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주제 : 발바닥






평균 키보다 훨씬 큰 신장의 남자 둘이 함께 잘 침대는 당연하게도 킹 사이즈의 침대였다. 서로의 집에서 묵을 때처럼 자다보면 어느새 침대 끄트머리에 걸려 팔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에 섬찟 놀라 잠에서 깨거나 굴러 떨어질 일은 사양이라는 의견에 둘 모두가 동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용하는 침대의 면적은 여전히 싱글 침대인 듯 했다. 넓게 자리를 잡고 누웠어도 어느새 서로의 살갗에 닿고자 꼭 붙게 되기 때문이었다. 


휘적거리며 편한 자세를 찾아 움직이던 쿠로오의 발등이 츠키시마의 종아리에 닿았다. 발등에 문질러지는 단단하고 마른 느낌이 좋아 쿠로오는 발꿈치를 갈고리 삼아 아예 제 쪽으로 츠키시마의 다리를 끌어왔다. 츠키시마의 다리가 반쯤 끌려오고 쿠로오의 몸이 당겨져 가까워지면 쿠로오의 발바닥에 츠키시마의 발등이 닿는다. 꼼지락 거리며 발바닥에 닿는 츠키시마의 발등을 쓰다듬으면 츠키시마가 귀찮다는 듯 다리를 뒤로 치운다. 


두 개의 베개를 양 귀에 틀어 막고 자는 잠버릇 덕분에 츠키시마의 베개 사이에 하나 더 놓여 있는 베개로 머리를 옮기고 츠키시마의 목 아래에 팔을 넣으면 바로 누워 있던 츠키시마가 꿍얼대면서도 몸을 돌려 얌전히 안겨왔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츠키시마의 뺨과 목덜미에 버릇처럼 입술을 갖다대면 잠결에도 고개를 들어 턱에 키스를 돌려주는 입술이 부드럽다. 짧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같은 샴푸 냄새에 새삼 가슴이 뛰어 잠이 달아나면 츠키시마를 재우는 척 그의 어깨에 두른 손을 내려 등을 토닥이며 그를 만진다. 그러다 조금 손이 아픈 것 같으면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다시 발바닥으로 얽힌 다리를 쓰다듬고 덩달에 잠에서 깬 츠키시마가 발가락을 꼼질거리며 쿠로오의 발바닥을 간질였다. 발바닥에 발가락이 긁히는 느낌이 간지럽게 바뀌면 쿠로오가 발등을 파닥이고 츠키시마의 발이 이제는 안 봐줄 거라는 듯 집요하게 쿠로오의 발을 쫓아간다. 


쿠로오가 아예 츠키시마의 다리를 제 다리 사이에 끼워넣고 움직일 수 없도록 하면 츠키시마가 말똥해진 눈으로 쿠로오를 올려다보곤 잡혀있지 않은 손으로 쿠로오의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반사적으로 쿠로오의 몸이 풀썩이며 츠키시마에게서 멀어지려 뒤로 도망간다. 꺄악,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지르며 쿠로오가 츠키시마의 손을 깍지 껴 막고 츠키시마는 조금 힘을 줘서 버티다가 못 이기는 척 다시 그의 팔을 베고 옆에 눕는다. 실없는 장난에 터진 웃음기가 남은 입술이 몇 번 가벼운 소리를 남기며 붙었다 떨어졌다.




“빨리 자요.”

“츠키시마가 괴롭혔잖아.”

“쿠로오씨가 자꾸 건드리니까 그렇죠.”

“응응. 이제 안 할 게. 자자.”




어느새 침대 구석에서 서로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은 하나의 베개를 나누어 베고 있었고 그 뒤로는 한 사람이 편히 누워 잘 수 있는 공간 만큼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뒤로 휑하게 비어있는 공간을 느끼며 츠키시마가 투덜거렸다.




“이럴 거면 왜 킹 사이즈 샀어요.”

“편히 자고 싶다며.”

“편히 자게 좀 냅둬 봐요.”

“지금 불편해?”

“아뇨.”

“그럼 됐지 뭐.”

“또 이렇게 자다가 내 머리 잡아 당기면 진짜 내일은 머리채 잡힐 줄 알아요.”

“넵. 죄송합니다. 또 그러면 귀를 물어 뜯으셔도 됩니다.”




굳이 굳이 츠키시마를 끌어 안고 자겠다고 했던 쿠로오가 오랜 잠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츠키시마의 머리를 베개 삼아 제게로 당긴 적이 있었다. 잠들어 힘조절을 하지 못한 쿠로오의 악력도 악력이었지만 머리끼리 부딪혀 잠에서 깬 츠키시마는 황당해서 화도 내지 못하고 머리가 부딪혀 함께 일어나 지끈거리는 관자놀을 짚는 쿠로오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자다가 머리끼리 부딪히는 것이 가히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어서 종종 쿠로오의 잠버릇에 희생된 날엔 츠키시마는 쿠로오의 퉁퉁 부은 코를 꼬집곤 했다. 그래도 싫다고 당겨 안는 팔을 밀어내지 않는 것이 마냥 고맙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쿠로오였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잠을 방해 받아도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쿠로오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워 보이는 츠키시마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잘 자요.”

“응. 잘 자.”




굿나잇 인사를 마치고 눈을 감고 난 뒤에도 한 지붕, 한 침대 위 한 이불 아래 두 개의 발바닥이 사이좋게 한참을 뒤엉켜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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