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츳키 가이드 쿠로오 보고 싶다. 센티넬의 이능력보다는 총명한 머리가 더 뛰어나 이능력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 가이드도 딱히 필요 없었는데 이능력 수치가 나날이 쭉쭉 올라가버리는 거. 머리도 좋은 애가 이능력도 강해지니 어절씨구 좋구나였지만 갑자기 상승하는 능력에 대한 부작용 역시 심하게 나타나는 편인데, 힘이 폭주하는 일은 없지만 그 힘을 모두 쓰고 나면 신체의 기능이 하나씩 없어져 버리는 것. 처음엔 후각이 마비되어 며칠 냄새를 못 맡는 정도로 그쳤지만 힘이 강해질수록 그 부작용도 가이드를 받지 못하면 손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식으로 심해져서 가이드를 찾는데 영 상성이 맞는 가이드가 없겠지.
손은 어쩌다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져서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그 다음으로 츳키에게 온 부작용은 두 다리의 마비인걸로... 별 생각 없던 츳키도 영락없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채로 시간이 한 달, 두 달 흐르니 영 막막하고 어쩌나 싶고. 나라에서는 자잘한 빌런들이 판을 치는 와중에 츳키 능력이 세져서 전기로 애들 지지고 다니니까 살았다 싶었는데 부작용이 너무 심해지다보니까 어쩌나 골머리지만 사실 츳키는 그런 건 상관 없고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게 가장 큰 막막한 이유. 딱히 현장에 못 나가고 공무원처럼 사무만 보는 게 적성에도 맞지만 멀쩡하던 다리가 처음부터 쓰는 법을 몰랐던 것처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다리로 걸어다니던 생활습관은 남아있으니까 불편해서 가이드를 찾고 싶은 거였지.
근데 조금 익숙해지니까 그럭저럭 그냥 체념하고 살만도한가 싶을 때 퇴근길에 들른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는데 빌런한테 인근이 습격 당해서 빵집도 뒤집어지고 건물들이 무너지는 여진에 츳키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넘어지는데 가판대 뒤에 있던 점원이 뛰어나와서 츳키를 감싸안는 거. 쏟아지는 빵이며 바구니들을 등으로 막으면서 츳키 머리 감싸고 안고 있다가 공주님 안기로 들고 건물 뒷쪽으로 도망. 지반이 흔들리고 갑자기 넘어지고 눈을 뜰 새도 없이 안겨서 이동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츳키는 남자가 창고 안으로 들어와 저를 바닥에 앉힐 때에야 눈을 제대로 뜸. 괜찮아요? 하고 점원이 눈을 마주치고 물어보는데 뭔가 이상해. 붙어 있는 건지, 어떻게 힘을 주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발 끝부터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야.
그리고 빠르게 츠키시마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 가이드...라는 거 어떻게 받는 거라고 했더라? 저와는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잊은 지 오래였던 기초 규범과 방법, 내용 같은 것들을 기억해봐. 자잘한 건 모르겠고 어쨌든 가장 큰 줄기는 그거였지. 스킨십. 츳키는 다시 지반이 쿵 울리는 지진 같기도, 폭발 같은 흔들림에 눈을 감는데, 숨어있는 건물이 흔들리자 반사적으로 또 츳키의 머리를 감싸 안는 남자의 품 안에서 또 그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래서 다짜고짜 저기, 죄송해요. 하고 자기 감싸안은 남자 얼굴 끌어당겨서 입술 박아버리는 츳키....
난데없이 키스 당한 남자는 깜짝 놀라서 감싸안고 있던 양 팔이 확 츠키시마에게서 떨어졌겠지. 몸은 굳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입술이 겹친 순간 바로 밀치지않는 반응에 살짝 눈 떠서 남자를 보고 입을 벌려 살근 그의 아랫입술을 무는 츳키.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목을 감싸고 좀 더 파고드는데 허공에서 허둥대던 점원이 그제야 츳키의 어깨에 손을 대고 밀어내려하는데 이미 츠키시마는 충분했지. 온전히 돌아온 다리의 감각에 생긋 웃고 번들거리는 입술 닦으며 가뿐히 일어난 츳키가 밖으로 나가 빌런들 때려잡고 상황 종료된 다음에 다시 창고로 들어왔을 때에도 멍하게 앉아서 입술 만지작거리는 남자에게 손을 뻗겠지. 가요.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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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빵집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던 남자 쿠로오씨의 아들 모 테츠로씨가 S급 전기 이능력 센티넬의 가이드로 밝혀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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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오랫동안 눈에 담아와서 꾸는 꿈인 줄 알았어. 그런 거 있잖아. 짝사랑을 오래 하면 한 번 쯤 꾸는 꿈.
..그랬어요?
사실 뭘 안다고 짝사랑이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계속 마음에 담고 있던 손님이었거든. 케이군은. ... 키스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 싶었는데. 그렇게 이루어질 줄은.
그래서 더한 것도 해본 소감은?
할 때마다 꿈 같아.
살갗을 붙이고 누워 바로 코를 맞대고 속삭이고 있으면서도 쿠로오의 목소리는 정말로 꿈결을 거니는 듯 뭉근하고 평소보다 낮았다. 닿아오는 숨결이 간지러워 그만 부끄러워지고 만 츠키시마는 쿠로오의 윗입술에 이를 세웠다.
그렇게 쿠로오와 츠키시마가 페어로 활동하면서 츠키시마가 크게 능력을 쓰고 신체 기능을 잃으면 쿠로오 품에서 회복하는 게 보고 싶어... 작게는 냄새를 못 맡아서 좋아하는 쿠로오의 케이크를 먹었는데도 맛이 나지 않는다며 입술 꾹 물고 혼자서 분해하는데 밥 먹을 땐 아무 내색도 안 하더니 조각 케이크 하나 맛이 안 난다고 입술 꾹꾹이를 하면서 손가락 테이블에 따그닥따그닥 하고 있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바로 양치를 하고 온 게 무색하도록 생크림을 혀에 올리고 츠키시마에게 키스하는 쿠로오라던가. 혀가 섞이면서 서서히 돌아오는 후각에 풍기는 희미한 민트향에 얽히는 혀에 스미는 생크림의 달콤함에 찌푸려진 미간이 풀린지 오래지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쿠로오를 끌어안은 츠키시마의 팔이라던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 곧 약점이라고 쿠로오 납치 당했을 때 우주 대멋짐 폭발하는 츠키시마도 보고 싶다. 빌런은 아니고 그냥 반대편 세력에 쿠로오가 공사장으로 납치당했는데 먹구름의 전기까지 번개로 만들어서 손가락 하나로 벼락으로 떨어뜨리는 츳키. 자랑하던 그 이성이라는 것도 쿠로오에 한해서는 다 어디로 증발해버리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어버린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묶인 손을 풀어주다 풀썩 쓰러지는데 그 날의 대가로는 시력이 사라져버리는 거.
눈을 떴는데도 온통 어두울 뿐이라 얼굴을 만지며 손 끝으로 눈꺼풀을 만져보는 츳키. 깜빡, 깜빡. 눈꺼풀은 움직이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어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진동으로 몸에 닿아와서 이곳이 어디라는 것은 알겠는데 덜컥 바닥도 천장도 아무 경계도 없는 어둠 속에 중력도 없이 홀로 남겨진 것은 아닐까 다른 모든 것도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무서워 조심스레 내본 목소리로 불러본 것은 쿠로오의 이름. 테츠로씨- 테츠- 테츠- 입에서 나와 귀로 돌아오는 목소리와, 제 목소리에 우당탕 달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짐에 안심하며 멈춰있던 호흡을 옅게 내쉬는 츠키시마. 소리가 들린 쪽으로 정확히 고개는 돌렸지만 이채가 돌지 않는 츠키시마의 눈동자에 쿠로오가 멈칫하고 천천히 뻗어오는 손을 잡아준 쿠로오가 츠키시마의 뺨을 감싸쥐고 조금 떨리는 손으로 눈 밑 여린 살을 쓸어주면 쿠로오의 잡은 손에서 조금씩 타고 올라간 츠키시마 역시 쿠로오의 얼굴을 쓰담아 주고.
다친데는 없어요?
너, 안 보여?
응. 이번에는 눈인가봐.
난... 괜찮아. 너... 눈...
여기. 딱지 졌는데.
악, 아야!
여기도.
아니, 악, 그, 선생님. 저기, 안 보이는 거 맞으신ㅈ, 악!
왜인지 이번에는 포옹도, 키스로도, 한 번 몸을 겹친 걸로도 츠키시마의 눈은 돌아오지 않아서 단독행동한 처벌 겸 회복으로 근신하게 된 쿠로오와 츳키. 사실 보통의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나 감이 뛰어난 게 센티넬이니 며칠 지나서 눈이 보이지 않아도 밥이 앞에 있으면 혼자 먹을 수 있는 정도지만 쿠로오 손에 고분 고분 제 모든 걸 맡기는 츳키. 밥 먹는 것도 쿠로오가 먹여주고, 면도도 해주고, 손톱 자르는 거, 약 바르는 거, 화장실 가는 거 빼고 다 쿠로오 손 타면서 싫다 소리 하나도 안 하고 뭐 하자 하면 군말 없이 입 벌려주고 몸 맡기는 거...
망망대해 같은 어둠 속에서 붙잡을 곳이라곤 쿠로오밖엔 없는 두 사람의 밤. 빛이 환한 낮이라고 해도 츠키시마로서는 알 수 없는 침대 위 절박하게 몸을 겹치는 그이들. 한 차례의 가이딩이 끝나고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츠키시마의 금안을 바라보다 쿠로오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데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그 위를 가볍게 누름.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아직도... 돌아오질 않잖아.
그게 왜요.
이제 내 가이딩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죠.
츠키시마 외의 센티넬에게는 통하지도 않던 쿠로오의 가이딩. 그마저도 이젠 츠키시마에게 효과가 없다면 원래 그렇게 높은 등급의 가이드도 아닌 제 효력이 끝났다면 물러나야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더이상 네 옆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다른, 네게 맞는 가이드가 다시 나타날지 몰라. 그런 말이 듣기 싫어 더 쿠로오의 손에 맡기지 않아도 될 모든 것을 맡긴 츠키시마라는 것을 알리 없는 쿠로오의 입에서 끝끝내 나오고만 자신 없는 목소리에 츠키시마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 대화를 끊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리를 비운 사이 쿠로오가 사라질 것만 같아 참았다.
대신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차라리 그를 끌어 안았다. 당신의 목숨을 가볍게도 말하던 그들의 세 치 혀에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모두 뺏긴 기분이었는데. 무슨 마음인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타의가 아닌 자의로 자신을 놓으려는 쿠로오의 말이 츠키시마는 못내 상처입고 만다.
다른 가이드는 싫어요.
그래도...,
...눈이 안 보이는 내가 싫어졌어요?
케이.
몸이 불편한 내 옆엔, 있고 싶지 않아요?
그만해.
그런 말이, 아닌 거 알잖아.
그럼 됐어요. 계속 안 보고 말지 뭐.
케이.
네.
그런 대답을 바라고 부른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억지에 가까운 떼를 쓰는 츠키시마를 보며 쿠로오는 기가 차 그냥 웃어버렸다. 알고 지낸지 그렇게 오래됐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밤낮으로 붙어 있으면서 파악하게 된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보기 쉽지 않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탓이었다. 다시 한 번 케이. 이름을 부르면 이젠 꼭 끌어 안고 있던 손도 놓은 채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그런다고 안 들리는 것도 아니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할 타이밍은 쿠로오가 웃어버린 타이밍부터 이미 글렀다. 속도 없이 제가 아니면 싫다는 말에 기쁘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운 탓이다. 쿠로오는 이미 지나가버린 타이밍을 탓하며 감은 츠키시마의 눈꺼풀에 가만히 입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