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웠다가 실전화기로 화해하는 쿠로츠키 보고 싶다. 진짜 나노단위로 사소한 건데 그만 감정이 상해버려서 크게 번진 싸움이었던 걸로.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는 츳키에게 던져진 실전화기. 이게 뭐지 하고 주워드는데 조그맣게 들리는 쿠로오 목소리.
아고물이었으면 좋겠는 걸...꒰๑ ᷄ω ᷅꒱ 안 그렇게 생겨서 발랑까진 고등학생 츳키랑 그럴 것 같이 생겨서 의외로 고지식한 샐러리맨 쿠로오로. 첫만남은 늦여름 퇴근시간이라기엔 이르고 하교 시간이라기엔 이르지만 시험이 끝나 일찍 하교할 수 있는 시간.
회사에서 진창 일이 꼬여서 일찍 퇴근한 쿠로오가 사람 없는 공원 안 쪽 벤치에 앉아서 담배 피우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우비까지 내리는 뭐가 잘 안 풀리는 날. 아 재수 옴 붙었군 하면서도 비를 피할 마음은 들지 않아 빗방울에 꺼진 담배를 물고 고개 숙이고 있는데 옅은 그림자가 다가와서 비닐 우산 하나를 기울여 씌워주는 거. 올려다보자 보이는 건 지나는 비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 거기에 반사된 투명한 빗방울, 우산을 들고 있는 소년. 아? 하고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자 다 늙은 아저씨가 이러고 있으면 꼴사나워요. 하고 소년은 우산을 건네주곤 다른 우산이 있었는지 그 우산을 펴고 사라지겠지. 아, 모르는 어린애한테 이런 걸 받을 정도로 불쌍해 보였나 픽 웃고 별 일도 다 있다며 넘기는 쿠로오. 그러면서도 여우비 속 우산을 건네준 소년이 문득 생각날 것 같다.
쿠로오는 영업직이라 밖으로 돌아다닐 일이 많아서 우연찮게 그 공원에서 몇 번 더 소년을 마주치게 됐었고. 츳키는 그 때 학교 선생님이랑 원조 교제 하던 중이었는데 쿠로오가 그 선생님이랑 조금 닮아서 자기도 모르게 친절을 베푼 거. 발랑 까져서 고딩이지만 담배도 피우고 아는 사람은 아는 불량학생이지만 그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 근데 그 선생님은 진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결혼하기 전 방탕한 여흥의 일종으로 츳키를 상대하고 있었던 거라 츳키도 상처 있는 상태.
츳키는 조금씩 더해져만 가는 마음에 선생님한테 더 다가가려고 하고 같이 있고 싶어하는데 선생은 츳키가 진심을 내보일 때마다 부담스러워 하는 거지. 그럴 때에만 어른인 척 선생인 척, 지금 네가 가진 감정은 착각일 거라고만 말하고. 쿠로츠키가 처음 만난 공원에서 그 선생한테 츳키가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결혼 진짜 할 거냐고 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거 회식 끝난 쿠로오가 목격했으면. 선생은 소년에게 돈을 주려하고 소년은 그걸 거절하며 울며 화를 내고. 딱 봐도 원조교제구나 싶어서 흐응... 하고 지켜보다 혼자 남아 울음을 삼키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소년에게 다가감. 라이터가 고장 났는지 제대로 불이 붙지 않아 짜증을 내는 소년의 입에 물린 담배를 가로채서 자기 입에 물고 불을 붙임. 여우비가 오던 오후와는 상반된 위치.
담배를 뺏긴 츳키가 짜증섞인 얼굴로 내놔요. 하는데 고지식한 쿠로오씨가 오야, 버젓이 교복을 입고 배짱이 두둑하네.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쓰나. 하는 잔소리에 츳키는 더 인상을 구기고. 학생 원조교제해? 하고 이어지는 말에 츳키는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웬 주정뱅이가 다 시비를 터나 싶어서 더 상대 안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다. 술도 오른 상태인데 담배 피우니까 조금 어지러운 기운에 그 자리에 앉은 쿠로오가 그 뒤에 대고 얼마 받고 해? 해서 화난 츳키가 한 번에 십만엔이요. 하고 되는 대로 말하고 가는데 쿠로오한테는 애기가 성깔 부리는 걸로 밖에는 안 보여서 그저 웃으면서 우와, 비싸네~ 하고. 츳키는 그것도 서러워서 다시 눈물날 것 같은 거 꾸역꾸역 참으면서 가고.
그냥 쿠로오는 영업 다니다가 우연히 멀리에서 츳키를 보게 되는데 하교길에 혼자 보일 때는 엄청 찬바람 쌩쌩이고 마이웨이 같아 보임. 그러다 어느 날은 저녁에 그 선생이랑 같이 있는 걸 보게 되는데배시시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여운 거지. 얼마 안 있어서 그 선생은 전화를 받더니 쌩하니 애를 두고 나가버리고. 남겨진 소년의 표정은 아까와는 너무나도 다른 애처로운 표정이 돼서 신경이 쓰이는 쿠로오. 조금 있다 그 카페에서 나온 츳키가 골목으로 사라지는데 맞은 편 카페에 앉아서 보다가 그 골목으로 따라가는 쿠로. 아니나다를까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에 또 쿠로오 빈정대듯 불량청소년이네! 하고 훈계해서 츳키는 아, 또 당신이야. 싶은 얼굴로 짜증내고. 쿠로오는 그게 귀여워 보여서 자꾸 애 보일 때마다 건들고 그러다가 츳키가 미운 정 들것 같아.
여차저차 서로 안면 튼 상태에서 결국 그 선생이 결혼해서 혼자 울고 있는 거 본 쿠로오가 옆에 앉아서 다독여 주다가 정분나서 사겼으면. 쿠로오 고지식해서 츳키 담배도 결국 끊게 하고 수험 끝나고 학교 졸업할 때까지 키스 외에는 진도도 안 빼고 기다려줬으면. 그러면서도 묘하게 계속 어린애 취급. 실전화기로 미안하다고 청한 것도 쿠로오의 츳키 애기 취급 중 하나. 실제로도 어릴 때 형아랑 해봤던 실전화가 되지 않아서 실망했었던 적이 있는데 쿠로오가 던져준 실전화기는 진짜 소리 들려서 신기해서 츳키 방금 전까지도 화났던거 고민했던 거 다 잊고 스르륵 풀리는 거 귀엽겠다.
그런 거 좋아. 나중에 애인 생겼다고 대학생 된 츳키 데리고 켄마랑 만났는데 언제부터 만났는지랑 츳키 나이 알고 켄마가 쿠로오 쳐다보는데 그 표정이 도둑놈도 아니고 마치 날강도 쳐다보는 듯한 경멸을 담고 있는거 쿠로 그런 취향... 몰랐어...하는 거.
츳키 기말고사쯤 겨울에 시험기간이라 잘 못만나는데 쿠로오가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안돼서 그래도 간간이 메시지 주고 받고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전화라도 했는데 그게 며칠 없어서 걱정돼서 전화해도 안 받고 결국 조금 자존심 상하는데 쿠로오.
걱정되는 게 더 커서 켄마한테 물어봤더니 아마 감기... 열 많이 난대 해서 화내는 츳키 보고 싶다. 죽이랑 이것 저것 사들고 쿠로오네 쳐들어 갔으면. 놀란 쿠로오 밀고 들어가서 쿠로오가 어제 아침부터 붙이고 있어서 이미 효과도 없는 해열패치 쫙 뜯고 손바닥 넓게 해서 쫙 소리 나게 붙여주고 맞아서 아프고 머리도 울려서 머리 감싸쥐는 쿠로오가 그 와중에도 어떻게 왔어, 너 시험... 하는데 사들고 온 죽이랑 이온 음료랑 꺼내놓던 츳키가 아픈 사람한테 더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조용히 해요. 하는 거
아 전에 둘이 번호 주고 받더니 켄마인가...(나쁜짓 당할 것 같으면 참지 말고 신고를 하던가 안 될 것 같으면 자기한테 꼭 연락하라는 켄마의 요구로) 하는 쿠로오가 화난 츳키 뒤에서 안절부절. 병원은 다녀왔는지 병원 처방약봉지가 식탁에 있어서 그건 일단 합격점인데 물기 하나 없이 뭘 먹은 흔적이 없는 깨끗한 싱크대나 주방에 짜증나는 츳키. 귀찮아서 밥 안 먹고 그냥 약만 먹은 게 훤히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이 도가 지나쳐 화가 난 거. 안 그래도 쿠로오 소꿉친구인 켄마가 몇 년 만난 자기보다 쿠로오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것도 내심 신경 쓰이고 싫었는데 이번에도 자기는 모르는 일을 켄마는 알고 있어서 켄마 입으로 아프다는 걸 전해들은 것도 속상하고 짜증남.
솔직히 질투심이 더 많이 섞인 화. 왜 애인인 나보다 그 사람이 당신을 더 잘 알아? 언제까지 나를 어린애로만 취급하고 나만 당신한테 보살핌 받아야해? 그런 생각들. 그런 걸 꾹꾹 눌러 담고 있는데 뒤에서 쿠로오가 너 시험기간에 과제도 많은데 나까지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웅얼웅얼하는데 그 몇 마디 사이에도 기침이 막 섞여있어서 팩 돌아봤다가 뭐라고 쏘아 붙이려다가 말고 한숨 쉬고 죽 냄비에 넣고 데우는데 뒤에서 쿠로오가 츳키 허리 안고 머리를 부비작 댐. 많이 화났어? 그렇게 말해도 대답 안 해주다가 괜찮아, 괜찮으니까 참지말고 화내. 그러고 풀자. 응? 하는 말이 또 어린애 어르는 말투라서 욱한 츳키가 돌아서서 언제까지 그렇게 애 취급만 할 건데요? 당신은 나랑 소꿉장난이 하고 싶은 거야? 엄마놀이해요 지금? 왜 당신이 아픈 걸 내가 당신 친구한테 물어봐야 겨우 알 수 있어요? 나는 당신한테 그거밖엔 안돼요?
그렇게 츳키가 도다닥 참았던 말 쏟아내는데 신경쓰여서 네 공부 방해될까봐 그랬지. 하는 말에 아픈 사람이고 안 그래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다 받아주겠다는 얼굴을 해서는 곧게 자기를 바라봐주는 얼굴에 결국 있는대로 투정부리는 츳키.
그럼 다음에 아플 때도 이렇게 연락 끊고 안 만날 거예요? 나는 이제 일학년이고 여섯번의 시험에 준비할 것도 산더미인데 그 때마다 이렇게? 방해 좀 하면 어때요. 좋아하는 사람인데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잖아. 나도 어디 한 번 그래 봐요?!
그 말에 아차 싶은 쿠로오가 아-하고는 상상만 해도 싫은지 뒷머리 긁적이다 꾹 쥐면서 인상 찌푸리고 고개 절레절레 젓는 거. 그리고 다시 눈 마주치고 푸흡 하고 고개 숙이고 웃어서 츳키가 웃음이 나와?! 하는데 츳키 끌어안은 쿠로오가 아니, 나 되게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서. 해서 츳키 얼굴 빨개지고. 쿠로오 확 밀쳐서 죽 끓고 있는 가스렌지 끄고 조금 눌은 바닥 휘적휘적 젓는 거. 그런 츳키한테 다시 들러붙은 쿠로오가 미안. 내가 잘못했어. 해서 그제야 연락 안되던 며칠 간의 걱정이 풀린 긴장감에 콧날 시큰시큰해지는 츳키.
절대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듣게 하지 않을게. 연락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케이도 그러지 말아줘. 해서 옮을까봐 입에는 못하겠다며 눈물 그렁그렁 맺힌 츳키 뺨에 쪽쪽. 츳키 잘 욱하긴 하는데 또 쿠로오 한정으로 잘 풀어졌으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애인데 쿠로오한테는 투정도 부리게 되고 감정이 널을 뛰는 거. 쿠로오 나을 때까지 며칠 쿠로오네서 지내면서 거실에서 시험공부하거나 과제하는데 눈을 떠서 방을 나서면 츳키가 한 집에 있는 그게 너무 기분 좋은 거라서 쿠로오가 나중에 감기 다 낫고도 츳키 집에 못 가게 했으면 좋겠다. 같이 살자는 말을 프로포즈처럼 해줬으면. 마땅한 대사는 생각이 나질 않네... 쿠로오가 알아서 잘 해줬다 치고 결국 같이 둘이 살림 차려서 백년만년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