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전의 학교는 밤에도 학생들로 북적인다. 특히 도서관이나 근처의 잠기지 않은 빈강의실 같은 곳들. 도서관은 만원이고 같은 과 사람들과 빈강의실을 찾아 공부를 하자니 도서관도 아닌 곳에서 익숙한 사람들끼리 있는데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반은 놀고 딴 짓을 하고 느슨한 분위기에서 꾸역꾸역 과제를 하자니 더욱 피곤해지는 기분이었다. 기숙사는 소등 시간 같은 구시대적 규칙이 있어 공부를 하기에 적합하지도 않고 그나마 빈 강의실을 잡았다는 동기의 말에 나오긴 했지만 이것도 못할 짓이어서 츠키시마는 한숨을 쉬었다. 다음엔 그냥 같이 하지 말아야지. 새벽에 가까운 시간 조금 뻑뻑해진 눈을 문지르자니 노래만 나오던 헤드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나왔다 사라졌다. 


이 시간에 누구지. 확인해보니 쿠로오였다. 이론 싫어.... 메시지만으로도 다 죽어가는 표정과 말투가 그대로 보여지는 것 같아 츠키시마는 조금 웃었다. 저도 집중이 잘 안되네요. 토독토독 답장을 보내니 곧장 화면이 위로 올라가며 회신이 왔다. 커피 사줄까? 마시고 할래? 마시고 해줘. 물어보지나 말던지. 츠키시마는 일어섰다.


어디가? 묻는 동기의 물음에 커피 마시러. 하자 가는 김에 제 몫도 부탁하는 것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쿠로오가 말한 본관의 매점으로 가자 검은 색 후드를 뒤집어 쓰고 벤치에 늘어져 있는 쿠로오가 보였다. 후드에 츄리닝 바지 차림인데도 용케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생각하며 다가서자 벌떡 일어나 다가온 쿠로오가 찡찡댔다. 과제 너무 많고 시험 범위도 많고 체대인데 필기시험 비중이 너무 많으며.... 뒤에서 매달려 잉잉대는 것을 끌고 편의점으로 가 늘 마시건 것을 고르고 친구 몫도 있으니 제 것은 제가 계산 하려는 것을 쿠로오가 츠키시마가 내민 카드를 뺏어 쥐고 제 것으로 계산을 한다. 대신 내 하소연 좀 더 들어줘. 네에네에. 편의점 근처는 밤을 새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둘러보면 학교 건물 곳곳에도 불이 켜진 곳이 많았다.


사람들의 수만큼 당연히 따라오는 소란이 싫어 츠키시마는 조용한 곳을 찾아 걸었고 쿠로오는 계속 종알 거렸다. 적당히 건물에서 떨어진 곳 뒤 주차장에 있는 벤치에 앉자 라일락 냄새가 바람에 은근히 풍겨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에는 제법 추웠는데. 이제는 그냥 긴팔 하나만 입고 있어도 전혀 춥지도 않고. 꽃놀이를 갈 틈도 없이 이제 벚꽃도 다 지고 있고. 금세 덥다 덥다 할 계절이 올 테지. 환절기 특유의 뭉근한 밤바람과 라일락 냄새. 혼자서 투덜대다 그마저도 지친 건지 조용한 쿠로오를 쳐다봤다.


가로등 불 아래 있는 꽃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쿠로오의 얼굴에 꽃그늘을 드리웠다. 벤치에 길게 눕듯이 앉은 쿠로오의 뺨에서 흔들리는 꽃 그림자를 바라보다 츠키시마가 그림자를 닦으려는 듯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응? 뭐 묻었어? 마침 타이밍이 좋게도 작은 라일락 송이 하나가 쿠로오의 머리칼 위로 떨어졌고 엄한 얼굴 여기 저기를 만져보는 쿠로오의 손을 내려준 츠키시마가 꽃을 떼어 쿠로오에게 건냈다. 오오. 꽃. 방금까지도 죽상이던 얼굴이 아이처럼 웃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


그냥 쿠로오의 얼굴에 꽃이 묻은 것 같았다. 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사랑스러움인 것 같았다. 밤공기가 달콤해서, 그랬다. 츠키시마는 벤치 등받이에 목을 걸치고 위를 보고 있는 쿠로오에게 키스했다. 입술이 떨어지자 촉, 귀여운 마찰음이 나는 것에 멍하니 쿠로오가 굳은 채로 츠키시마를 올려다보았다. 


쉬는 시간 끝. 


냉정하게 말하고 일어서는 츠키시마를 바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입술만 만지작거리던 쿠로오가 와아아아악! 소리지르는 것에 깜짝 놀란 츠키시마가 뒤를 돌아봤다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저를 쫓는 쿠로오의 모습에 질겁하고 도망쳤지만 금세 허리가 붙들렸다. 츳키!!!! 뭐야?!! 뭔데????? 한 번만 더 해주면 안돼???? 상기된 얼굴로 숨이 차서 색색거리면서도 말을 잇는 쿠로오의 얼굴을 츠키시마가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싫어요. 조용히 해요!!!


거의 쿠로오를 달고서 질질 끌며 걸음을 옮기던 츠키시마가 짜증을 내며 건물로 들어가기 전 쿠로오를 떼어내며 이마를 탁 손바닥으로 쳤다. 아!! 이마를 문지르며 쿠로오가 떨어지자 츠키시마가 불퉁한 얼굴로 쿠로오의 벗겨진 후드를 씌워주며 속삭였다.


다음 쉬는 시간까지 집중해서 공부하면 또 해줄게요. 


츠키시마는 도망치듯 강의실로 들어왔고 휴대폰엔 오타로 엉망인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메시지를 읽은 츠키시마가 어휴, 한숨을 쉬면서도 웃었다. 헤드폰을 쓰는 손 끝에선 아직도 희미한 꽃내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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