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테루랑 대학 동기이자 직장 동료인 쿠로오가 아키테루 대용품으로 츳키 만나는 거 보고 싶다. 후회공.... 아키테루는 결혼을 약속한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는 클리셰고... 아키테루는 츳키랑 쿠로오가 사귀게 됐다고 했을 때 놀랐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제 절친한 친구랑 동생이 만난다니 그래, 힘들겠지만 나는 응원할게^^ 하는 입장. 뻔질나게 츳키네 드나들며 아키테루를 보러가는 쿠로오랑 그런 쿠로오의 옆모습과 뒷모습이 익숙한 츳키. 몸을 섞을 때 뒤에서 츠키시마를 부르지만 쿠로오가 부르는 츠키시마는 케이가 아닌 아키테루였겠지.

 

그렇게 마음 없는 연애를 제법 오래 지속하는데 아키테루의 결혼식이 잡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축하의 인사를 전한 쿠로오가 그 밤 조금 분한 마음으로 거칠게 츳키를 대하고 난 다음 먼저 일어나 등을 돌려 앉은 츠키시마가 그만하자고 했으면 좋겠다. 뭐? 하고 묻는 쿠로오에게 당분간 형한테는 계속 연애하는 척은 하지만 이제 그만하자고. 형을 좋아해서 자기와 만나는 걸 알고 있었다고. 그래도, 형이 너무 생각나면 형한테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하는 날까지 섹스는 해주겠다고.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말하는 츳키.

 

아키테루의 결혼 준비를 도우며 여기저기 따라다니면서 여전히 연인 행세를 하는데 아키테루가 없는 곳에서는 쿠로오 앞에서 일절 웃지도, 입도 열지 않는 츳키. 실밥이 츳키 안경에 붙은 걸 보고 떼어주려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물리는 반응에 머쓱해진 쿠로오가 아, 실밥이 묻어서... 라고 하면 형도 없는데 그냥 말로 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선을 긋는 츳키가 낯선 쿠로오가 그제야 제대로 츠키시마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게 돼라.

 

마냥 어린애인 줄 알았는데. 저를 다 받아줄 줄 알았는데. 애교가 많고 살갑지는 않았어도 오롯이 저를 바라보며 익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던 츠키시마가 입을 다무니 둘만 남겨졌을 때 내려 앉은 침묵의 무게가 쿠로오를 누름. 저를 만날 땐 꼬박 꼬박 렌즈를 끼던 아이의 안경 쓴 옆모습은 아키테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그럼에도 자꾸만 시선이 가고 츠키시마의 다른 곳을 향한 미소에 가슴이 갑갑해.

 

아키테루의 신혼 여행이 끝나면 헤어졌다고 말하자는 츠키시마에게 마뜩치 않은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쿠로오는 미련스럽게도 아키테루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고 오래된 감정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채 제게 거리를 두는 츠키시마를 생각하면 시린 느낌을 눈치채지 못하겠지. 그냥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답답하니까 츠키시마한테 하자면서 자기 집으로 끌고 오는데 씻고 나온 츠키시마에게 키스하려니 고개를 돌리며 피함. 이제 이런 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하자고. 늘 쿠로오와의 섹스가 그랬듯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엎드리는 츠키시마. 애무는 커녕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없는 무미건조한 섹스가 끝나고 멍하니 누워있다 츠키시마가 물어봄. 형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그냥... 밝고 씩씩하고, 하나씩 나열하는데 너무나도 별 거 아닌 것들이었지.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키테루와는 전혀 성향이 다를 뿐인 츠키시마는 피식 웃었고. 오랜만에 보는 츠키시마의 웃는 얼굴에 쿠로오가 몹쓸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화를 잇고 싶어서 물어봄. 넌 내가 네 형을 좋아하는 거 언제부터 알았는데? 말하고도 아차 싶어 츠키시마가 화를 낼까 싶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고요한 표정의 아이는 대답하겠지. 처음 쿠로오씨가 우리 집에 온 날 부터요. 그러면서도 자기가 츳키를 좋아하는 첫 연기하고 고백한 걸 받아준 건가 경악하는 쿠로오에게 츠키시마가 대답을 이어.

 

형을 보면서 웃는 그 얼굴에 반했다고. 우리 형도 진짜 바보 같다고. 어떻게 그 눈빛을 모를 수가 있는지. 참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젓던 츠키시마가 조금 침묵하고 다시 말함. 뭘 한다 해도 내 것이 될 수가 없는 거에 언제까지고 매달려 있을 수는 없잖아요. 포기할 줄도 알아야죠. 저도, 쿠로오씨도.

 

두 번째로 보는 눈물 고인 얼굴에 쿠로오 심장이 덜컹거렸으면. 흐르기 전 눈을 비벼 닦은 츠키시마가 씻고 나올 때까지도 두근거리는 심장에 왜 이러지. 왜 이러지. 너무 미안해서 그러나. 뭘 어떻게 해야하지 온 신경이 다 소란스러운데 샤워한 츳키가 밤이 깊었는데도 집에 가려고 해서 일단 붙잡는 쿠로오.

늦었는데 자고 가.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이 몇 신데. 지금 가도 막차 못 타.
적당한 데에서 있다 내일 들어갈 거니까요.
그러니까, 그럴 거면 여기에서...


쿠로오씨. 말했잖아요. 이제 포기하자고. 언제까지 저한테서 형을 찾을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그만하자고. 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 ...집에 들어가면 문자는 할 테니까. 또다시 코 끝이 붉어져서 울 것 같은 츳키를 데려다준다고도 못하고 그냥 보낸 쿠로오는 그 날 한숨도 못자고 츳키 생각만 할 듯. 아는 동생인데 걱정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던 말에 확 상처 받은 표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음. 그만두자고 했을 때부터 애가 우는 걸 몇 번이나 본 건지. 그 전부터 혼자서 얼마나 운 건지.

 

전에 같이 따라다녀준 거 고맙다고 아키가 쿠로오랑 츳키 밥사주면서 연극표 주고 둘이 보러 다녀오라고 하는데 츳키가 나는 이 다음에 볼일이 있어서 안 되고 오랜만에 둘이 다녀오라고 해서 쿠로오랑 아키테루랑 그래, 그럼 오랜만에 둘이 놀자. 술도 마실까. 하는 날이 생김. 진짜 오랜만에 단 둘이 있게 되는 시간인데 쿠로오는 자꾸만 밥 먹는 중에도 핸드폰 만지작거리거나 자꾸 대화에 집중 못하던 게 신경쓰이고, 아키테루에게서 츳키의 모습을 찾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됨.

 

너무 오래 전부터 그냥 아키테루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뿐이지 사실 아키테루한테 두근거리지 않은지는 한참 됐었겠지. 두근거린다기보다는 그저 포기해야한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 아프던 게 더 컸을 테고. 더불어 괜히 이용당하는 츠키시마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을 테니까. 되돌려 보면 무작정 미안하다거나, 아키테루를 반영해서 보던 것만도 아니었겠지.

 

연극 내용 중에 자기 감정 모르고 있다 깨닫는 남자 주인공 독백에 같이 자기 감정 깨닫고 연극 끝나자 마자 밥 뭐 먹으러 갈까~ 하는 아키테루한테 나 진짜 미안한데 케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안되겠다고 하고 저녁 다음에 먹자고 한 다음에 그냥 무작정 츳키한테 전화 거는 쿠로오. 여보세요. 도 아니고 그냥 네. 하는 무미건조한 말에 만날 수 있어? 아니, 만나자. 하고 츳키 부름. 츳키는 뭐지, 둘만 만나서 너무 힘들었나. 무슨 일 있었나. 형이 또 바보 같은 말했나. 하고 자기가 더 바보 같이 쿠로오 걱정하면서 쿠로오한테 오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걱정하며 자기한테 뛰어오는 츳키가 새삼 사랑스러워서 두근거리는 쿠로오.

 

그런데 애 불러다 놓고 예뻐서 그냥 끌어안기는 했는데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는 거. 자기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 그동안 형 좋아하는 데 뻔히 지 좋아하는 거 아는 애 이용해놓고 이제와서 아키테루 결혼하는 것 같고 포기한다니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꼴 같잖아. 그래서 일단 하고보자 싶어서 집에 데려가서 하는데 여전히 키스 거부하려는 츳키 턱 잡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가만히 있어. 하고 하고 싶은 만큼 다정한 밤을 보낼 듯. 츳키도 뭔가 이상하겠지. 츠키시마. 하고 부르던 게 아니라 케이, 하고 불리는 이름이라던가. 눈을 맞추며 키스해오는 거에. 이러고 싶지 않은데 포기하려던 마음이 자꾸 설레서 서러운 마음에 울면서 그만하라고 할 것 같다. 애가 너무 서럽게 울면서 그만하라고 하니까. 미안, 아팠어? 불편했어? 하고 안절부절하는 쿠로오한테 따지는 츠키시마. 포기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언제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아야 직성이 풀리겠냐고.

 

거기에 자기가 생각해도 대답해주기 난감한 쿠로오가 그래도 일단 말이나 해보자 싶어서 자기 계속 좋아해주면 안되겠냐고 말하고. 오늘 아키랑 있는데 자꾸 네 생각이 나더라. 어쩌고 저쩌고. 그 말 듣는데 믿기지도 않을 뿐더러 츠키시마는 더 서럽겠지. 왜 이제야 이런 말을 하는지. 울음을 그친 츳키가 일단 쿠로오씨 마음이 이제 진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자기는 형이 신혼 여행 다녀오면 영국으로 어학연수 떠날거라고 하겠지.

 

1년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쿠로오가 자기 생각만 해서 난 기다릴 수 있다고 해도 츠키시마가 또 애인 없이 1년동안 영국에서 외롭게 지내라는 말도 못하겠고.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왜 말을 안 했는지 따지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츳키 영국 가서도 자기는 기다릴 테니까 그냥 마음대로 지내다가 오라고. 그 때 만약 네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아님 다시 만나자고.

 

츳키 영국가기 전에 실컷 잘해주고 영국에 보내놓고서도 안절부절 못하고 맘고생 대따 하고 말로는 다른 사람 엄청 만날 거네 어쩌네 해도 쿠로오가 자기한테 매달리는 거 싫지 않은 츳키 다시 귀국해서 둘이 엄청 꽁냥꽁냥 연애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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