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2세인 츠키시마와 운전수의 아들 마츠카와. 상주 기사로 있어서 같은 집에서 사는 거. 직접적인 상하관계에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의 갑을 관계가 미묘하게 둘에게도 이어져서 도련님과 더부살이를 하는 아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처음에는 데면데면 했을 것 같아. 같은 집에 산다고 해도 딱히 말을 섞는 일도 없고 나이도 다르니까 겹치는 대화 주제가 생기는 일도 없고. 중학생 때에는 학교도 다르고 접점이 아에 없는 채로 서로 봐도 못 본 듯 지내다가 츳키를 돌봐주던 유모 같은 가정부가 돌아가심. 집안에서야 그냥 가정부 하나 죽은 거 하나 새로 뽑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삭막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마음 터놓고 지내던 유모의 부재에 츳키가 방황해서 성적이 떨어지는데 그것 때문에 평소에는 대화랄 것도 없던 츠키시마의 아버지가 심하게 츠키시마를 매도하는 걸 본 맛층이 처음으로 츳키가 불쌍하게 느껴짐. 


보면 엄청 열심히 하는데도 자기 형이랑 비교만 당하고 인정도 못 받고 사랑 받는 것 같지도 않고 친구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나마 그 할멈 옆에서나 말하는 걸 봤지 이 집안 사람들 누구랑 한 두 마디 이상 길게 말하는 걸 못 봤는데 그나마 길게 말하는 걸 들었는데 때리지만 않았다 뿐이지 진짜 사람 마음에 비수 꽂는 말만 하는 내용이었으니까. 부잣집 도련님도 힘들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겠지. 그리고 그 날 밤에 츳키가 없어져서 집 안이 발칵 뒤집어 지는데 아무래도 낮에 호되게 혼나는 걸 봐서 마음이 쓰인 맛층도 츳키를 찾아 나섬.  슬렁 슬렁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보이지도 않고 힘들기도 해서 근처 놀이터로 가서 좀 쉴까 하는데 놀이터 구석 미끄럼틀 아래 집처럼 되어 있는 곳에 어두운 곳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밝은 노랑의 머리꼭지가 보임. 일단 찾기는 했는데 지금까지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살다가 갑자기 집에 가자고 하는 것도 좀 웃기고 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미끄럼틀에 앉아서 담배에 불 붙이는 불량학생 맛층….


맛층이 다가와서 잔뜩 겁 먹었는데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으니까 츳키가 물음. 집에 말할 거예요? 도망 가면 어떻게 해야하나 냅둬야 하나 그런 고민을 안 한 건 아닌 맛층도 담배 연기 훅 불고 츳키 쳐다 봄. 그럼. 이대로 계속 안 들어가게? 맛층의 대답에 이제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생이 집을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있을리도 없고 받아줄 곳도 마땅히 갈 친구네도 없는 츳키는 가만히 무릎을 끌어안고 그 사이로 고개를 파묻음. 어차피 나 같은 건 그 집에 필요 없는 걸요. 집에 가도 좋아해줄 사람도 없고. 목이 메인 목소리에 맛층은 난감하게 머리를 긁적임. 빈말로라도 아버지 걱정하신다 그런 말도 못하겠고. 진짜 집에서 막내아들이라고 사랑 받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냥 담뱃불 손가락으로 튕겨서 끄면서 내쉬듯이 흘리듯이 말함. 나는 걱정돼서 찾으러 나왔는데. 뭐, 내가 너네 집 식구는 아니지만. 


그 말에 반짝 고개를 들어 맛층을 빤히 보던 츳키가 작게 코를 훌쩍이다 다시 고개를 파묻고 울기 시작함. 굳이 그걸 달래주지도 않고 나무라지도 않고 가만히 옆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한참을 울고 난 츳키가 코맹맹이 소리로 작게 이야기를 시작함. 여기 사에코 아줌마가 몰래 데려와 준 데라고. 그런 사소한 그 할멈과의 추억같은 것들. 별의 별 탈선을 다 저지르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던 맛층에게는 진짜 그냥 어린애 장난 같은 얘기들이지만 그냥 묵묵히 듣고 있음. 그리고 다시 종알대던 츳키가 조용해지자 팔만 뻗어서 어깨를 툭 침. 힘들겠다 너도. 그 짧은 위로에도 다시 울컥하는지 눈을 비비는 츳키에게 손을 내밈. 가자. 


손을 잡고 집에 돌아가서 츳키는 아버지에게 맞고 형에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고 또 한바탕 소란스러웠지만 조용히 그걸 감내한 츳키는 그 다음부터 조금씩 맛층의 주변을 맴돔. 인사라도 한 번 더 하려고 빤히 보고 있다던가 뭐라도 챙겨주려고 한다던가. 밤에 담배 피우러 나가는 맛층 따라가고 싶어한다던가. 그러다 맛층이 다니는 그냥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겠다고 해서 또 엄청 혼나는데 맞아가면서도 고집 안 꺾어서 결국 맛층과 같은 학교로 입학. 같은 학교고 같이 사니까 같이 등교도 하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유난히 아침 잠이 많은 츳키라서 아침에 맛층이 와서 꺠워주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고. 그러다 중간고사를 보는데 츳키 엄청 노력파라서 전교 1등 가볍게 하는데 어떻게 소문이 퍼진 건지 츳키네 집이 어마어마하게 부자라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돈으로 수석 차지했다는 말이 돌아서 츳키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생겨남. 


아, 부자 진짜 피곤하구나 싶은데 또 그게 괜히 안타까움. 맛층은 츳키가 코피 흘리면서 밤잠 줄여가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걸 옆에서 봐왔으니까. 츳키 뒷담하는 무리들한테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라고. 뒤에서 그러는 거 되게 찌질하고 꼴사납다고 빈정도 대주고. 우연히 그거 본 츳키는 감동받겠지. 그래서 더 맛층한테 잘해주고 싶어하고. 


맛층 시니컬하고 잘 놀아서 인기도 많은데 고백받는 거 보고 그날 밤에 츳키가 맛층 담배 피우는 거 따라와서 가만히 맛층만 쳐다보고 있음. 가출한 츳키를 만났던 놀이터는 어느새 두사람의 비밀기지 같은 곳이 되어 있는 상태. 그네 앞 펜스에 앉아서 발장난 치던 츳키가 여자친구 사귈거냐고 물어보고 대답도 안 들은 다음에 여자친구 안 만들면 안되냐고 하는데 맛층이 픽 웃음. 왜. 그렇게 묻자 조금 울 것 같은 얼굴로 약간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츳키. 그리고 여자친구 만들지 말라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재차 말하는 게 제법 귀여움. 안 만들면. 뭐 네가 내 여자라도 돼줄거야? 장난 삼아 던진 말이었는데 그 말에 맛층을 바라보는 츳키 얼굴은 진지함.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네에 앉아있던 맛층은 그걸 보다가 손짓함. 이리와. 쭈뼛 쭈뼛 다가온 츳키의 허벅지를 당겨 제 위에 앉히고 고개를 틀어 키스하는 맛층. 혀가 들어오니까 화들짝 놀라 굳는 츳키의 몸에도 아랑곳 않고 움츠러드는 고개만큼 목을 빼 제멋대로인 키스를 하는 맛층. 


딱히 남자끼리하는 데에 거부감도 없고 강아지 같이 졸졸 따라다니는 게 귀엽기도 하고. 자기가 한 말이 어떤 의민지도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을 놀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사탕을 먹고 있던 츳키 입술이 미미하게 달큰하고 부드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열중해버리는 맛층. 얇은 티셔츠 너머로 애기 심장 쿵쾅거리는 게 다 느껴지는데 그게 좀 사랑스러움. 혀를 섞던 걸 빼고 입술을 빨다 눈을 뜨는데 츳키도 눈 뜨고 자기를 보고 있음. 이것 봐라. 긴장한 표정의 츳키 이마에 자기 이마 콩 찧은 맛층이 또 짧게 말함. 눈 감아. 그제야 눈 꼭 감는 츳키한테 다시 파고드는 맛층. 키스를 따라오지 못하고 숨도 못 쉬고 참고 있는 게 보여서 애 숨 넘어가기 직전에야 떨어지는 맛층. 새빨개진 얼굴이 아까 츳키가 먹던 딸기 사탕보다 더 빨간 것 같음. 이런 거 하면 여자친구 안 만들거냐는 츳키와 아니, 이보다 더한 것도 해야되는데. 하면서 츳키의 첫키스도 첫 밤도 다 가져가는 맛층. 


밤에 몰래 츳키 방에서도 하고 집에서 하면 소리 참기 힘들어하니까 방과 후에 학교에서도 하고… 틈만 나면 붙어다니면서 하고 연애 비슷한 걸 하는 두 사람.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너무 집중해서 두시간 동안 책만 보는 츳키 옆에가서 사람들 없는 틈 타서 귓불에 뽀뽀하는 맛층과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우당탕 필통 다 뒤집어 엎는 츳키. 건드는 대로 반응이 오는 츳키가 재밌어서 큭큭 웃으면서 옆에 엎드려 있다가 맛층 잠들고 공부 다 끝나고 어느덧 어둑해진 도서관 밖을 보다가 잠든 맛층 얼굴에 몰래 뽀뽀하다가 잠 깬 맛층한테 뒷덜미 잡혀서 찐하게 하고…


둘이 꽁냥꽁냥하게 연애하다가 맛층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돼서 진로 정해야 하는데 대학에 뜻은 없고 뭘 해야하나 조금 생각이 복잡해 지는 시기가 오는데 조용히 아키테루가 맛층을 불러냄. 츳키와의 관계를 눈치채고 돈 주면서 떨어지려고 하는 그런 이유 맞음. 동생한테서 떨어지라고. 처음엔 맛층도 코웃음 치겠지. 아버지랑 쌍으로 지 동생 무시하고 천대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왜 이 난리를 치는 건지. 사업에 있어서 결혼도 하나의 수단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츳키를 써먹어야하는데 츳키가 너무 맛층한테 빠져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였지.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츳키 이대로 너 때문에 이 가문에서 쫓겨나면 무일푼인 걔를 네가 책임질수 있겠냐. 우리는 진짜 걔 하나 쫓아내도 상관은 없다고. 아무 것도 없이 나앉게 된 그 애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고. 버려도 상관은 없고 네 선택이지만 너 때문에 걔 인생 망칠 수도 있다고. 그리고 그 전에 네 아버지부터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하겠다고. 이제 여기서 쫓겨나면 은퇴할 나이도 한참 지난 너네 아버지를 써줄데도 없을 거고. 너부터도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협박하는 아키 앞에서 맛층을 할 말을 잃음. 


드라마에서만 보던 막장이라고 생각했고 사랑해서 떠난다 현실에 부딪혀 사랑을 포기한다 뭐 그런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눈 앞이 아득해지겠지. 자기 대학 보내겠다고 배우게 하겠다고 밤낮으로 부르면 부르는 대로 나가서 운전하는 아버지도 아른거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츳키도 걱정이고. 그리고 아키테루는 지금까지 보아온 바 정말로 그렇게 할 수도 있는 작자여서. 섭섭지 않게 챙겨줄 테니 아버지와 떠나라고. 그렇게 말하며 타협의 여지도 없이 제 뜻 대로 될 줄 알았던지 미리 챙겨온 현금 봉투가 내밀어지는 걸 보는 맛층은 그저 멍함. 현실적으로 정말 자기가 츳키를 먹여 살릴 수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츳키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집보다 자기를 택할 거라는 자신도 없음.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들은 그냥 사랑만을 위해서 돈 같은 건 받지도 않고 떠나던데. 맛층은 그럴 자신 까진 없음. 돈이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 뼈저리게 느꼈고 잇속 계산이 빠른 맛층이어서. 맛층의 아버지에게는 아키테루가 따로 은퇴 명목으로 잘 말하겠다며 나가고 되도록 빨리 사라져 달라며 남기고 간 돈 봉투를 보면서 맛층은 웃음. 좆 같네.


가게 하나를 차리고도 남을 밑천을 받아 아무 것도 모르는 아버지와 먼 곳으로 떠나기로 한 맛층이 서서히 츳키에게 거리를 두고 자기에게 멀어지는 맛층에게 매달리던 츳키. 맛층은 자기도 싫은데 자기가 냉정하게 굴어야 하는게 맞으니까 계속 냉대하고. 맛층이 집을 나가기로 하기 전 날 울면서 떨어지기 싫다고 하는 거에 마지막으로 정 끊으려고 독한 말 하는 맛층.


회장님 아들이라 좀 잘해줬더니 뭐라도 된 줄 알았냐고. 아니면 재산 한 밑천이라도 줄 수 있는 위치면 네 옆에 붙어서 계속 비위 맞춰 줄 수 있다고. 그런게 아니면 귀찮게 굴지 말라고. 


진심으로 귀찮다는 듯 찌푸린 얼굴로 비딱하게 말하는 맛층을 츳키가 놀라서 울음도 그치고 멍하게 바라봄.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마지막으로 툭 떨어지고 츳키의 고개도 숙여짐. 맛층의 옷깃을 쥐고 있던 손마저도 놓은 채 츳키가 깨달았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가 희미하게 미소지음. 그러네. 맛츠는, 한 번도 날 좋아한다고 한 적이 없었구나.  


그리고 그 말을 듣고서야 맛층도 깨달았겠지. 낯간지럽고 부끄러워서 한 번도 츳키에게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던 걸. 츳키는 제게 안길 때마다 좋아한다고 말해줬는데 자기는 거기에 한 번도 답해주지 않았던 걸. 그냥 조금 더 자기 마음을 담아서 꽉 끌어안아주거나 행동으로 대신 표현하고는 했는데 어쩌면 잘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아린 마음을 다잡고 뒤돌아 서서 츳키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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