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츳키 헤어졌을 때 츳키가 더 데미지 많이 입는 거 보고 싶다. 겉으로 보기에는 쿠로오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츳키도 못지 않게 좋아하는데 조그만 머리로 너무 생각이 많은 탓에 표현 못해서 겉으로 티 안났던 온도 차로 헤어지는 거.
연애 초반엔 둘 다 학생에 장거리라 참아야 하는 게 많았으니 시작부터 참는 게 익숙해지는 츳키겠지. 그러고 났더니 쿠로오는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서 활동 시간이나 영역이 달라져서 참아야 하는 것들이 생겨날 거고. 근데 또 츳키 딴에는 먼저 사회 생활하는 쿠로오가 마냥 어른 같아서 본인이 어린애 같아 보이면 쿠로오가 질릴까봐 어른스러움을 가장하는 거야.
안그래도 사회 초년생이니까 적응하는데 힘들거고 안 해본 일들이 어색해 신경이 예민할 테니 보고 싶은 마음,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 모두 뒤로 미뤄둔 채 쿠로오의 상태에만 맞추려고 하는 거. 쿠로오가 피곤하다고 찡찡댈라치면 츳키 방식으로 잘 될거라고, 힘내라고 위로하면서 보고싶어요, 우리 언제 만나요. 이런 말은 쿠로오가 여유가 생겨서 데이트 하자고 언급하기 전까지는 꾹 참는 거. 자기가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하면 피곤에 쪄들었는데도 무리해서 만나러 올 거 아니까 아예 말을 안 하는 거. 근데 사람이 말을 안 하면 그 속을 어떻게 알아.
처음엔 츳키의 일방 배려로 무던하게 연애가 흘러가는데 그 참고 참는 츳키 표현에 쿠로오가 서운함을 내비치면서 둘 사이 갈라져버려. 쿠로오가 회사가 익숙해질 쯤 츳키가 수험생이라서 바빠지고 신경 쓸 게 많아지면서 트러블 생기기 시작하겠지. 츳키 생각에는 자기가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도쿄로 올라가고, 돈도 벌게 되면 지금 눈치보느라 못했던 연애 실컷 꽁냥 꽁냥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공부에 전념하고 싶은데 마찬가지로 그 속내는 쿠로오한테 얘기를 잘 안해서 쿠로오 생각엔 얘는 왜 이렇게 나한테 미련이 없나, 우리 관계에 애착은 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고.
츳키는 진짜 직업적인 꿈이 확고하고 절실해서 공부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을 더 오래 보고 싶어서 도쿄로 가고 싶으니까 공부 열심히 하는 이유가 내심 부끄러웠던 거지만 쿠로오가 관심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독심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속을 알 리가 있나. 쿠로오가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도 츳키 공부한다고 일찍 집에 가고 성적에 조바심 내는 거에 서운함 내비쳐도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시기가 이렇잖아요. 냉정하게 말하는 거에 그래, 어쩔 수 없지. 납득하려고 해도 이제 자기가 자리 잡아서 잘해주고 싶은데도 밀어내는 것 처럼 보이는 태도에 츳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고 참는 거에 익숙해지는데, 문제는 츳키는 이것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하며 그 다음을 생각했는데 쿠로오는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만 사는 연애를 해야 하나 끝을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 거. 쿠로오는 힘든 시기인데 쿠로오씨가 신경 쓸 거 없어요. 하는 그 태도가 못내 서운했고, 츳키는 안 그래도 피곤하고 힘든 사람한테 자기까지 짐이 되고 싶진 않았고. 결국 츳키가 목표했던 대로 도쿄에 대학이 붙어서 쿠로오랑 가까워지고, 아르바이트도 잘 잡은 것 같고 이제 쿠로오랑 맘껏 연애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쿠로오가 그러겠지. 그만 헤어지자고.
이제 츳키도 도쿄 생활이 이제 막 익숙해졌고, 다음 주에도 만날 생각에 내심 언제 가자고 하나 타이밍 잡고 있었는데 시선을 피하지도 않은 채로 고요하게 저를 보며 이별을 고하는 쿠로오 얼굴에 그저 아득해져. 잘못 들었다기엔 너무 선명하고 분명하게 들린 목소리에 지금 뭐라고 한거냐 되묻지도 못하고 심장만 쿵쿵 빠르게 뛰겠지. 진심이냐고 물어볼까? 내가 뭔가 화나게 한 게 있느냐 물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도 잘 서지 않아서 일단 나오는 대로 왜요? 물으니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 들고 고개를 갸웃한 쿠로오의 표정이 너무 냉정해서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것 같은 츳키. 우리가 지금 하는 게, 연애인가? 제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준 그 말도 츠키시마한테는 날카롭게 느껴지겠지.
츠키시마가 희게 질려서 아무 말도 못하는 표정에 그제야 쿠로오도 조금 마음이 약해져서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축이고 말함.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피곤할까봐 만나자고 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그런 것 때문에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각자 알아서 있는 자리에서 따로 잘 살 거면 서로가 서로한테 무슨 필요가 있냐고. 자기한테 바라는 걸 한 번이라도 속 편히 얘기 해 본 적이 있었냐, 나는 너한테 뭐냐. 난 네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 같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은데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잘 살 거였으면 왜 사귀냐는 말에 달싹이던 입술이 기어이 닫히고 마는 츳키. 본인의 배려가, 보고 싶은데 말할 수도 없어서 눈물 글썽이던 날들이 쿠로오를 외롭게 만들었다는 걸 이제 알았으니까. 그동안 쿠로오가 느꼈던 저와는 다른 외로움의 무게가 츠키시마의 입을 닫게 만들겠지. 그래도, 나는 지금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목이 메어 거의 갈라질 듯 낮아진 목소리로 내가 앞으로 변하면요? 앞으로 쿠로오씨가 원하는 대로 달라지면요? 묻는데 거기에선 쿠로오도 놀라지 않을까.
옛날에 한참 두 사람이 이런 문제 없이 그저 장거리 연애에서 비롯된 애틋함에 쿠로오가 찡찡댈 때, 아주 우스개 소리로 했던 말이 생각나서. 츳키, 나 버리면 안 돼. 엄청 매달릴 거야. 하는 말에 농담으로 일관하다가 츳키가 저는 아마 쿠로오씨가 헤어지자고 하면 못 붙잡을 것 같은데. 했었거든. 쉽게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니니까, 자기는 말 주변도 없고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방법도 잘 몰라서 못 잡을 것 같다고. 그 말에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 그랬던 츠키시마가 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뉘앙스로 얘기 하는 게 의외고, 그럼에도 3년간 포기하던 게 익숙해진 관계에서 쿠로오는 힘없이 웃고 고개를 젓겠지. 변하지 않을까 싶었을 때도 있었지. 그런데 난 이제 너한테 기대 안 해. 더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결국 시선을 떨군 츠키시마가 한참을 멍하니 창문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임. 동그랗고 작은 머리 꼭지를 보는 쿠로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아 누가 쥐어짜는 것처럼 갑갑하고 시린데 이게 맞는 것 같아. 더 기대도 없고 설레지도 않고, 사실 몇 주, 한달 가까이 못 봐도 아무렇지 않은 연인 사이가 어디있어. 헤어지는 게 나은 거지. 이제 츠키시마도 대학생이고 상황 정리가 됐으니 이쯤 얘를 보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실 연애 감정이 사그라든 지는 좀 됐지만 나름 쿠로오도 츠키시마 상황을 기다려줬던 거.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냥 일어서 가는데 계속 창문을 쳐다보고 있는 츠키시마는 제게 시선을 주지는 않아.
그래, 이걸로 끝인 거지. 끝난거지. 그렇게 쿠로오가 완전히 돌아서 나가고 창문에 흐릿하게 비치는 실루엣으로 쿠로오를 바라보던 츠키시마는 쿠로오가 카페 문을 열고 나가는 그 소리에야 겨우 눈을 질끈 감고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헤어지고 밤마다 쿠로오 생각에 울다가 잠들고 술 조절 안하고 마시는 츳키 보고 싶다. 츳키는 쿠로오가 자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헤어짐을 고한 데에 대한 원망보다도 자기의 서툰 배려가 쿠로오를 외롭게 했다는 그 사실에 더 자책하면서 힘들어하는 거. 그러면서 그냥 과거의 자신이 마냥 계속 바보 같고 싫겠지. 그냥 투정 부릴걸. 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좋아한다고 계속 말할 걸. 무리해서 왔다고 핀잔 주지 말 걸. 좀 더 예쁘게 말할 걸. 쿠로오한테 못되게 말했던 것들만 생각나면서 힘들고. 헤어짐의 이유를 물었을 때 지었던 쿠로오의 표정이 생각나서 더 슬프고 서럽고.
그래도 늘 그렇듯 힘들다는 걸 티내고 싶지 않아서 낮에 사람들 대할 때는 최대한 아무일 없는 척 하려는데 짧게 한 연애도 아니었고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쿠로오의 생각으로 보냈던 츠키시마는 쿠로오랑 헤어지고도 온 세상에 남아 있는 쿠로오 잔상에 힘들어 해줬으면. 무슨 영화가 재밌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쿠로오씨랑 보러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아, 헤어졌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고 다른 사람들 연애 얘기 듣다보면 저절로 쿠로오랑 했던 일들이 생각나고, 자기가 쿠로오랑 하고 싶었던 일들이 연상되는데 생각해보면 다 츠키시마가 둘이 하고 싶어했던 것들만 많은 거야. 나중에, 나중에 꼭 해봐야지. 나중에 보러 가자고 해야지. 그냥 쿠로오와 하고 싶어 하기만 했던. 진짜로는 해보지도 못한 것들이 더 많아서 나중에 또 저도 모르게 아, 이거 쿠로오씨랑. 하는 생각이 들면 그래, 어차피 해보자고 하지도 못했을 텐데. 말하지도 못했을 거면서 하고 싶어하기는. 미련하게. 그런 생각에 자조하고.
근데 그렇게 생각은 들어도 너무 아쉬운 거야. 미련을 버릴 수가 없는 거. 또 츳키는 도쿄로 올라왔던 가장 큰 이유가 쿠로오였으니까 쿠로오가 없는 도쿄는 츳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거지. 그저 망망대해에 조각배를 혼자 타고 있는 것 같이 외로울 뿐이야. 잊어보려고 하루가 48시간 인것처럼 살아봐도 아쉬운 게 너무 많았어서 그런지 별 소용이 없어. 자기 좋다고 하는 사람도 일주일에 하나씩 나타나는 데 아직은 쿠로오를 잊을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계속 퇴짜 놓다보니까 사람 만나는 거에도 회의가 들고. 밤마다 눈물만 나고. 봄이 한참은 지났는데도 여전히 계속 춥기만 해. 술에 취해서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 있다보면 얼마 안겨보지도 못한 쿠로오 품이 너무 그립겠지. 오랜만에 만나면 좋아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그 얼굴도 그립고, 틈만나면 손가락 하나라도 닿아 있고 싶어하던 게 생각나는데, 결국 그 생각의 마지막은 우리가 하는게 연애인가? 묻던 쿠로오의 냉한 얼굴이야.
근데 사실 알고 있었어. 제게 더이상 쿠로오가 설레하지 않았던 그 시점을. 알고도 모른 척 했지. 지금만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분명 다시 좋아질 거라고. 점점 보고 싶다는 다정한 투정이 사라지고 무미건조해지는 쿠로오를 모르지 않았어. 그래도 이제 자기가 잘하면 될 것 같았단 말이야. 돌이킬 수도 없는 지난 일에 후회하고 자책하다가 술 마시고 자기도 모르게 쿠오로네 집으로 가는 버스 타서 그 동네까지 갔다가 내려서 조금 돌아온 정신에 아, 미쳤지 미쳤어 하고 막차시간 확인하는데 딱 하나 남아 있어서 건너 가려는 횡단보도 건너에서 쿠로오랑 딱 마주쳐줘.
쿠로오를 보는 순간 망했다 싶은데 그래도 보고 싶었던 얼굴이라 눈도 못 떼고 바라보고야 마는 찰나 쿠로오가 츠키시마 보고 인상 확 찌푸려서 눈물 후두둑 떨어지는 츳키.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런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쿠로오의 마음이 시들어갈 때, 제게서 멀어지던 때 처음 쿠로오에게 설렜던 그 마음만 반추하고 떠올리며 그 추억을 붙잡고 놓지 못하면서 사귀던 제가 비참해. 아니, 이제 그 때의 기억이 조작된 거고 사실 쿠로오는 한참 전부터 자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데 그냥 믿기 싫어서 착각한 걸까 싶기도 하고.
막차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고 될대로 되라, 우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건너려던 횡단보도에서 돌아서 일단 빠르게 걷고 보는 츳키. 눈물이 자꾸 앞을 가려서 시야는 희뿌옇고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서 정리 되지 못한 채 터져나오는 울음에 호흡까지 막히고 술에 취한 몸은 무거워서 지익, 지익 끌듯이 걷다 결국 바닥을 차듯이 걸린 걸음에 상체가 휘청이고 그대로 무릎을 굽히고 앉아 흐느끼는 츳키. 눈물이 고였다 흐를 틈도 없이 줄줄 흘러 안경이고 온 얼굴이 엉망인데 추스를 겨를 같은 건 없겠지.
너무 큰 울음이 목에 막혀 잘 나오지 않아 숨이 막혀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면서 밭은 숨을 내쉬려는데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확 팔이 잡혀서 일으켜짐. 자신을 경멸의 눈으로 볼 쿠로오의 얼굴을 볼 자신도 없고 이런 모습을 보이기도 싫어서 고개 숙인 채 뿌리치려고 하자 휘청이는 몸을 다시 양 팔로 잡아 세우는 쿠로오. 야, 너... 이젠 이름도, 성도 아닌 너 라고 지칭되는 그것마저도 목을 옥죄는 듯 아파서 저를 잡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는데 이미 힘이 풀린 몸으로 쉽진 않겠지. 죄송해요. 실수였어요. 찾아오려고 한 게 아니에요. 죄송해요. 울음과 술로 거의 뭉개진 발음으로 연신 고개를 젓는 츠키시마의 처음 보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에 쿠로오 마음 찢어져라.
처음 츠키시마 봤을 땐 뭐지?! 싶었는데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도망쳐서 자기를 보러 온 게 아니었나. 아주 조금 들었던 기대에 그럼 그렇지. 했는데 빠르게 가던 츠키시마가 다시 돌아보니 휘청하고 쓰러지듯이 주저 앉아서 놀라서 저도 모르게 달려왔는데 애 얼굴이 아주 엉망에 진짜 뼈랑 가죽만 남았나 싶게 말라있는 거지. 쿠로오도 술을 조금 마신 상태였는데 피곤함이고 술기운이고 다 날아가고 일단 츠키시마 잡아 끌어서 정류장에 앉힘. 이러다 진짜 기절하는 거 아닌가 싶게 소리도 없이 울다가 진정이 된 츠키시마가 안경을 벗은 채로 땅만 쳐다보는 걸 그저 쿠로오도 옆에서 침묵. 혼란스럽겠지. 왜 이 동네에 온 건지도 궁금하고, 이렇게 엉망이 된 모습도 처음이고. 설마 이게 자기 때문인가 싶고. 자기가 예상한 츠키시마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아서 훌훌 털고 혼자 잘 살 것 같았단 말이야. 힘들어도 자기만 힘들줄 알았지. 이렇게 앙상하게 말라서는 술냄새 풍기면서 우는 모습을 볼 줄이나 알았을까.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서. 아까보다는 한결 또렷해진 아직은 조금 술기운에 어눌한 목소리로 들리는 사과에 휙 옆을 쳐다보니 여전히 저는 쳐다도 보지 못한 츠키시마가 대충 안경과 얼굴을 닦고는 일어나서 가려는 걸 쿠로오가 잡음. 놀라서 잡긴 했는데 데려다 줘야 하는지 얘기를 해야 하는지 몰라 잡아두고만 있는데 잡힌 손목을 물끄러미 보던 츠키시마가 천천히 다른 손으로 그 손을 무르곤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함. 죄송합니다. 다시 이렇게 찾아오는 일 없을 거예요. 오늘도, 실수.., 였어요. 죄인도 아니고 연신 고개를 숙인 츠키시마를 보는 쿠로오도 마음이 약해져서 택시 잡아줄게. 타고 가. 하는데 그 말에 다시 떨군 고개에서 후두둑 눈물을 흘린 츳키가 고개만 도리 도리.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혼ㅈ..까지만 말하곤 다시 터진 울음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그냥 고개만 젓고 자꾸만 휘청거리면서 뿌리치고 도망가려는 거에 화나는 쿠로오. 그래. 너 알아서 해라. 하고 츳키 놓고 가버림.
그대로 그냥 쭉 가버리려고 했는데 신경이 어떻게 안 쓰이나. 너무 뒤가 계속 조용해서 모퉁이 돌기 전에 뒤돌아 보는데 망부석 마냥 그 자리에서 계속 서서 자기를 보고 있는 츳키가 있어. 자기가 돌아볼 줄 몰랐는지 멀리에서도 눈에 띌 만큼 화들짝 놀라서는 버스 정류장 안으로 쏙 숨어버리는데 쿠로오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음. 아아악. 소리지르고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은데 이미 새벽으로 넘어가고 있는 깊은 밤이라 그럴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가서 입막고 울고 있는 츳키 손목 잡아 끌고 집으로 데려감. 집 앞까지 울면서 힘없이 끌려오다가 또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 도리질 치면서 가보겠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거에 너 뭐 어쩌자고 찾아온 건데. 바락 화내는 쿠로오한테 온통 빨개진 눈으로 눈물 뚝뚝 떨구면서 이제 저도 진짜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는 츳키.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옛날엔 다음에 볼 생각을 하면서 참을 수 있었는데 헤어지고 나니 보고 싶어도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는 다음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될지 너무 힘들었는데, 하고 싶은 것들만 남아서 계속 보고 싶었는데. 이제 이만했음 된 것 같아요. 이제 웃는 쿠로오씨 얼굴이 더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요. 이제야 포기해서 죄송해요. 마지막까지 이래서 죄송해요. 바닥이랑 말하듯이 한껏 조아리고 말하면서 혼자 말하고 혼자 납득하는 건지 중간중간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하는 거에 그렇게 저 입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 헤어지고 나서야, 그것도 이제 진짜 저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랑 같이 들을 수 있음에 온갖 감정이 치밀어 올라 같이 울어버려라 쿠로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속상하고 서럽고 앞에서 울면서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참았다던 츳키 말에 가슴이 뛰는 것도 억울하고 이제 눈물 그쳐가는 츳키 앞에서 퐁퐁 눈물 쏟는 쿠로오 때문에 이젠 츳키가 놀라서 허둥댈 차례겠지. 뭐... 츳키 눈에 어른이라고 해봤자 고작 이제 갓 고등학생 졸업한 20대 초반 미숙한 거 많을 나이인데... 일단 너 오늘 집에 못 간다고 본인 집에 데려간 쿠로오랑 밤새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속내 얘기하고 싸울 거 대판 싸우고 어이없어 하고 다 턴 다음에 또 지지고 볶고 연애해줬으면.... 다시 사귀고 나서도 츳키는 여전히 속에 있는 말은 잘 못 할 테지만 결정적일 때 보고싶다, 사랑한다 한 마디씩 던져줘서 쿠로오 들었다 놨다 하게 됐으면 좋겠다. 평생 쥐여 살아라 쿠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