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앜 엠프렉 보고 싶다. 보쿠토가 재벌집 도련님이고 보쿠토네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 아들 아카아시인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거 얹혀 살게 되면서 같이 자라는 거. 코흘리개 시절부터 같이 자랐지만 아카아시는 어린 나이에도 자기 위치나 분수를 잘 파악해서 으레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도련님. 이라고 깍듯하게 보쿠토를 모시듯이 하는 거. 보쿠토가 친구잖아. 그냥 이름 불러줘 해도 아카아시는 가만히 고개를 저을 뿐이고.
어릴 때부터 에너지 넘치고 천방지축인 보쿠토 따라다니면서 뒤치닥거리하는 조숙한 애기 아카아시. 워낙 큰 가문이고 집안이라 저런 시종 하나 옆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어서 눈치 빠른 아이 잘 들였다 생각하겠지. 보쿠토는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온통 엄한 어른들 뿐인 집 안에서 또래인 아카아시는 좋은 거.
활발한 보쿠토가 이것 저것 사고치고 돌아다니면 수습은 언제나 아카아시의 몫. 위험한 장난을 쳐도 말리거나 다친 보쿠토 감싸주는 것도. 그러다 집 안 정원에 있는 조금 깊은 연못이 겨울이 되어 얼자 그 위에서 보쿠토가 놀자고 하는데 아카아시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서 자꾸 말리는데 보쿠토는 막무가내로 떼를 부리겠지. 이거 봐봐. 진짜 재밌어. 아카아시도 같이 놀자. 꽁꽁 얼었어! 하면서 자꾸만 연못 안 쪽으로 들어가는 걸 안절부절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그런 태도에 뿔이 난 보쿠토가 나 혼자 놀거야. 아카아시는 바보. 하면서 얼음 위에서 발 지익 지익 미끄러뜨리면서 노는데 살얼음이 언 부분부터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
쩌억,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 보쿠토도 아카아시도 놀라서 굳었는데 아카아시가 망설임도 없이 뛰어 들어와서 보쿠토 바깥으로 밀치면서 내보내고 연못에 빠지는 거. 정말 다행이도 마침 일하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세상 떠나가라 우는 보쿠토 보고 바로 아카아시 건져줘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아카아시는 그 뒤로 물 공포증 생기고 그 날부터 보쿠토는 아카아시 말이라면 뭐든 듣게 되는 관계로 굳어지는 거. 아카아시는 말렸는데.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말을 안 들어서 아카아시가 죽을 뻔 했어. 아카아시가 깨어나기만 하면 뭐든 다 들어줄 거야. 하고 다짐해서 정말 아카아시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말 잘 듣는 거지.
천성이 밝아서 활기찬 보쿠토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도, 엑셀을 밟아주는 것도 아카아시가 되는 거. 그건 학교에 진학하고서도 마찬가지였고. 아카아시도 뭐든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보쿠토 장단 맞춰가며 정말 보쿠토가 하고 싶어하는 건 직접 윗사람들 설득해줘가며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배구도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갑자기 뭐에 꽂힌 건지 배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 안 어른들은 공부나 할 것이지 무슨 운동이냐며 반대하는데 아카아시가 공부도 시키면서 취미로만 하게하겠다고 딜하고. 자기가 계속 옆에 붙어서 자신은 배우지도 않은 한 학년 위의 공부까지 해가며 보쿠토 공부도 시키면서 하겠다는 건 지키면서 보쿠토 풀어주는 거.
싸우기도 많이 싸웠겠지만 언제나 지고 들어가는 건 아카아시였고 자연히 서로에게 서로가 우선인 두 사람의 감정이 형제라기보다는 연애에 가깝도록 바뀌게 되는 거 좋아. 고백은 당연히 보쿠토가 먼저 했을 것 같다.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건너뛰고 키스하고 싶다는 말부터. 아카아시랑 키스하고 싶어. 이거 이상한 거야? 성정체성에 울먹이는 보쿠토를 가만히 아카아시가 보듬어 주면서 입 맞춰주면서 부터 연애하는 거.
보쿠토 가문의 외동아들이라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 할 때도 싫다고 도망가자고 하는 거 아카아시가 안된다고 하셔야 한다고 해서 순전히 아카아시를 위해서 결혼하는 것도 보고 싶어. 결혼해서 해야할 의무는 하셔야한다고. 그래도 자기는 변하지 않고 계속 옆에 있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말에 아카아시를 자기 비서로 계속 두는 조건으로 회사 들이고 결혼도 하고. 아카아시는 회사에서도 보쿠토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쁘고... 고통....
드러낼 수 없는 연애니 늘 회사에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이나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만 연애를 할 수 있는 두 사람. 뭔가 자기한테 막 다 바라주고 요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카아시는 그런 게 일절 없어서 항상 보쿠토가 애간장 탔으면 좋겠다. 세상 무덤덤하다가도 보쿠토가 자기 그런 것 때문에 시무룩해하면 아카아시는 또 옆에 붙어서 살살 달래주고. 출장 같은 거 잡아서 야하게.
결혼한지 좀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애를 가져야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만큼은 보쿠토가 그럴 수 없다고 싫다고 아카아시 말 이번에는 못 듣겠다고 완강하게 나와서 좀 냉전이 오래 갔으면. 그러다 보쿠토 다시 고삐 풀려서 회사에서도 막 나가고 술 엄청 마시는데애 돈 쓰고 돌아다니는 거 보다 못한 아카아시가 술집에서 만취한 보쿠토 데리고 들어오면서 미안하다고 이건 내가 더 뭐라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나면서 보쿠토 신혼집에 데려다주는데 보쿠토는 술김에 집에 도착해서 자기를 자기 정략결혼한 아내가 받은 줄 모르고 계속 아카아시랑 있다고 생각해서 사고쳐주라. 여자도 검은 머리 숏컷에 이름도 아카네여서.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제대로 잘 들리지도 않고 눈도 가물하지만 걱정해주는 다정한 어조에 당연히 지금 옆에 있는 건 아카아시인줄 알고 물 가지러 가는 아내 당겨서 안고 가지마. 옆에 있어. 예쁘다. 고마워. 미안해. 두서도 맞지 않는 말 하면서 아카아시라고 생각하면서 여자 안는 거. 여자는 다 뭉개진 발음으로 아카.. 어쩌고 하는 게 자기 이름인 줄 알았고, 조금 어긋난 포인트를 만지는 게 술 취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 거. 다음 날 아내가 먼저 일어나 있어서 보쿠토는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 못하고 그냥 아카아시랑 있다가 들어온 것까지만 기억하는 거.
그렇게 어영부영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었는데 나중에 여자가 아카아시한테 먼저 자기 임신 소식 알렸으면. 아카아시는 당연히 놀라서 굳어있는데 몇 주 정도 된 것 같다고 해서 속으로 날짜 계산 해보니 그 술 취한 보쿠토 집에 데려다 준 그 날 같아서 멍하겠지. 그리고 애기 가져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부터도 많았던 생각인데 더 생각이 많아지는 아카아시. 보쿠토도 나중에 알고나서 충격 먹고 또 한동안 둘이 서먹해짐.
보쿠토는 자기가 술 취해서 그런 기억도 없는데 그랬다는 것도 충격이고, 애기가 생긴 것도 충격이고, 아카아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이렇게 되니까 좋아? 속이 시원해? 하면서 잔뜩 꼬인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쟤라고 정말 괜찮을까 싶어서 안타깝고 마냥 미안한 마음도 같아 들겠지. 그래서 더 멍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아카아시한테 더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래도 일단 자기 아기가 생겼다니까 보쿠토가 집에도 신경 써야할 일이 많아져서 보쿠토 비서로 있는 아카아시도 덩달아 바빠지는데
자기한테 온전히 쏠려있던 관심이 조금 분산이 되서 외로운 건지, 그동안 너무 피곤했던 것인지 아카아시는 그 즈음부터 잠이 많아지는 거.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당떨어진다는 느낌이 뭔지도 알 것 같아 입에 과자나 젤리같은 주전부리 같은 걸
달고 살고. 그러다 몸살 기운이 오는 것 같아서 더 크게 아프기전에 떨쳐버리려고 병원에 가는데 임신한 것 같다는 말을 듣겠지. 남자도 임신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고 자기가 그런 체질인 줄도 몰랐던 아카아시는 자기 임신 소식에 정신이 아득함.
잠깐 병원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연차를 쓰고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누워서 까무룩 잠들었다가 눈을 뜨고 괜찮냐는 보쿠토 연락으로 난리가 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불꺼진 어두운 방에서 아카아시는 이별을 다짐하겠지. 회사 실세는 회장 아들이 아니라 자기 아니냐는 뒷말들도 정리해야할 것 같고. 하나씩 떠날 준비를 하면서 보쿠토 역시 체념시키는 아카아시.
오랜만에 데이트 하자는 아카아시의 제안에 들떠서 찾아간 자동차 극장. 한참 전에 흥행했던 영화를 보며 아카아시가 말하는 거. 아기에겐 잘못이 없잖아요. 태어날 아기에게는 좋은 아빠가 되어주셔야죠. 사랑 없는 집에서 보쿠토씨는 항상 외로웠죠. 그걸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보쿠토씨가 좋은 아빠가 되는 데에 저는 가장 방해가 되는 사람이에요. 그만해요. 이제 그만할 때인 것 같아요.
자기는 아카아시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이미 생겨난 생명이고 자신의 실수였고. 버리고 떠나자는 말을 하기에 보쿠토도 아기 앞에서 그렇게 모질 수가 없는 착한 사람이었지. 아카아시가 집에 오기 전 넓은 집에서 방치되듯 자랐던 제 외로움은 아직도 잊지 못한 사무친 기억이었으니까. 다 포기하고 싶지만 아카아시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닐 테니 철없는 소리로 떼를 쓸 수도 없고 그저 핸들에 머리를 기대고 우는 보쿠토와 그걸 다독여주지도 않은 채 앞만 응시하는 아카아시.
아주 먼 훗날. 다 지나고 나면 그 때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언제나 차분했던 아카아시의 말 끝이 떨림에 고개를 든 보쿠토에게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물을 매달고 웃는 아카아시가 보여서 그걸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우는 보쿠토. 울음으로 엉망이 된 호흡으로 나눈 마지막 키스.
보쿠토는 이제 아카아시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하려고 하고 아카아시는 작은 조언들만 건네면서 회사에서 자기 정리하고. 보쿠토 아내가 산부인과 가는 날에는 항상 같이 가주게 하면서 자기는 혼자 몰래 병원에 다녀오고. 다행스럽게도 입덧은 없지만 쏟아지는 잠에 꾸벅 꾸벅 가물거리는 눈으로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고. 더 보쿠토가 아카아시에게 기대는 걸 슬슬 집에서도 불안해하던 찰나에 아카아시가 떠나겠다하는 건 위에서도 반색할 일이어서 일사천리로 아카아시 퇴사가 진행됐겠지.
그리고 마지막 날. 보쿠토한테도 말 없이 혼자 조용히 떠나는 아카아시. 보쿠토에게만 붙어있었고 사치를 하는 편도 아니고 집에서 퇴직금으로 챙겨준 돈도 있고 혼자서 보쿠토 아이 낳아서 키울 준비하는 아카아시 보고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