿠로오가 더듬 더듬 벽을 짚으며 곳은 욕실이었다. 


"조왕할멈. 여기 있어?"


통통 욕조를 치니 나른한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할멈이라니. 화를 입고 싶은가 보지?" 

"여기 있네. 측간신은 어디로 내쫓고 여기에서 퍼질러 있는 거야?" 

"불과 물이 모이는 곳이 내가 있어야할 곳인걸? 괜한 참견 말고  길 가시게."


유순하지만 고집이 세고 꾀가 많은 조왕신을 다시 부엌으로 돌려 놓는데에는 제법 까다로운 것들이 많았다. 조왕물그릇에 담을 물부터 욕조에서 조왕신을 끌어다놓는데까지. 무사히 가신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 놓고 키요코의 할머니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했다. 키요코가 그리워하던 매실절임이 도시락에 올랐고 키요코는 감사의 의미로 그것을 나누어 츠키시마의 도시락 위로 얹어 향초를 함께 꽂아 쿠로오에게 주었다. 더이상 키요코의 도시락은 까맣게 타보이지 않았다.


기대하던 키요코가 매실절임을 입에 넣고 먹으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언제나 먹던 할머니의 절임 맛이었다. 할머니가 퇴원한 처음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하던 것은 상을 차리는 일이었다. 병원에 있으면서도 저보다 걱정이었던 것은 손녀의 끼니였다.


키요코가 좋아했던 매실 절임이 익어갈 즈음이었다. 단지를 꺼내어 하나 맛을 보니 다행이도 알맞게 익어있었다. 요즘 들어 손맛이 이전 같지 않음을 할머니도 느끼고 있었다. 키요코가 그것 때문에 제게 신경을 쓰고 있었음도 알고 있었다.


"우리 강생이. 이렇게 좋아하는 매실 절임 할미가 만들어 주고 싶었지." 


맛있게 밥을 먹는 키요코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의 앞에서 차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이제야 뚝뚝 떨어졌다. 


"맛있네. 엄청."


눈물은 보이지 않는 매실절임을 먹던 쿠로오가 중얼거렸고 츠키시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영원할 없겠지만 언제인지 모를 키요코와 할머니의 이별은 훗날의 아득한 미래이기를 츠키시마는 빌었다.






4. 측간신(화장실귀신) 


오래된 목조 건물인 스가와라의 집엔 당연하게도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들이 많았다. 대게는 주인의 성품을 닮아 유순하고 조용한 것들이었지만 가장 까탈스러운 것은 측간을 지키는 신이었다.


처음 스가와라의 집에 이사온 욕조에 몸을 담구고 긴장을 풀려던 천장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검고 굵게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에 츠키시마가 소스라쳤었다. 


" 곳을 더럽히면 저주를 걸어버릴 테니까." 


처음엔 그렇게만 말하고 사라지던 측간신은 종종 츠키시마가 목욕을 속에서 나온다던지 거울에서 나타나 츠키시마를 놀라게 만들었다. 


"말라깽이." 


그것이 측간신이 츠키시마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측간신은 제법 츠키시마가 마음에 모양이었다. 지쳐서 튀어나온 측간신에게 놀랄 기운도 없어 그저 욕조에 늘어져있자 측간신이 츠키시마의 이곳 저곳을 더듬어 댔다. 


"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비실비실하니 툭하면 녹초가 되지. 누가 괴롭혔어? 내가 저주 걸어줄까?" "오야오야. 그릇한테서 떨어지지 그래?"

"넌 수호령이라는게 숙주 관리도 못하고. 말라깽이. 저런 반쪽짜리 신은 그냥 쫓아내버리는 게 어때?" 

"똥통에서 아주 못나오게 해줄까?"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지 그래." 

"오냐 그래. 삼도천 너머로 보내줄 테니까." 

"둘 다 나가요."







5. 도깨비 


야치의 경우는 조금 특이했다. 없지만 들을 있었다. 키요코와 점심을 먹고 있던 나무에 붙은 무자귀(자손이 없어 제사를 받지 못해 위안 받지 못한 원귀) 흐느끼는 소리에 히익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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