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거하게 마시고 엄청난 숙취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거의 눈 감고 비틀비틀 좀비처럼 냉장고 가서 병째로 물 마시고 정신 차린 쿠로오 눈에 보인 건 자기 침대에 누워있는 또 다른 사람 하나. 뒷모습인데 언뜻 봐도 등이 남자고 키가 커. 방금 전에 물 마셨는데 또 목이 타고 머리는 아프고 그제야 들어오는 방 꼬라지에 눈 앞이 캄캄해져서 그만 생수병 놓치는 쿠로오.
침대 주변에는 옷 그냥 널려있지, 자기도 옷 다 벗고 있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도 허리랑 다리는 이불로 가렸지만 뭔가 입고 있을 것 같진 않겠지. 그리고 등이며 목이며 시뻘겋게 올라와있는 잇자국이며 키스마크에 딱 견적이 나오는데 도저히 기억이 안나고 물은 쏟아지고 있고 발 차가워서 냉장고 아래로 물 다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행주 잡고 호들갑 떨면서 물 닦는데 부산스러운 분위기에 앓는 소리 내면서 일어나는 남자는 과 후배 츠키시마여서 닦던 바닥에 털썩 앉는 쿠로오.
입학 수석으로 들어왔다던 앤데 말 수도 없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거 말고는 말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고 행사에는 당연히 참석 안했는데 어제 무슨 일인지 개강파티에 와서 다들 신기해하고 말 걸고 술 주는 분위기였지. 생각보다 애가 말하는 게 재치있고 시니컬하게 장난치는데 너무 웃겨서 마음에 들어서 같이 몇 잔 기울인 거 생각나고 우리 집 가서 자자고 억지로 끌고 온 게 어렴풋이 떠올라서 깨질 것 같은 머리며 미식거리는 속에 그냥 바닥에 고인 물에 코 박고 죽고 싶은 쿠로오.
아니 근데 아직 모르는 거잖아, 라고 애써 현실 부정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지만 츠키시마가 부스스 일어나서 쿠로오 한심한 꼴로 앉아 닜는 거 보고 미간 찌푸리더니 손 내밀면서 이것 좀 풀어주실래요? 하는데 손목에 자기 남방이 칭칭 묶여있어서 혀 한 번 세게 깨물어보고 아픈 거에 꿈 아닌 거 깨닫고 넙죽 엎드려서 사과하는 쿠로오. 미미미ㅣㅣ미안해!!! 내가 어제 무슨 짓을...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바닥에 아직 덜 닦인 물은 차갑고 맨살에 닿아서 찝찝한데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계속 바닥에 고개 박고 있는데 한숨 쉰 츠키시마가 기억은 나요? 하고 조금 쉰 목소리로 물어보지만 사실 기억이 잘 안나 미안해....... 하고 솔직하게 말함.
솔직하게는 기억을 쥐어 짜내니까 아래에서 애가 아프다고 울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매달리던 게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아서 다시 바닥에 머리 박고 죄송합니다!! 욕해도 돼, 때려도 돼!! 하고 어떤 욕이라도 달게 먹을 준비를 하는 위로 담담한 목소리가 들리겠지. 됐으니까 이거나 풀어 주세요. 고개 살짝 들어서 눈치보다 쭈뼛쭈뼛 다가가서 엄청 세게도 묶어놓은 남방 푸느라 낑낑대면서 얼핏 봤는데 츳키 몸 앞에는 더 가관도 아니겠지. 팔뚝 안 쪽이며 옆구리며 가슴이며 무슨 피부병 걸린 것도 아니고 자국도 골고루 내놨어. 손목은 오래 묶여있어서 시뻘겋게 옷 자국이 그대로 나 있고.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괜찮냐고도 못 물어보겠는데 손목에 난 자국을 매만지던 츠키시마가 죄송한데 조금만 더 자다가 나가도 되겠냐고 하는 거에 냉큼 어! 어 그럼!! 푹 쉬어!! 하고 아직 닫지도 못한 냉장고가 삑삑 대는 거 닫고 바닥에 흐른 물 닦으면서 머리 쥐어 뜯는 쿠로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는데 또 생각나는 건 아프다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자기를 밀치는 츠키시마의 반응이 성가셔서 손목 잡아다가 자기가 묶은 거 생각나서 또 바닥에 머리 박고. 나 이거 완전 범죄자 잖아. 츠키시마가 저런 반응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쟤도 기억 안나나?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냥 죽고만 싶고 씻는 소리도 시끄러울까봐 물만 끼얹고 닦는 수준으로 대충 씻고 나와서 숙취로 찡찡 울리는 머리 부여잡고 주섬주섬 널려있는 옷가지들 주워다 개켜두고 살그머니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새근새근 잠든 츠키시마 등 바라보다 죽고 싶다. 나 이제 어떡하냐 하는 생각하다가 다시 잠들어 버림.
깜빡 졸았다가 또 머리 아프고 목말라서 깨는데 몸에 이불이 둘러져있음. 잠깐 상황 파악 안됐다가 들리는 줄도 몰랐던 물소리가 그치고 나오는 츳키 목덜미 멍청하다 쳐다보다가 옷 위로도 점점이 새겨져 있는 츠키시마보고 다시 넙죽 엎드림. 역시 미안해!!! 그런 쿠로오 보고는 또 한숨 쉰 츠키시마가 물 좀 마셔도 될까요? 하는 거에 후다닥 일어나서 손수 물 컵에다 따라서 드리는데 손에 힘이 없어서 달달 떨리는지 양손으로 컵 잡고 꼴깍꼴깍 천천히 마신 츳키가 쿠로오씨는, 괜찮아요? 하고 물어보는데 뭐지, 나도 넣어졌었나. 그런 기억은 없는데. 하고 다시 혼돈의 카오스가 된 머리로 기억을 쥐어 짜내는데 남자랑 해서 역겹지 않아요...? 하는 떨리는 목소리에 아, 그러게. 남자랑 했구나. 싶고 원래라면 상상도 못할 짓이었지만 딱히 그런 느낌은 안들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도 내가 너한테 심하게 한 것 같으니(차마 강간이라는 단어는 못 꺼내고)미안하다, 책임지겠다 하는데 피식 웃는 츳키 얼굴에 아차 싶은 쿠로오.
돈 엄청 내놓으라고 할까봐. 그런데 츳키는 그냥 컵만 만지작거리면서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그럼 됐어요. 술 마시고 어쩌다 한 불장난 같은 정도로 생각한다고 쿠로오씨한테 책임지라고 안 할 거라는 말에 어떻게 그러냐고 울상짓는 거에 단호한 츳키. 여태 술마시고 잔 여자들이랑 다 사귀셨냐고. 그럼 저랑도 사귀면서 책임져 주시게요? 하는데 돈 얘기는 안 나와서 다행이긴한데 이것도 선뜻 대답하기에 곤란한 얘기는 매한가지여서 동공지진옴. 그거 보면서 자기는 원래 게이라 남자랑 한 거 상관 없다고 그러니까 신경 더 안 써도 된다고. 남자랑 하게 돼서 유감인데 나도 그부분에 대해서 더 신경 안 쓸 거니까 그냥 서로 잊자고 하고 나가버리는 츳키.
근데 그걸 어떻게 잊을 수가 있나. 제대로 기억은 안나도 자기가 울린 게 맞고 아프다는 애를 묶고(...) 하기까지 했는데. 게이는 원래 원나잇에 쿨한가? 싶지만 자기는 원나잇도 안하고 애가 주말 지나고도 학교에서 비실비실대는 거 보이자마자 끌고 가서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 사먹이는 쿠로오. 다시 얼굴 마주해도 쌩깔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러워서 얼굴 찌푸리는데 쿠로오는 신경도 안 쓰고 미간 눌러주면서 밥은 먹었냐고 어린애가 그렇게 벌써부터 주름생기면 안된다고 오지랖부림.
그렇게 쿠로오는 애가 신경쓰이고 눈에 밟혀서 따라다니면서 챙겨주려고 하고 도망다니면서 짜증내는 츳키. 그러다 결국 저 게이라니까요?! 하고 츠키시마가 화내는데 그게 뭔 상관이냐는듯 눈 동그랗게 뜨는 쿠로오. 그 표정에 당황한 츳키가 자기가 혹시라도 오해하면 어떻게 하냐고 우물쭈물하면서 말하는데 오야? 안경군도 취향이 있을 거 아니야? 내가 취향이야? 하는데 미쳤어요?! 하고 즉각 나오는 대답, 쿠로오 자기가 츳키 취향 아닌 걸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질색이나 하냐...하며 타격입고 그냥 차근차근 설명해줌.
어쩌다보니 그런 일이 있긴 해서 미안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네가 그런 성향인 건 친구가 되기에는 상관 없는 거 아니냐고, 인간적으로 네가 좋다고. 그건 안되냐고. 혹시 그날 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서 내가 꼴도 보기 싫은 거면 안 따라다니겠다고. 그거에 누그러져서 같이 다니는데 쿠로오가 점점 츳키한테 치대서 자꾸 츳키 또 헷갈려하다가 거리 두려는데 쿠로오랑 술마시다가 쿠로오가 진득하게 츳키 보면서 나, 너랑 다시 하고 싶다. 해줬으면.
그렇게 또 어영부영 몸 섞고 친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채로 연애하는 거 비슷하게 쿠로오가 치대고 츳키도 슬금슬금 마음 열어가는데 츳키한테 쓰레기도 꼬이고 서브공도 꼬여줬으면 좋겠어😌 고학번 선배인데 자꾸 츳키 기생오래비마냥 야들야들하게 생겼다느니 성희롱 하고 추근덕대는 애 생겼는데 츳키는 신경도 안 써서 쿠로오가 더 빡쳐하다가 둘이 싸우고 그러는 와중에 대학원 기간제 교수인 사쿠사 눈에 츳키가 들어서 자주 부르는 거.
슬슬 말도 안하고 쿠로오랑 애매한 관계인 거 짜증나는데 사쿠사 연구 자료 정리 도와주는 교수실에서 사쿠사가 물음. 남자친구 있나? 그 말에 콱 사레들러서 츳키가 켈록대는데 고개 갸웃한 사쿠사가 그 한학번 위에 닭벼슬 머리? 하고 또 물어보는 거에 츳키가 얼굴 새빨개져서 사귀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남자를 좋아하는 건 맞나보네 하고 마스크 내리고 흐흥 웃는 교수. 그 닭벼슬 머리는 원래 여자친구가 있던 걸로 아는데. 하는 말에 츳키가 안 그래도 복잡한데 교수가 그걸 헤집어 놓으니까 풀이 죽어서 탁탁 종이만 세게 치면서 정리하는데 머리 쓰다듬어주던 교수가 넌지시 속삭임. 어디다 말도 못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털어놔도 돼.
그 말에 미주알 고주알 쿠로오랑 어떻게 됐었는지 얘기하는데 사실 먼저 반한 건 츳키였고 처음 사고친 날도 잠든 쿠로오한테 먼저 뽀뽀하다가 쿠로오가 감질나니까 일어나서 키스하다가 아래 깔린 거였지. 여자랑 착각해서 움직이는 거 쿠로오 남방으로 가리고 츳키도 술김에 그래 해버리자! 했는데 쿠로오만 핥아서 세워놨는데 자기는 풀지도 않고 하려니 너무 아프고 대충 손가락 넣어봐도 아파서 쿠로오 위에서 내려와서 도망가려는데 이미 세워진 쿠로오가 잡아다가 한 거... 아프다고 기다려 보라고 츳키가 버둥대니까 눈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쉬, 착하지. 천천히 할게. 달래면서 구멍 풀어주다가 하는데 그래도 너무 아파서 울면서 도망치려니까 손을 묶을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는 좀 좋았고... 그러고 그냥 끝날 줄 알았는데 쿠로오가 진짜 너무 괜찮은 남자였고.. 근데 사귀자는 말은 못하겠고 그쪽에서 나오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다 그동안 했던 맘고생 때문에 우는 츳키 사쿠사가 당겨 안아서 다리 위에 앉혀 놓고 토닥토닥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 그 선배새기가 츳키 막 주물거릴려던거 대차게 까이고 쪽팔려서 되레 저새끼가 게이다 문란한 놈이다 성적 잘 받으려고 교수랑 잔다 뭐 이런 소문 퍼뜨리는데 서로 감정 안 좋던 쿠로오가 처음에는 아니라고 길길이 뛰다가 사쿠사 차 타고 츳키가 둘이 어딜 가더라는 목격담 듣고 벙찌고 요즘 그러고보니 진짜 그 교수랑 너무 붙어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츳키 찾아가서 너 그 교수랑 진짜 잤냐? 하고 비꼬듯이 물어보는데 숨이 턱 막히는 츳키. 츳키가 기가 막혀서 대답을 못하는데 화난 쿠로오는 그 침묵이 긍정의 대답인 것 같고. 자기랑 했던 건 뭐였냐, 소문이 진짜 였냐 추궁하는데 츳키도 화가 나겠지. 자꾸 대답해보라는 쿠로오 따짐에 츳키가 제 대답이 필요한가요? 이미 제가 뭐라고 말해도 선배는 들을 것 같지도 않은데. 하고 쏘아 붙이고. 마음대로 생각하시라고. 제가 굳이 대답을 해야될 것 같진 않다고 하고 돌아서서 펑펑 울고 오해가 깊어지고...
갈 데가 없어서 연구실에서 혼자 우는 츳키를 교수가 낚아가고... 나 이런 거 좋아....😂 나중에 사쿠사한테 가서 쿠로오가 츠키시마 가지고 놀지 말라고 씨근덕대는데 사쿠사는 비웃으면서 가지고 놀던건 자네 아니였냐고. 어줍잖은 마음으로 애 흔들어 놓고 정작 중요한 건 확신도 못주는 놈보다야 내가 나은 것 같다고 하고. 학교에서 떠도는 가십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걸 가지고 애를 그렇게 몰아붙이냐, 넌 자격이 없다. 너 살던대로 살고 그냥 꺼져라. 소문이야 쓰레기 하나 나가고 방학 한 번 지나고 나면 사라질 거라고. 넌 그 소문에 더 불을 붙였을 테지만 난 잠재울 수 있다하고.
쿠로오가 자기한테 교수랑 잤냐고, 그렇게 가벼운 새끼였냐고 말했던 날 연구실에서 울다가 쿠로오랑 싸우고 나온 사쿠사가 츳키 찾아다가 그냥 좀 다독거려줄까 했다가 애가 울면서 안겨드는 거에 키스해(짝) 원래 그렇게 애매한 애들이 제일 나쁘다고 꼬드기면서 편한 연애하자고. 나는 널 편하게 해줄 수 있다하면서 눈꼬리에 입맞추는데 그 접촉에 잠깐 주저하던 츳키가 거부하지 않고 그냥 눈 감고 받아들여버리고. 편해지고 싶어요. 힘들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바로 입술 겹쳐버리는 사쿠츳키.
츳키는 쿠로오 잊으려고 사쿠사랑 만나고 쿠로오는 짜증나는데 어떻게 해야될 줄은 모르겠고 그러다가 자기 무시하는 츳키한테 너 진짜 가볍다. 했다가 츳키가 엉덩이 가벼운 애한테 놀아났다 셈치고 그냥 그렇게 계속 더럽다고 욕하시라고. 너 같은 걸 좋아한 자기가 병신이었다고. 그냥 다신 보지 말자고 하는데 쿠로오는 처음 보는 츳키 우는 얼굴에 넋나가서 좋아했다는 말만 계속 곱씹고. 그러다 사실 츳키가 그런 거 뜬 소문이었고 선배새기가 나쁜놈이었고 사쿠사랑 츳키랑 그런 사이 된 것도 자기 때문이었고 나중에 알고 다시 사쿠사한테 츳키 뺏어와서 행쇼해 쿠로츳키.
뺏어온다기 보다는 자기랑 하고 쿠로오 찾으면서 울면서 잠든 츠키시마 보고 속쓰린 사쿠사가 걍 쿠로오한테 야 빨리 뺏어가 이 멍청한 놈아 하고 애 보내주겠지. 나중에 쿠로오한테 가기 직전에 츳키가 사쿠사가 맘에 걸려서 갈팡질팡할 때 교수님 멋진 남자였음 좋겠어. 나는 똑똑한 애가 좋은데 넌 이제 보니 완전 헛똑똑이라 별로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 닭대가리랑 연애하라고. 그러면서도 나중에 또 그 닭대가리가 속썩이면 와. 바람 피워 줄게. 해서 헛똑똑이라 별로라면서요? 했더니 아주 멍청한 건 아니라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농담해서 츳키 또 미안해서 울고. 그거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이마에 뽀뽀해주면서 보내주는 겨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