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Ki Kids / 冬のペンギン 가사 기반






동네에 있던 동물원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쿠로오는 츠키시마에게 그 동물원에 갈 것을 제안했다.



“어른 둘이요.”



따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매표원은 으레 옆에 여자가 있겠거니 쿠로오의 옆을 보았다가 조금 멀찍이에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츠키시마를 보곤 조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럿이 어울려 온 것도 아니고 성인 남성 둘이서 겨울에 망해가는 동물원을 구경 왔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일까. 하지만 매표원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고 쿠로오 역시 표를 받아들며 매표원의 애매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척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매표원이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남자 둘이라는 조합을 제외하더라도 이렇게 추운 날 실내도 아닌 실외 뿐인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동물원 내부는 한산하다기보다도 아예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작다고도 하지 못할 동물원에 직원을 제외한 관람객은 쿠로오와 츠키시마 둘 뿐인 것 같았다. 한겨울이었지만 쿠로오는 라떼, 츠키시마는 코코아를 손난로 삼아 쥐고 걷자 그렇게 견디지 못할 만큼 추운 것은 아니었다.

희미하게 동물의 노린내와 분뇨냄새가 떠도는 동물원은 그 혼자만의 시간으로 흐르는 듯 한껏 여유로웠다. 덩달아 그 속을 거니는 쿠로오와 츠키시마의 걸음도 그것에 맞추어 여유로웠다. 보는 이가 적으니 먹이를 준다거나 바다동물들의 재주를 볼 수 있는 이벤트 같은 것은 없었다.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휩쓸려 가는 일도 없으니 서두를 것도 없었다. 하얀 숨을 뱉으며 두 사람은 이제 이 곳을 떠날 동물들을 하나 하나 멈추어 오래도록 바라 보았다.

이제 닫을 날이 머지 않은 동물원 치고는 제법 남아 있는 동물들은 많았다. 동물원을 떠올렸을 때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익숙한 이름의 맹수들과 초원의 커다란 동물들까지. 아무도 없는 동물원 치고는 아직 구색을 갖추고 있다며 둘은 웃었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유난히 털이 북실북실한 호랑이, 볕이 잘드는 바위 위에 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사자들.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커다란 코끼리. 나무 위에 앉아 털을 고르고 있는 원숭이. 조금 마른 듯한 북극곰 두 마리는 유난히 정다워 보였다. 졸린 듯 하품을 하는 북극곰의 입에서도 두 사람과 같은 하얀 숨이 내쉬어졌다. 몇 마리 없는 펭귄들은 너무 움직임이 없어 순간 인형이나 동상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유난히 움직이지 않는 한 마리가 어딜 보고 있는 걸까 그 시선 끝을 따라 바라보기도 했다. 물에서 올라와 푸르르 몸을 터는 펭귄에게서 튄 물방울에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정말 동상을 대신 세워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순한 눈을 깜빡이며 풀을 질겅질겅 반추하는 라마나 알파카 같은 것들을 빤히 바라 보던 츠키시마가 미묘한 표정으로 쿠로오를 응시했을 때엔 쿠로오가 발끈했다. 뭐 왜 뭐.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굳이 듣지 않아도 그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어 소리내어 웃었다.

그냥 동물들을 보는 것 뿐이었고 자연에서 지내야하는 것들을 인위적으로 가둬놓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잘 찾지 않던 곳이었지만 이제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이 드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동물원이 사라지면 이 많은 동물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했다. 어디로 가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더 둘러볼 것도 없고 찬바람에 언 몸을 녹일 곳이 필요한 두 사람은 출구로 향했다. 진즉에 다 마신 코코아 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온 츠키시마가 슬쩍 쿠로오의 잠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쿠로오는 미소짓고 자신도 주머니에 손을 넣어 츠키시마의 손을 맞잡았다. 먼저 제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면서 깍지를 끼려하는 것은 피하려는 것인지 요리 조리 움직이는 츠키시마의 손과 쿠로오의 손이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있잖아.”


그리고 쿠로오가 말했다. 다정하게, 사랑스럽다는 듯. 담뿍 애정어린 시선으로. 뭐라고 말했더라. 웃으며 말을 건넨 모습은 또렷하지만 그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뜬 츠키시마의 위로 이미 중천으로 올라간 햇살이 비쳤다. 지나치게 선명했던 꿈 속 웃는 쿠로오의 얼굴도 딱 이렇게 겨울의 햇살 만큼이나 포근했었다. 츠키시마는 잠에서 깨고 난 다음에도 한참을 이불 속에 누워 가만히 꿈을 되새겨 보았다.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은 동물원은 아직도 부지가 팔리지 않은 채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이제는 동물의 울음 소리도 분뇨 냄새도 나지 않는 동물원을 다시 찾았다. 필라멘트 찌꺼기가 내려 앉아 거뭇거뭇한 조명들. 칠이 벗겨지고 녹이 흐른채 방치 된 동물원의 간판.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츠키시마는 오래도록 서 있었다. 이 곳에 다시 오면 그 때 쿠로오가 했던 말이 기억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별 소용 없는 일이었다.

딩동. 주머니 속에서 메시지의 수신 메시지가 츠키시마를 움직였다.


-소개팅 안 할래?


한동안을 홀로 지낸 츠키시마를 걱정하던 선배의 제안이었다. 츠키시마는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의 문장을 답장으로 적었다. 너무 매정하게 들리지 않도록 조금 신경써서 짧지 않은 답장을 보낸 츠키시마가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며 함께 손을 찔러 넣었다. 시린 손이 조금 허전했지만 아직은 혼자인 것이 좋았다.

이렇게 멀거니 서있는 자신이 그 언젠가 가만히 멈춰있던 펭귄의 모습처럼 보일까? 츠키시마는 미소지었다. 한 번 더 동물원의 입구를 바라본 츠키시마는 이내 걸음을 돌렸다. 추웠다. 코코아가 마시고 싶어졌다. 돌아가는 길에 있던 모퉁이의 작은 카페에 들르자. 아직도 그 카페의 코코아엔 작은 마시멜로우가 띄워져 있을까. 

이제 갈 곳이 없어진 마음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궁금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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