츳키 왠지 종이접기 같은 건 각잡아서 예쁘게 잘 접어도 뜨개질 같은 거 시키면 좀 엉성할 것 같고 귀엽겠다. 쿠로오가 생일 때 생일 선물은 건너뛰고 크리스마스 때 직접 뜬 목도리 달라고 해서 고군분투하는 거 보고 싶은 걸.


사는 게 더 싸고 예쁘다고 하나 사준다는 츳키한테 쿠로오 생떼 쓰고. 아아아ㅏ아ㅏ아아 직접 해줘ㅓㅓㅓ 해조ㅓㅓㅓㅇ어ㅓㅓ 실 비싸면 내가 사다줄게 하고 하루 종일 징징 거려서 아 별 것도 아닌 걸로 다 큰 사람이 왜 이러냐고 츳키 짜증.


쿠로오는 별 것도 아니니까 해달라고 찡찡대면서 츳키 허리에 매달리고, 쿠로오 성화에 결국 승낙하는 츳키. 다음날 쿠로오는 진짜 빨간 털실 뭉치랑 대바늘 사서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츳키한테 안겨줄 것 같다.


실을 받은 날은 그냥 두고 인터넷 찾아보는데 왠지 진짜 별 거 아닌 것 같아서 그 다음 날 저녁부터 뜨개질 시작하는데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겠지. 처음에 코를 너무 타이트하게 잡아서 뜨기 힘들고 나중에 갈수록 느슨하게 하니까 모양 비뚤거리고


영 속도가 안나서 빨리 빨리 하다보면 꼼꼼하게 한다고 해도 어느새 아래쪽에 놓친 코 하나가 구멍으로 숑 뚫려 있어서 풀었다 다시 뜨기를 반복. 아 해주면 될 거 아니에요! 하고 호언장담했던 게 있고 하다보니 오기 생겨서 계속 뜨는데 자기가 생각해도 되게 엉성한 모습이라서 쿠로오 앞에서는 절대 뜨개질 안하고. 쿠로오가 가끔 츳키 내 목도리는 잘 완성되어 가? 하면 몰라요 하면서 투덜투덜. 입으로는 그래도 내심 철렁하겠지. 아 진짜 어떡하지 하고.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남들한테 도움 요청도 안 하고 있다가 형한테 들킴. 아키테루가 츳키 방 갔다가 침대 위에 앉아서 열심히 뜨개질 하는 거 보고 혼자 귀여움에 몸서리 치다가 슬쩍 츳키 몰래 엄마한테 내려가서 케이 뜨개질한다고 귀여워 죽겠다고 해서 엄마가 살짝 뜨개질 요령 가르쳐주는 거. 아키테루는 바보. 그게 쿠로오 줄 건지도 모르고. 누구를 줄까 혹시 나?! 하면서 김칫국 동이 째로 드링킹. 


어찌저찌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완성하기는 했는데 진짜 자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모양이 안 예뻐서 시무룩한 츳키... 풀었다 다시 뜨기를 반복했던 실은 손때가 타서 새 거라기보단 이미 좀 헤진 느낌이고 짜임의 성글기도 자세히 보면 뒤죽박죽이어서 속상한 애기. 그래서 크리스마스날 자신있게 주지도 못하고 종일 툴툴댔으면 좋겠다. 자기를 보는 쿠로오 눈빛이 뭔가 기대에 차있는게 너무 뻔한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짜증도 나겠지. 결국 저녁 쯔음에는 쿠로오도 촐랑대던 거 조용해져서 이게 아닌데 후회하는 츳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서 한적한 공원을 가로질러 신칸센 타러 가는 길. 츳키가 앞장서고 그 뒤에서 아무말 없이 걷는 쿠로오. 평소라면 이렇게 인적이 드문 데에서는 은근슬쩍 제 손을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깍지끼고 걷고는 했는데 이렇게 떨어져서 걷는 거리도 자기 때문인 걸 아니까 좀 마음도 무거워지고 모처럼의 크리스마스인데 분위기 망친 게 미안한 츳키가 봄버에 얼굴 푹 묻었다가 숨 크게 들이쉬면서 큰맘 먹고 멈춰서 쿠로오를 향해 돌아보겠지.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터덜터덜 그 뒤를 따르던 쿠로오는 얘가 또 무슨 짜증을 내려고 그러나 가만히 쳐다보는데 츳키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목도리 꺼내서 쿠로오한테 성큼성큼 다가가서 쿠로오 얼굴 다 덮듯이 칭칭 둘러매주고 도망치듯 다시 역으로 향하는 거. 


쿠로오는 츳키 가방에서 목도리 나오니까 그 때부터 눈 커졌다가 얼굴 꽁꽁 묶여서 아 이거 때문에 그랬구나 싶어서 겁나 웃겠지. 귀엽고 안심되고 고마워서. 숨도 쉬어야하고 목도리도 보고 싶고 도망가는 츳키도 잡아야해서 목도리 티셔츠 벗듯이 죽 밀어 올려서 손에 쥐고 이미 저만치 멀어진 츳키한테 와다다 달려가서 폭 품에 끌어당겨 안는 쿠로오. 지은 죄가 있으니 얌전히 안겨 있는 츳키 귀가 빨간 것은 추위떄문 만은 아닌 것 같았음.


진짜 예쁘다. 고마워. 다정한 목소리에 츳키 자기 투정부린 거 한심해서 조금 울고 싶은 기분으로 곁눈질로만 쿠로오 쳐다보는데 제법 목에 감아 놓으니까 어설픈 거 티 안나는 거 같기도 해서 다시 고개 팩 돌리고 쿠로오는 그런 츳키 예뻐서 어쩔 줄 모르고. 츳키가 민망해 하는 거 같으니 그냥 더 내색 안하고 츳키 손 잡아다 자기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쿠로오 얼굴이 너무 활짝 핀 거라서 츳키도 그제야 조금 뚱한 얼굴이 풀릴 것 같다. 쿠로오가 자꾸 목도리에 얼굴 파묻는 것도 내심 뿌듯하고.


기차 시간이야 정해져 있으니 츳키 이제 진짜 집에 가야하는데 기차에 츳키가 오르기 전 쿠로오도 가방에서 목도리 하나 꺼내서 츳키한테 둘러줬으면. 이번에는 츳키 눈이 놀라 동그래지는데 이게 뭐냐고 물을 틈도 없이 쿠로오가 기차 위로 츳키 올려보내 기차에서 자리에 앉을 생각도 못하고 목도리 풀어서 보는데 그건 쿠로오가 직접 뜬 거겠지. 츳키가 쿠로오에게 떠준 빨간 목도리와는 완성도가 사뭇 다른...ㅋㅋㅋㅋ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니까 빨리 차창으로 가서 쿠로오 확인하는데 늘어진 목도리 끝자락을 잡고 입맞추면서 손 흔들흔들 하는 쿠로오 모습에 츳키 얼굴이 쿠로오가 매고 있는 목도리 색깔만큼 빨개지겠지. 자기 손에 들린 목도리는 진짜 좀 잘 뜬 거라서 자기가 쿠로오 준 거 다시 뺏고 싶고 짜증 나고 그러면서도 좋아서. 자리 찾아 앉자마자 민망한 만큼 또 쿠로오한테 메시지로 다다다닥 쏘아붙이는 츳키겠지. 겨울 내도록 츳키가 떠준 목도리만 하고 다녀서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는 것도 보고 싶다. 빨강 하양 커플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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