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츠키쿠로 보고 싶다. 츳키 두고 신경전 벌이는 두 까만 남자들. 합숙 때 츠키시마한테 뭐 물어볼 거 있어서 찾으러 다니다가 체육관에서 멀리 떨어진 교정 구석에서 키스하고 있는 쿠로오랑 츳키 보고 깜짝 놀라는 카게야마. 황급히 놀라서 숨는데 젖은 숨소리나 여태 듣지 못했던 츠키시마의 가느다란 목소리 같은 것 때문에 엿듣게 나쁘다는 건 알지만 숨어서 계속 그 상황을 지켜보는 거.
가야 돼요. 그만. 아아- 쿠로오씨-
말 끝이 늘어지는 그런 말투들. 몰래 살짝 훔쳐본 부끄러운 듯 웃는 얼굴. 그런 게 합숙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처음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웃는 얼굴이나 애교부리는 말투 같은 게 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짜증나서 그런 줄 알았지만 나한테는 왜 그렇게 안 웃어주지. 하는 질투를 자각하고 츠키시마를 의식하게 되는 배구 바보.
카게야마는 그 때부터 부활동 쉬는 도중에도 틈틈이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메시지를 보내는 츠키시마가 거슬리고. 묘하게 미소라도 지으면 네코마의 주장일까봐 초조하고. 사귀는 건가. 사귀는 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몰래 둘이서 키스 같은 걸 하고 있었겠지.
츠키시마 입술. 츠키시마 신음. 츠키시마.... 온통 배구 뿐이던 머리에 츠키시마가 들어차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카게야마. 손목 잡아보고 싶다. 그리고 다정히 그 손가락을 사이사이 얽어보고 싶다. 만져보고는 싶은데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츠키시마랑 연애하는 상상은 잘 안가는 카게야마.
그 네코마의 주장이란 놈은 잘 해주나. 둘은 어떻게 연애를 하나. 혼자 상상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츠키시마 옆에 털썩 앉아 물어보는 카게야마. 연애하면 좋아? 열심히 문자를 보내다가 카게야마가 옆에 오니까 휴대폰을 끄고 물을 마시던 츠키시마가 사래가 들러서 켈록대고. 그 제왕님 입에서 나올 줄 몰랐던 말이라서 황당하게 쳐다보는데 망충한 얼굴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 같음. 근데 대답해주고 싶진 않아서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하고 짜증내면서 다른데로 가려는데 카게야마가 조용하게 말하겠지.
나 봤어. 합숙날 너 네코마 주장하고.... 까지 말하는 카게야마 입 틀어막고 체육관 밖으로 끌고 나가는 츠키시마. 잔뜩 당황한 츠키시마가 그러건 말건 카게야마는 아, 츠키시마가 손목 잡았다. 그런 생각만 들고. 닿았다. 츠키시마 손. 그런 생각에 기분 나쁘지도 않고. 잔뜩 빨개진 츠키시마 얼굴에 지금까지 봐왔던 표정과 다른 것들이 떠올라 있는 게 즐거운 거. 누구한테 말했냐고 물어보는 거에 안 했다고 하니 눈에 띄게 안도하는 츠키시마. 얘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구나. 츠키시마를 관찰하기 바쁜 카게야마가 진짜 연애하냐고 물어보는데 입 가리고 눈 내리깐 채로 고개 끄덕이는 거에 다시 기분 나빠지는 카게야마.
대꾸도 안하고 들어가서는 엄청 몸 굴리면서 연습하고 히나타한테 짜증내고. 나중에 네코마랑 합숙할 때 츳키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카게야마. 쿠로오랑 둘이 있을 시간을 주질 않고 계속 시덥잖은 이유로 츠키시마를 불러냄. 그러다 수돗가에서 쿠로오랑 둘이서만 마주치는데 눈치 빠른 쿠로오가 먼저 카게야마 떠보고 냉큼 걸린 카게야마 발끈하고 둘이 신경전 좀 쩔어줬으면. 가진 자의 여유로 능청맞게 카게야마 골리려던 쿠로오도 카게야마가 작정하고 츠키시마 옆에서 맴돌면서 견제하니까 긴장하는 것도 보고 싶고... 짜증나네 승질나네 자기랑 안 맞네 말은 그렇게 해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같은 코트 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 아무래도 카게야마가 접촉하는 거에 무방비한 츠키시마가 보여서 쿠로오도 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 싶은 거.
언젠가 츠키시마 뒤에서 끌어안고 목덜미에 입술 묻으면서 이쪽도 좀 봐줘. 하고 속삭이는 카게야마랑 흠칫 놀라면서도 그걸 뿌리치지 못하는 츠키시마 보고 싶었지. 배구밖에 없던 그 검은 눈동자에 오롯이 비치는 제 모습과 진심에 흔들리는 츠키시마.
카게야마가 츠키시마에게 고백할 땐 그러지 않을까. 둘이서 체육관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아무 말 없이 걷다가 계단을 먼저 내려가는 츠키시마의 등을 바라보다 울컥 마음이 범람해버려서 충동적으로 야. 좋아해. 해버리는 거. 그 말에 함께 멈춰선 츠키시마가 알아. 하고.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츠키시마에게 내려가서 끌어안았던 거. 목덜미를 지분대는 카게야마의 입술을 느끼면서 오싹오싹해하다가 자신에게 피할 의지가 없다는 걸 알고 카게야마를 뿌리치고 도망가는 츳키. 카게야마가 싫지 않은게 혼란스러워서.
그리고 둘이 종종 입술만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늦은 저녁 불 꺼진 교실에서, 혹은 학교 후문에 있는 공중 전화 박스 안에서. 카게야마가 먼저 키스해오면 피하지 않는 츠키시마. 한참 키스를 하고 난 다음이면 어색해서 조금 떨어져 걸으며 아무 말도 없어지는데 카게야마가 츠키시마 손 잡으려는 순간 쿠로오 목소리 들렸으면. 주말이라 츳키 찾아온 쿠로오. 그에게로 향하는 츠키시마를 잡을 수 없어서 분함에 치를 떠는 카게야마를 보며 쿠로오는 부러 들으라는 듯 케이 보고 싶어서 왔어. 다정하게 말하겠지. 그리곤 츠키시마의 어깨를 둘러 안으며 흘끗 고개를 돌려 카게야마에게 은근하게 웃음 흘려주고. 그리고 카게야마는 생각하겠지. 두번 째라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되겠다. 가져야겠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