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와 보쿠토를 짝사랑하는 츠키시마와 그걸 지켜보다 짝사랑하게 되는 쿠로오 보고 싶다...

 

츠키시마의 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츠키시마가 소중하고 애잔하고 안타까워 더 아끼게 되는 아카아시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츠키시마가 귀엽고 아끼는 동생인 보쿠토와 느긋하게 관망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꾸만 사서 상처입는 츠키시마가 어느 순간부터 열받는 쿠로오.

 

언젠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츠키시마의 입에서 보쿠토를 향한 고백의 말이 나왔을 쯤엔 보쿠토도 아주 어렴풋이는 짐작이 형태를 잡기 시작했을 때였고 차라리 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안 될 것을 예상하고 던져지는 고백에 보쿠토는 가만히 츠키시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었음을 눈치챈 아카아시는 조용히 먼저 자리를 피해줬을 거고. 쿠로오만 막아보려했지만 어쩔 수도 없게 상황은 전개가 되었고 아카아시 손에 이끌려서 같이 자리 피하게 된 떨어진 곳에서 초조하게 다리 떨며 손톱 물어뜯는 쿠로오. 그 날은 한 여름 축제날이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떠들썩한 마츠리 어느 구석 한 켠. 벤치에 앉아 있던 보쿠토와 츠키시마. 

 

보쿠토씨, 좋아해요. 

 

라무네 병을 천천히 움직이며 구슬이 잘각거리는 소리를 듣던 츠키시마가 조그맣게 말하고. 어쩐지 짐작했던 목소리에 보쿠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츠키시마를 한 번 바라보고 울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거. 보쿠토의 대답이 없으니 다시 한 번 흘러나오는 츠키시마의 말. 보쿠토씨,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네 번쯤 시간을 두고 이어지는 고백에야 보쿠토의 손이 가만히 츠키시마의 어깨 위로 툭 올라왔다. 어깨동무를 하듯, 격려하듯, 응원을 하는 듯. 좋아해요... 다섯번째 대사에야 응. 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리곤 투박하게 두터운 손이 어울리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고개 숙인 츠키시마의 작은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잘그락. 라무네 병을 들고 있던 츠키시마의 손이 기울며 빈 병에서 손짓에 따라 아래 위로 움직이던 구슬이 멈추었다. 응, 고마워. 보쿠토는 먼저 일어섰고 츠키시마는 그러고 이어지는 침묵에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고. 토닥토닥. 등과 어깨 언저리를 도닥이고 먼저 떠나는 보쿠토의 긴 그림자만 하염없이보고 있는 거. 보쿠토가 아카아시와 쿠로오가 있는 곳으로 오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보쿠토를 조금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던 쿠로오는 씁쓸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하는 그를 지나쳐 그가 온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츠키시마를 찾아 가는 거. 

 

그리고 겨우 찾은 츠키시마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빈 라무네 병을 굴리며 데굴데굴 구슬만 굴리고 있고. 츠키시마를 찾는 내내 혹시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가슴 조이던 쿠로오의 걱정과는 다르게 츠키시마는 표정이 너무 덤덤해. 쿠로오가 츳키. 부르니 아, 쿠로오씨 하고 웃기까지하는데 그 얼굴에 쿠로오는 속이 확 뒤집어지는 기분이 듬.

 

 츠키시마는 오랜만에 유카타 입고 게다 신으니까 발이 좀 아픈 거 같아서 쉬고 있었다고. 아카아시씨랑 다들 어디 계시냐. 이제 가려고 했다. 답지도 않게 먼저 말을 늘어놓는 츠키시마는 이렇게만 보면 너무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아까 돌아온 보쿠토의 표정으로 봐서는, 아니 둘이 있었는데 보쿠토 혼자만 돌아온 것만 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제가 이 상황을 다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 것도 없는 척 하는 츠키시마한테, 아니, 그냥 이 상황이 짜증나는 쿠로오.

 

괜찮아? 하고 굳은 표정으로 물어보는 쿠로오에게 아, 이제 괜찮아요. 가요. 하고 일어서는 츠키시마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다시 묻는 쿠로오. 그거 말고. 괜찮냐고. 다 알고 묻는다는 걸 눈치 챈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눈을 살짝 피해 고개를 돌리고 쿠로오가 따지듯 말함. 안 괜찮겠지. 괜찮을 리가 없지. 근데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 쿠로오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날이 서있어서. 츠키시마도 발끈해서 쿠로오를 쳐다보며 항변하려 입을 여는데 쿠로오의 찌푸린 얼굴을 보자마자 흘러내리는 눈물이 먼저야.

 

그래. 차라리 울어라. 하고 츠키시마 안경 벗겨주고 벤치 앉힌 다음에 옆에 앉아 허리 수그리고 땅 보는 쿠로오. 분명 처음엔 삼각관계가 보이니까 흥미로웠을 뿐이었는데. 누군가가 가지게 될 감정의 무게 같은 건 쿠로오의 알 바 없이 그냥 재밌었을 뿐이었는데. 왜 츠키시마가 혼자 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핑 돌 정도로 화가 났는지. 왜 자기 앞에서까지 평정을 연기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거슬린 건지 쿠로오도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 

 

윽, 흑, 하는 아주 작은 소리만 내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던 츠키시마가  길지 않게 얼마 간을 울고 훌쩍이는 숨도 정리를 했을 때 조그만 소리로 말을 꺼내겠지. 안경, 주세요. 그 말에 쿠로오가 츠키시마를 보니 운 얼굴을 슬쩍 돌리고 손만 내밀고 있어. 울고 나니 창피한가. 그래봤자 여기서도 눈꼬리 빨개진 건 다 보이는데. 어라, 귀도 빨개졌네. 귀엽게. 농담을 하려다 그냥 말 없이 안경을 건네주는 쿠로오. 그 틈에 닿은 츠키시마 손가락이 뜨겁다. 장마전선을 앞둔 여름밤의 습기와 츠키시마의 손가락에서 닿은 열감이 축제날의 불꽃놀이 소리와 함께 쿠로오의 마음에도 번지던 밤. 혼자 울게 두고 싶지 않다, 힘들어 하는 옆엔 내가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쿠로오로 쿠로츠키 보고 싶다. 혼자 울지마. 하고 츠키시마가 힘들 때면 무슨 상황이건 달려와주는 쿠로오한테는 점점 편하게 기대고 제멋대로 굴게 되는 츠키시마도 보고 싶고...

 

츠키시마가 무의식 중에 쿠로오한테 투정부리고 편하게 대하다가 쿠로오의 그만 바보 같은 짓하고 멀어지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에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발끈할 때 쿠로오가 화난 얼굴로 빈정대면서 힘들때마다 날 이용한 주제에. 라고 하는 것도 보고 싶다. 맞는 말이라 츠키시마가 입 꾹 닫고 있다가 죄송해요. 사과할 테고 쿠로오도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어서 아차해서 침묵하다 계속 이용해. 혼자 울지마. 하고 마는. 이런 게 몇 번 이어지다 츠키시마가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하고 물을 때 쿠로오가 내가 널 좋아하니까. 고백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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