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쿠로오 츠키시마 육아물
꾸벅꾸벅 조는 애기가 졸다가 결국에는 개한테 엎어져서 개가 어쩔 수 없이 같이 30분 동안 낮잠을 잤다는 짤을 보고 개 수인 쿠로오랑 애기 츳키 보고 싶어졌다.
애기 츳키 공룡 장난감 늘어놓고 저렇게 졸고 있는 거 개 수인인 쿠로오가 자기 품에서 재워줬으면 좋겠다ㅠㅠㅠ 아ㅠㅠ 애기 완전히 잠들면 사람모습으로 둥가둥가 안고 제대로 편하게 눕혀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유치원 다닐 때는 등 하원 하는 거 맨날 쿠로오가 보내주겠지. 처음 유치원 가는 날 안 갈 거라고 쿠로오한테 붙어서 안 떨어지고 울면서 떼 쓰는 거에 쿠로오 난감해 하면서도 사실 기뻐했으면.
유치원생 츳키가 이것 저것을 배우게 되고 공룡을 좋아하기 시작하는데 백과사전 같은 거 보면서 쿠로오한테 어순도 안 맞는 말로 발음도 안 되면서 공룡 설명해주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림 짚어주면서 옹알옹알하는 거 세상 모든 귀여움을 다 갖다 붙여 놓은 것일 것...
그 즈음부터 맨날 공룡인형 안고 자니까 한 번은 쿠로가 케이, 공룡이 좋아 쿠로가 좋아? 했다가 한참 마음 속에서 공룡에 대한 주가가 엄청난 케이가 바로 대답 못하고 으,어, 하고 잠깐 멈칫하니까 쿠로가 장난식으로 공룡이 더 좋구나...?ㅠㅠ 해서 츳키 울렸으면ㅋㅋㅋㅋ 안니야..!! 쿠로가 더 좋아ㅠㅠㅠㅠ 하고ㅠㅠㅠㅠ 쿠로오가 속상한 얼굴이 더 속상한 애기 츳키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 날은 하루종일 쿠로 상처 받았을까봐 쿠로! 나 쿠로가 더 좋아, 이거 봐. 공룡 이거 멋지지. 아, 근데 쿠로가 더 머시써 하면서 쿠로 주위 더 맴맴 도는 애기가 보고 싶은 것.... 쿠로오는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해졌다가 애기 반응에 광대승천. 상상하는 나도 광대승천.
애가 언제나 무탈하게 자랄 수는 없는 법이고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워서 얼굴에 생채기 하나 달고 올 때가 있을 텐데, 그럼 그 면전에서는 연고 발라주고 밴드 붙여주면서 왜 그랬어, 친구들이랑 사이 좋게 지내야지. 하면서도 엄청 속상한 쿠로오 일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츳키 얼굴에 상처 냈는지 알아보고 그 할퀸 자국 낸 애 찾아가서 개 모습으로 일부러 혼내듯이 멍멍 짖어서 그 애기 눈물 한 번 빼고 오는 거 좋다ㅋㅋ 사실 같이 유치한 쿠로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낮잠 자는 츳키 보듬보듬. 그 날 이후로 몸 쓰면서 싸우지 못하게 하고 어그로를 가르치는 것도 쿠로일 듯. 몸으로 싸워서 다치지 말고 그 전에 말로 다 이겨버리라며..ㅋㅋㅋ
언제는 츳키가 하도 공룡을 좋아하니까 쿠로가 인간모습으로 공룡 잠옷 입고 쨘! 했는데 츳키가 그게 쿠로오 인 것도 알겠고, 그냥 공룡 옷을 입었을 뿐이라는 것도 아는데 그 느낌이 마치 공룡이 쿠로오를 먹은 것 같이 보여서 (보아뱀 속 코끼리처럼) 냅다 우는 츳키도 보고 싶은 것.... 싫어 그거 벗어 아니야 공룡 아니야 쿠로야ㅠㅠ하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 줄 몰랐다가 공룡보다 쿠로의 모습인 채의 제가 더 좋다는 소리인 걸 알고 다음부터 절대 공룡 옷 안 입는 쿠로. 그리고 그 다음부터 츳키의 공룡 앓이도 좀 줄어들고...ㅋㅋㅋ 각자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소중해지는 유년시절이겠지.
집사니까 요리 완전 잘하는 쿠로였으면 좋겠다. 요리하는 모습 보면 대충 대충 뚝딱뚝딱 하는데 나오는 것들은 퀄리티 짱이고. 한 번에 여러 개 만들 수도 있고. 츳키 도시락 엄청 귀엽게 잘 싸줬으면 좋겠어... 영양과 색 조합을 생각한 도시락 구성.
저학년때는 애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으로 도시락 싸줬는데 츳키가 좀 더 자라고 나서는 왠지 부끄러워서 그거 이제 싫다고 다른 걸로 싸달라고 주저하면서 말해줬으면. 그래도 사실 츳키가 아직 귀여운 도시락을 좋아하는 거 알고 집에서 밥 먹을 때만 접시에 예쁘게 만들어주고 학교 도시락만 얌전해지는 것도 좋겠다. 저녁 밥상에 예쁜 자기 밥이 나오면 아닌 척 입술 씰룩씰룩하면서 좋아하는 츳키를 보는 게 쿠로오의 보람이겠지.
수인의 경우 3년 안에 모든 성장을 마치고 25살 정도의 모습에서 성장을 멈추고 늙어가는데 쿠로오는 3년 동안 집사 수업 같은 거 다 마치고 츳키네 집에 들어온 거라 츳키가 계속 보고 자란 건 한결같은 모습의 쿠로라서 애기가 한 번은 물어보겠지.
쿠로는 왜 나이를 안 먹어? 쿠로는 왜 내 옆에 계속 있어?
하면 태연스럽게 츳키 옆에 변함 없는 모습으로 계속 있어주겠다는 약속의 증표야 이렇게 넘기는데 새삼 자신의 시간과 츳키의 시간이 다른 게 서글픈 쿠로가 밤에 자는 케이 들여다보러 올 것 같다.
처음 츳키를 봤을 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가였는데 잠든 츳키 얼굴이 많이 자라있어서 그러게 언제 이렇게 컸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를 때가 있었는데 이제 말도 이렇게 잘하고 하면서 잠깐 여기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쿠로였으면 좋겠다. 츠키가 나이를 먹는 만큼 쿠로도 나이를 먹어서 점차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쿠로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시간은 붙잡아 둘 수가 없는 거라 츳키는 점점 자라고 사춘기가 돼서 옛날만큼 쿠로에게 다정하고 살갑지 않은 시기가 오겠지. 뭘 해줘도 틱틱대고 간섭하지 말았으면 하는 눈빛이 되는 거. 말을 붙이는 쿠로가 귀찮아 죽겠다는 반응이고.
츳키가 자라면서 그의 세상도 넓어져서 이젠 그 세상 속에 제일 소중한 게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쿠로가 조금 쓸쓸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츳키보다는 츳키네 부모님과 대화하고 함께 있는 경우가 더 많아져 가고.
개 수인의 경우 수명은 길어야 25년. 평균 20년. 관절도 점점 안 좋아지고 체중도 줄고 힘도 약해지면서 몸의 기능이 하나씩 고장 나고 있다는 걸 실감한 쿠로오는 츳키네 부모님한테 다시 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함. 이제 츳키도 자랄 만큼 자랐고 자기의 지금 몸 상태로는 집안일에 전력을 쏟을 수도 없어서 더 이상 이 집에 자기가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츳키네 부모님도 좋은 분들이라 그냥 일하지 말고 집에서 쉬고만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지만 쿠로가 그럼 자기가 점점 더 퇴물이 되는 걸 실감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해서 결국 쿠로 뜻에 따라서 쿠로가 집을 나가기로 함.
그런데 이미 센터에 늙고 병든 수인들을 돌보는 곳이 만실이라 자리가 날 때까지 약간의 유예기간이 생겨서 그래도 당분간은 츳키네 집에 있어야 한다. 이 집을 떠나기로 하면서 츳키에 대한 추억을 다시 꺼내서 되짚어 보는 쿠로. 츳키가 처음으로 글씨를 배워서 써준 편지, 싫다고 우는 바람에 한 번 밖에 입지 못한 공룡 잠옷, 자신의 보물이지만 그래도 제일 소중한 건 쿠로니까 나눠주겠다고 선심 쓰듯 뿌듯한 표정으로 나눠줬던 유리구슬들. 같이 찍은 사진 같은 것들 꺼내서 보고 정리하면서 시간 참 빠르다고 생각하는 쿠로.
부모님에게서 쿠로가 조만간 요양원으로 갈 거라는 얘기도 들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앨범 같은 걸 뒤적이는, 조금 작아진 것 같은 쿠로 등 같은 걸 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츳키. 처음 부모님이 늙은 수인들이 여기서 고생하다가 떠나는 것보다는 센터로 가서 편하게 있다 가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설명해줬을 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막상 이별을 준비하는 쿠로 모습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츳키.
뭐하냐고 불쑥 방에 들어왔을 때 짜증내고,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데에 무시하고 밖에 나갔다 들어오고, 잠도 안자고 늦게까지 자기 기다려주는 쿠로한테 미련하게 그러고 있다고 툴툴댄 것들이 그제야 후회되겠지. 그치만 또 그걸 사과하자니 눈물 날 것 같고 창피해서 표현도 못하고 끙끙 앓는 거....
그러다가 시험기간이라서 시험을 보고 일찍 집으로 귀가한 츳키인데 자기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언제나 문까지 나와주던 쿠로가 보이지 않아서 다급한 마음으로 쿠로를 찾으로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는데 거실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잠들어 있는 쿠로오 얼굴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거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살짝 쿠로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보고 미세한 숨결이 느껴져서 그제야 털썩 주저 앉아서 안심하는데, 자기가 이렇게나 가까이 왔음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쿠로가 정말로 이제는 자기 곁을 떠날 것임을 실감하고 참을 수도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쿠로오 허벅지에 기대서 훌쩍 훌쩍 우는데 그제야 잠에서 깬 쿠로오가 그런 츳키 머리 쓰다듬어 주면서 왜 울어, 시험이 많이 어려웠어? 하고 눈치 없는 질문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마는 츳키.
- 울지마. 열심히 했잖아. 다음 번에 더 잘하면 되지.
- 오랜만에 부리는 어리광은 좋은데 네가 이렇게 울면 내가 속상해.
- 이제 네 공부는 너무 어려워서 내가 가르쳐 줄 수도 없네. 미안해.
그런데 달래준다고 하는 말이 저 모양이라, 이제 자기는 더 잘해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쿠로오는 자꾸만 자기한테 뭘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게 더 서럽고 슬퍼서 더 왈칵 울음이 터져서 엉엉 우는 츳키.
결국 쿠로오가 센터의 요양원으로 떠나는 날이 오고 쿠로를 데려다 주고 이제 그만 츠키시마네는 가야하는데 차마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다정하고 낯 간지러운 말도 나오질 않아서 주저하는데 그걸 눈치챈 쿠로가 와서 머리 쓰다듬어 줬으면. 그래도, 가끔은 보러 와 줄 거지? 하고 웃으면서. 울고 싶지 않은 츳키가 잔뜩 찌푸리고 고개 끄덕이고 진짜 시간 날 때마다 보러 왔으면 좋겠다. 불쑥 쿠로오 한테 와서 산책 가자 쿠로. 하고.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그러다 갑자기 뭔가 바빠져서 잠시 쿠로오를 보러 가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센터에서 연락이 오겠지. 감기에 걸렸었는데 워낙 노화가 많이 진행됐고 다시 회복이 어려울 것 같은데 아마 오늘이 고비일 것 같다고.
다급하게 온 가족이 쿠로를 보러 가는데 창백하게 마른 쿠로오가 좁은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있고. 그걸 보자마자 눈물이 터진 츳키가 쿠로오 손 잡으니까 쿠로오가 눈을 뜨고 웃는데 이미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음. 변하지 않고 계속 내 옆에 있어줄 거라며. 그런 원망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츳키지만 사실 쿠로에게는 잘못이 없고 더 잘해주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원망이라는 것도, 그렇게 말하면 아무런 잘못도 없으면서 미안하다고 할 쿠로오인 걸 츳키가 제일 잘 알고 있겠지. 미안하다는 소리도 듣기가 싫고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쿠로오에게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데 힘없는 손이 눈물을 계속 닦아주는 거.
- 케이, 키가 또 큰 것 같네.
- 별 일 없지?
- 누가 괴롭히는 애들도 없고?
- 요즘 일교차가 심한 거 같아. 감기 조심해야 돼. 나 봐. 이렇게 고생하잖아.
희미하게 들릴 듯 말듯 들려오는 말들이 오로지 저만을 위한 건데 츳키가 생각나는 건 자기가 쿠로한테 쌀쌀맞게 대했던 것들 뿐이라 고개만 저으면서 울겠지. 네가 좋아서 나한테 온 게 아닌데, 내가 너를 선택해서 네가 나한테 온 건데. 그럼 더 잘해줄 걸. 너한테는 나밖에 없었는데 네 세상이 나였는데. 더 많이 더 많은 시간을 너랑 보낼 걸.
- 다 나으면... 산책 가자. 또... 산책 가자...빨리 나아야지. 고작 감기인데. 쿠로...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전부 다 해버리면 정말 쿠로오가 멀리 떠날 것 같아서 대신 아무런 말이나 하는데 산책이라는 말에 활짝 웃으며 눈을 감는 쿠로오.
눈을 감자 이명이 울리며 어린 잔디의 연녹색과 하늘 가득 흩날리던 연분홍 꽃잎. 날리는 꽃잎을 잡아보겠다고 깡총대던 츳키가 결국에는 꽃잎을 잡고는 햇살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던 옛날의 행복했던 장면이 펼쳐졌다.
산책, 좋지. 꽃도, 녹음도, 나비도, 새도. 그리고 내 옆에서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너도. 사실 아무 것도 없어도 네가 옆에 있어서 행복했어. 날 선택해줘서,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네가 부르는데, 대답을 해야 하는데 너무 졸려. 언제 감기가 나을지는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냥 자고 일어나면 같이 또 산책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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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정말로 바보야.
우리집 개도 죽기 직전에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내가 '산책 가자' 라고 했더니
꼬리를 흔들고 다리도 허우적거렸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으면 죽지 말고 살았어야지.
정말로 개는 바보야. (출처 - 2ch 개는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