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에서 온나가타 하는 츳키 보고 싶어...!
시대물로 남자만 온나가타를 할 수 있었을 때 유랑 연극단에서 잘 팔리는 간판 온나가타를 하는 츳키. 마르고 춤 선도 예뻐서 화려한 기모노에 화장해 놓으면 정말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닌 것 같겠지. 당연히 미모 때문에 인기 많고 츳키를 그린 미인도도 잘 팔리는 거.
반면 쿠로오는 안 팔리는 화가. 화가지만 그림보다는 물감 조색을 더 잘해서 물감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편. 물감에 들어갈 꽃들을 따려고 숲에 갔다가 목욕하는 츳키 보고 선녀인 줄 알고 넋 놓고 보다가 화장이 지워지고 말간 얼굴이 나와서 사람인 걸 알기는 하겠는데 여전히 너무 예쁜 얼굴이라 자기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되는 거.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몸 선도 진짜 엄청 섬세하고, 씻는 것 뿐인데 몸짓이 하나하나 너무 예쁨. 한참만에야 지금 자기가 훔쳐보는 게 지금 제일 잘 나가는 그림 속의 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아 왜 명성이 자자한가 다시 한 번 감탄.
홀린 듯이 츳키를 훔쳐보다가 영감이 떠올라서 염료 재료 구하다 말고 화실로 돌아와서 목욕하던 모습의 츳키를 그려서 내거는데 츳키를 그린 다른 그림과는 다르게 붉은 염료도 쓰지 않고 파랗고 노란 색채의 그림이 굉장히 높은 가격에 팔리고 화가로서 재조명 받는 쿠로오.
츳키는 자기 그림이 뭐 어떻게 팔리던 신경도 안 쓰는 상태. 연기를 하라니까 연기를 할 뿐인 거라서 그 외 부수적인 명성이나 인기 같은 건 츳키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음. 그냥 자기가 할 일만 묵묵히 하는 걸로 무대에서 내려오면 진짜 인형처럼 표정이고 말이고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사실 온나가타를 하면서 단장의 사치를 위해 매춘을 해가며 극단에 붙잡혀 있는 거라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데 겉모습만 화려했던 거.
단장은 츳키의 아버지....로 할까. 그래서 도망도 못 가고 아버지한테 성희롱 당하고 부자들한테 성접대 하고 돈 받아 오고. 자살을 하려다가 걸렸을 때는 더 혹독하게 성적으로 학대 당하고 어릴 때부터 너는 내 노리개라는 세뇌를 당해서 인형 같은 삶을 살고 있던 츳키가 좋겠어. 그래서 나이 들고 자기 외모가 변해서 쓸모 없어져서 버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로.
쿠로오는 훔쳐봤던 츳키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런 그림마다 잘 팔려서 츳키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함. 츳키를 생각하면 영감이 막 떠오르고 그림이 잘 그려지니까. 그런데 공연표가 생각보다 비싸고 적당한 가격의 자리로 갔더니 너무 멀어서 얼굴이 안 보여서 애타는 쿠로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기억에서 츳키의 표정이 희미해져만 가서 괴로움. 물론 분장을 하고 있을 때에도 예뻤지만 화장을 지워지고 난 다음의 달빛 같던 츳키 얼굴이 너무 보고 싶음. 따로 만나고 싶어도 그럴 수 있을리 만무하고 그림도 다시 안 그려져서 물감이나 만들자 하고 산에 들어갔다가 절벽에 올라가서 다리 아래로 내리고 하늘 보고 있는 츳키를 발견하는 거지.
안 그래도 마른 애가 높은 절벽 끝에 앉아 있으니까 진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서 다급하게 츳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데 쿠로오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아예 바위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어서 제 심장이 다 떨어질 것 같은 쿠로오가 츳키 허리 낚아채서 절벽에서 멀어지게 해줘라.
그냥 절벽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있었을 뿐인 츳키는 어리둥절할 뿐이고 쿠로오가 위험하게 거기에서 뭐 하는 거냐고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서 떨어지면 어쩔 뻔 했냐고 하는 말에 조용하게 그래도 상관 없었는데. 친절은 고맙지만 신경 쓰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하고 쿠로오를 밀어내겠지. 다시 절벽으로 향하는 츳키 손목 잡아서 쿠로오가 절박한 표정으로 죽으면 안돼요. 하는 데에서 츳키는 이 사람 뭐지 싶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처음으로 누군가가 아무 이유 없이 제 존재를 죽으면 안 된다고 해준 게 기분 나쁘지 않은 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오지랖을 부릴 이유가 있나 싶지만 쿠로오는 츳키가 자기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인데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왜 이렇게 생기 없는 표정이고 위태로워 보이나 신경이 엄청 쓰이겠지.
정말 죽을 생각으로 거기에 있었던 거냐고 본인이 다 죽어가는 얼굴로 물어보는 쿠로오가 우스워서 꽃을 보고 있었을 뿐이라고 대답해주니 그제야 활짝 웃는게 참 저랑은 다르게 꾸밈이 없어서 그 얼굴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츳키.
꽃을 좋아하는 걸 알고 츳키를 봤던 산길에서 츳키를 기다리다가 야생화 다발을 건네거나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정말 달만큼 예쁘다고 해주는 말에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따뜻함을 느껴서 천천히 인형 같던 츳키 얼굴에 생기가 돌았으면 좋겠다. 돈으로 자기를 사서 더듬으며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들의 사탕발림보다 서툴고 수줍은 쿠로오의 고백이 마음에 들었던거지.
쿠로오는 츳키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면서 계속 좋은 그림을 그리고 점점 잘 팔리는 화가의 반열에 들고 따뜻하고 소중한 감정이라는 걸 쿠로오에게 배운 츳키의 연기에도 물이 올라서 더 인기가 많아져라. 굳이 연극단이 떠돌면서 관객을 모으지 않아도 알아서 관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아짐.
공연만으로도 수입이 짭짤하니까 자연히 츳키의 매춘도 잠시 끊기게 되는데 그 비는 밤에 쿠로오와 산에서 꽁냥꽁냥 하는 츳키 보고 싶다. 처음 만났을 때는 무턱대고 허리부터 끌어안았으면서 지금 자기가 손만 잡아줘도 얼굴이며 목이며 귀까지 빨개지는 쿠로오가 웃겨서 자기 제대로 못 쳐다보는 쿠로오 엄청 놀리는 츳키.
그러다가 쿠로오가 자기도 남자인데 이렇게 농락당하기만 하는 게 억울해서 자기 옷자락 만지는 츳키 손목 붙잡아다 끌어당겨서 먼저 키스하는데 키스하고 난 뒤 보인 츳키 얼굴이 진짜 예뻐서 눈물 흘렸으면 좋겠다. 예술가 감성... 달빛에 희게 빛나는 피부에 감았던 눈이 들어올려지면서 가지런한 속눈썹이 나비 날개짓 마냥 여리게 움직이고 달을 닮은 옅은 갈색 눈동자가 드러나는 과정도 예쁘고, 아무것도 없는 얼굴에 살포시 웃음이 번지는 그 과정이 하나 하나 느리게 보이면서 가슴 벅찬 나머지 눈물이 흘러버리는 쿠로오.
예술가 영혼에 불이 지펴져서 츳키 웃는 얼굴로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정계 높은 직책의 나으리에게까지 소문이 퍼지게 돼야 한다. 인형 같은 미모가 환하게 웃으면 세상 혼자 사는 것 같이 예쁠 테니까 그래야 마땅해.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니까 갑자기 다시 츳키를 따로 부르고 싶어하는 부자들이 생겨나고 츳키 아빠를 돈으로 매수하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매춘 해야 하는 상황이 된 츳키가 보고 싶어. 처음으로 그런 건 싫다고 반항하다가 맞고 혀 깨물고 죽겠다고 난리 쳐서 재갈 물려진 다음 묶여서 밖에 못 나가고 갇히는 거. 하얀 속기모노만 입고 긴 머리 풀어져서 재갈 물린 다음에 손 뒤로 가게 해서 묶여있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예쁘겠네.... 개인적으로는 손 위로 들어올려서 묶어 놓는 게 좀 더 섹시할 것 같은데 그러면 애 팔도 상하고 손목도 더 상할 것 같으니까 상품가치 떨어진다는 생각에 그렇게는 안하고 도망가지 못할 정도로만 곱게 묶어 놨을 것 같아. 츳키 머리 곱슬이니까 정수리에서부터 굵게 곱슬거리는 긴 머리였으면 좋겠다.
츳키네 아빠도 안 그러던 애가 반항을 하니까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다가 쿠로오 존재 알아차릴테지. 돈 벌만큼 벌어서 사람도 쓸 수 있는 단장이 쿠로오 잡아다가 해코지했으면. 네가 감히 내 돈벌이를 망쳐놨구나 하고. 너 때문에 우리 돈 줄이 돈을 포기하겠다고 한다면서 사람 시켜서 쿠로오 때리면서 내 돈줄한테서 떨어지라고 하는 거. 쿠로오는 맞아서 곤죽이 된 상황에서도 츳키 사랑한다고 츳키를 포기할 수 없다고 버팀. 아무리 애를 패도 쿠로오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뭐 막 그러니까 그걸 듣던 단장이 단도를 꺼내서 쿠로오 손등에 칼날을 세워서 손목에서 손가락 쪽으로 길게 힘줄 따라 그으면서 피 내면 소름 끼치겠다.
-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 듣지. 너도 돈벌이 수단을 좀 없애줘야 내 심정을 알까? 보아하니 우리 애를 그려서 돈 좀 깨나 벌었던 모양인데. 그 그림 아주 못 그리게 해줄까. 한 번 빌어먹고 살아봐야 돈 줄이 돈을 못 벌어오겠다고 했을 때 내 심정을 알 수 있겠어?
하고 생채기만 내던 데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힘 줘서 손등에 칼날 박으면서 손가락 자르려고 하니까 자기 예술을 포기할 수 없던 쿠로오가 결국은 항복하고 츳키 아빠는 만족하겠지.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으면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묶어 놓은 츳키 앞으로 그런 쿠로오를 데려가겠지. 아가, 이 놈은 사기꾼이었단다. 널 그려서 떼 돈을 벌 생각밖에 없던 못된 놈이었단다. 하면서 쿠로오가 그렸던 그림들도 같이 그 앞에 뿌리는 거.
츳키는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얼굴 못 알아볼 정도로 두들겨 패 놓은 것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들리는 말도 가관이라 눈물 주륵주륵 흘리면서 고개 젓는데 눈 앞에 들어온 그림들은 정말 전부 분장이 지운 자신의 얼굴인데다 쿠로오에게만 보여줬던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츳키. 그런데 그 그림 중에는 쿠로오랑 자기랑 정사하는 춘화까지 있어서 순식간에 진창으로 떨어진 것 같았겠지.
다리를 벌리고 남자를 받고 있는 춘화에 츳키가 시선을 못 떼고 충격을 받은 것 같자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그림을 들어서 츳키에게 보여주면서 속삭이는 단장.
- 보렴. 너는 저 치에게 그냥 돈벌이 수단이었을 뿐이야. 저 치가 너를 이렇게 팔아서 얼마나 돈을 벌었는 줄 아니. 저 사기꾼은 네 얼굴만 보고 꼬인 벌레였을 뿐이야.
충격에 마른 가슴만 들썩이며 숨 몰아쉬는 츳키 반응 살피고 입에 물린 재갈 잠깐 풀어주는 단장. 츳키가 더듬더듬 쿠로오 부르면서 아니죠?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달라고.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달라고 하는데 쿠로오는 제 손가락이 잘릴 것이 무서워서 츳키를 포기한 게 맞으니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한심함에 피실피실 웃으면서 울기만 할 것 같다. 그런 쿠로오의 침묵이 긍정이라고 받아들여진 츳키가 악쓰면서 아니라고 해달라고 하다가 정신 잃고.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곳간이 아닌 푹신한 이불 위일 것이다.
멍하니 일어나서 상황 정리하고 있는데 싱글벙글한 표정의 단장이 들어와서 츳키가 깬 걸 보고 더 활짝 웃으며 아가 좋은 소식이란다. 연기하기 싫어했었지. 너를 첩으로 삼고 싶다는 분이 계신다. 그 그림쟁이의 그림을 보고 너에게 반했다지 뭐니. 그런 사기꾼의 그림도 쓸모가 있었어. 하는 거.
어딘지 현실감각이 없었던 츳키에게는 사형선고 같은 말에 츳키가 한 손으로 자기 이마부터 코, 뺨으로 쓸어보면서 마지막에 쿠로가 그랬듯이 피실피실 웃었으면 좋겠다. 결국은 이 얼굴이었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단장은 애가 방긋방긋 웃으니까 보기 좋다고 좋아하고.
단장에게 평생 사치부리며 먹고 놀 정도의 돈을 줄테니 아들을 첩으로 들이고 싶다는 왕계 직속 친척쯔음 되는 사람의 제안이 있었던 거라서 단장은 정신차린 츳키를 팔기 위해 열심히 준비함. 단장에게 있어서 츳키는 상품일 뿐이어서 쿠로오는 앞 뒤 안 가리고 때렸지만 츳키 외형이 상하지 않도록 묶어놨던 거라 딱히 회복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음. 그래도 애가 좋다는 사람을 눈 앞에서 망쳐놨으니 혹시라도 전처럼 혀를 깨물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옛날의 인형 같은 얼굴로 멍하게 하자는 대로 잘 따라오는 츳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츳키가 부잣집에 팔려가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자기 얼굴이 예쁘다는 걸 이용해서 애첩 노릇 제대로 하는 것도 보고 싶다.
안 그런 듯 엄청 요사스러운 츳키...!! 보라색 기모노에 화려하게 치장하고 춤추던 애라서 손동작 같은 거 엄청 우아하니까 츳키 들인 남자도 정신 못 차리고 츳키가 바라는 건 뭐든 해주려고 하게 되는 거 좋다. 무표정인 애가 평소에 바라는 것도 없고 그저 꽃만 보면 살며시 웃으면서 자기한테 말까지 붙여주는데 가뭄에 콩나듯 웃는 얼굴에 홀려서 츳키가 머무는 별채의 정원을 온통 온갖 꽃천지로 만들어 준다거나.... 츳키가 처연한 표정으로 잠자리 가지고 난 다음에 외롭게 하지 말아달라며 안기거나.... 아주 들었다 놨다 난리 나는 게 보고 싶다. 요부...
아무튼 그러는 와중에 츳키가 자기 초상화가 가지고 싶다는 식으로 운을 띄웠으면 좋겠다. 젊음은 한 순간이고 이 얼굴도 금방 지나갈지언데 시간을 붙잡을 순 없으니 그려두고 추억하고 싶다고. 자신의 얼굴이 변하면 나으리께서도 찾아주지 않으실 테니 제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과거를 붙들고 살고 싶다는 말에 부자 마음 철렁하겠지. 왜 그러냐고 아니라고 이렇게 예쁜데 그럴리가 있겠냐고 달래면서도 츳키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는 어조로 얘기한 게 처음이라서 자기 힘이 닿는 대로 명화가들을 다 불러주려고 하는데 츳키가 저를 푸른 빛으로 그리던 화가가 있습니다. 그 화가가 그려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서 부자가 수소문해서 쿠로오를 찾아다 츳키를 그려달라고 해서 재회하는 두 사람이면 좋겠어.
츳키가 자기를 원한다는 말에 냉큼 수락해서 오기는 했는데 다른 남자 품에서 애첩 노릇하는 츳키를 보는 건 쿠로오한테도 못할 짓이었음. 츳키는 시종일관 쿠로오에게 아는 척도 안 하고 가만히 그림을 그리는 쿠로오를 보고만 있어서 쿠로오가 아는 척을 먼저 할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으면서 처음 츳키를 만났을 때처럼 인형 같은 츳키를 그려나가는 쿠로오. 단장의 방해에 그렇게 헤어지고 쿠로오는 좀 정신을 놓고 그림만 그리면서 살았는데 다른 남자 무릎에 앉아 있는 츳키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답고 고고한 것이라서 더 속이 쓰리고 그러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다시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다.
꽃을 좋아하는 츳키 때문에 초상화에도 꽃을 넣어달라는 부자의 부탁이 있어서 츳키가 앉아 있는 의자 뒤에도 화병이 잔뜩 있었는데 그 꽃 때문에 벌이 꼬여서 츳키가 움츠러들었으면 좋겠다. 그거 쫓아주려고 가까이 갔다가 쿠로오가 벌 쫓고 발 밑에 놓인 작은 화병에 발이 걸려서 츳키가 앉아 있는 의자 팔걸이에 손 짚어서 순식간에 둘 사이가 가까워면서 눈 마주치는 클리셰가 있었으면 하니까. 서로 길게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쿠로오가 무심결에 츳키 얼굴 쓰다듬으면서 여전히 곱습니다. 하고 중얼거렸으면. 츳키는 시선 떨구고 고개 꺾어서 그런 쿠로오한테서 벗어나려는 거에 정신 들어서 쿠로오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겠지.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츳키가 그 날의 그림을 마무리 하고 가려는 쿠로오에게 완성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말 걸어줘라. 츳키를 좀 더 보고 싶어서 일부러 더디게 그리던 자기를 파악해서 하는 말인가 혼자서 찔린 쿠로오가 앞으로 서너일 정도만 더 달라고 하니까 츳키는 무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고.
먼저 말을 걸어준 츳키가 좋아서 뭔가 더 말을 섞고 싶지만 일하고 돌아온 부자가 집에 오자마자 츳키를 찾아 와서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쿠로오. 포기하고 천천히 걸음을 떼는데 그 날 따라 바로 츳키를 희롱하는 소리랑 츳키 신음이 들려서 괴로운 쿠로오였으면 좋겠고..
그 다음날부터 쿠로오는 틈틈이 츳키에게 말을 거는데 츳키는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다시 시종일관 쿠로오 무시하고. 결국 저를 향한 츳키의 목소리나 미소는 다시 보지 못한 채 그림이 완성되는데 완성된 초상화를 벽에 걸어 보이자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쿠로오한테 다가온 츳키가 그림을 찬찬히 훑고는 그 옆에 서 있는 쿠로오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줬으면 좋겠다.
예쁘네요. 전보다 훨씬 그림이 좋아진 것 같아요. 하면서 쿠로오 손 잡아주는 거. 쿠로오는 너무 다른 온도 차이에 얼떨떨한데도 웃는 츳키 얼굴에서 눈을 못 뗌. 츳키가 고개 비스듬히 기울이면서 쿠로오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쿠로오 얼굴을 감싸면서 말을 이어나가겠지.
- 여전히 제가 곱다고 하셨죠. 다행이에요. 아직 당신 눈에 제가 어여뻐 보여서.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어음표를 쿠로오의 소매에 넣어주면서 안기듯 가까이 가서 계속 속삭이는 츳키.
- 당신이 나를 예쁘다고 해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런 얼굴로 태어난 것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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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옆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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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당신은 나를 팔았죠.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당신을 마음에 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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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습죠. 이 껍데기만 아니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잖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변해버릴 걸.
초상화 앞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츳키의 몸짓이 하나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아서 뭔가 위화감과 츳키의 분위기에 압도돼서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쿠로오의 손을 츳키가 다시 감싸며 무언가를 쥐여주겠지.
-그러니까, 나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얼굴로 죽고 싶어요.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의 손으로.
쿠로오 손을 양손으로 쥐어서 들어올린 츳키가 순식간에 단도를 쥐여준 쿠로오 손으로 제 목을 찌르는 걸로 자살했으면... 쿠로오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자기 손에 잡힌 단도로 츳키 턱 아래에 칼이 박혀서 가슴 바로 아래까지 쿠로오 손으로 깊게도 찌르는 거. 목이 찔려서 그어지면서 츳키 목에서 튄 피가 쿠로오에게도 튀고 손에 느껴지는 선뜩한 감각과 핏방울에 뒤늦게야 손에 쥔 칼을 놓아보지만 츳키는 천천히 무너지듯 쓰러지고 있었음.
홀가분한 얼굴로 웃으며 죽은 츳키를 부둥켜 안고 울던 쿠로오는 그 곳에서 도망치고 나서도 미치광이처럼 숨어서 츳키만 그리고 술에 절어서 살다가 술에 취해서 처음 츳키를 품에 안았던 그 절벽에서 달을 닮은 꽃을 내려다보다 바람에 휘청여서 떨어져 죽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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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시스터즈 - 가시리>
이름 모를 꽃을 꺾어 내 품 안에 안겨주고
서툰 설렘 하나 그 웃음 하나 남겨준 사람
뜨겁게 날 안아주고 참 가벼이 떠난 그대
멀리 날아가는 저 새들처럼 쉬이 갔더라
그 마음결을 휘휘돌아 세월은 흐르더라
한낮 깨어날 꿈이리라 잠시 쉬어갈 마음이라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닮아 변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 꽃 나를 바리고 가시리 꼭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이렇게 가시리
슬픈 이 내 노래
서러운 나의 맘이 찬란히 슬프더라
한낮 깨어날 꿈이리라 잠시 쉬어갈 마음이라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닮아 변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 꽃
나를 바리고 가시리 꼭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이렇게 가시리
기억이란 또 무엇이며 남겨진 추억이 무엇이랴
나를 위한 엘레지
사랑 애통한 노래어라 눈물 가득한 비극이라
멀리 날아가는 저 새를 닮아 떠난 사랑아
그대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 꽃
나를 바리고 가시리 꼭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영원히 가시리
슬픈 이 내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