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판타지물 보고 싶다. 젊어보이는데 돈 많고 다개국어 능통하고 머리 스타일 빼면 외모도 훤칠하니 여러모로 능력 좋아서 사람들이 장난으로 낫닝겐! 하는데 진짜로 드래곤인 쿠로오.


인간을 사랑하는 건 한낱 부질없다고 생각했지만 첫눈에 츳키한테 반해서 드래곤인 거 숨기고 사귀게 됐는데 인간이랑은 공적인 관계만 맺은지 너무 오래 돼서 츳키랑 말하다보면 자꾸 헛소리하는게 보고 싶어. 인간의 시간으로 몇 백년을 살았지만 드래곤은 몇 백년 정도야 그냥 찰나 같으니까. 드래곤 중에서는 어린 편인 쿠로오는 그 스쳐지나온 세월이 얼마나 인간에게 긴 시간인지는 아직 잘 와닿지는 않은 상태여서.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급히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서 나눠쓰고 가는데 쿠로오가 우산 빙글빙글 돌리면서 요즘은 비닐우산도 참 튼튼하단 말이지. 처음 비닐우산이 나왔을 때만해도 정말 얇은 비닐 조각 이었는데.... 해서 츳키가 장난으로 어느 시대에 태어나셨어요? 물어보는데 혼자 제발 저리고 뜨끔해서 식은땀 줄줄 흘리는 쿠로오. 말하다 보면 불쑥 불쑥 메이지 시대 쇼와시대 얘기를 직접 겪은 듯 생생하게 하는 건 그냥 화법이 이상한가보다 넘기는 츠키시마.


그렇게 여차저차 정체 잘 숨기고 사귀다가 쿠로오가 일이 많아서 일주일동안 못자고 일만하다가 드래곤 모습으로 자고 있는데 얼마전에 쿠로오네 집 스페어키 받은 츳키가 문 열고 들어옴. 침대에서 엎어져 자다가 현관 열리는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어서 뭐지 뭐지 하다가 아 맞다 취해서 츳키한테 스페어키 줬지 하고 베개에 고개 처박고 삐질삐질하는데 쿠로오씨 안계신가... 하고 방문 열었다가 침대 위에 있는 쿠로오 본체 보고 놀라서 굳는 츳키. 쿠로오는 츳키 기척이 확 달라지니까 아 씨 망했다 부터 시작해서 미쳤지 어떡하지 소리 없는 아우성 지르겠지. 근데 츳키가 전에 이런 인형이 있었나. 중얼거려서 그래 인형인척하자!!


가만히 있는데 타박타박 다가온 츳키가 쿠로오 꼬리 손가락으로 콕콕 눌러보다가 우와... 하고 폭 안는 거. 쿠로오는 츳키가 자기 꼭 안아주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식은땀 날 것 같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죽겠는데 공룡덕후 츳키는 엄청 리얼하다고 여기저기 만지고 누르고 난리났음. 그러다가 날개 펴보려다가 쿠로오 등을 체중 실어서 누르는데 아무리 마른 애라고는 해도 190넘는 남자애니까 아무래도 기본 무게가 있을 거고 크억 하고 눌린 소리가 나와버려서 쿠로오도 놀라고 츳키도 굳고 가만히 수십초 가량의 정적이 흐르고 츳키가 다시 한 번 쿠로오 등을 콱 눌러보고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눌릴 줄 몰랐던 쿠로오는 아까보다 커헉 하고 큰 소리 내버리겠지. 그제야 주춤 침대에서 내려와서 쿠로오가 파묻고 있는 베개 슬그머니 당겨보다 쿠로오랑 눈마주치고 사색이 돼서 뒤로 물러나는 츳키. 아무리 드래곤인채로 순하게 눈 깜빡여봤자 츳키는 멘붕일 뿐이고 멘붕인 눈에는 이렇게 내가 괴물한테 먹혀 죽나 지금껏 봤던 SF영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겠지ㅋㅋㅋ


내가 아무리 공룡을 좋아하지만 사인이 공룡에게 잡아 먹히는 건... 하면서 아 형아 엄마 아빠... 쿠로오씨 죄송해요... 생각하면서 도망칠 순 없을까 데록데록 머릴 굴리다가 이대론 안되겠다고 생각한 쿠로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니까 츳키가 히에에엑 소스라치며 일어나서 막 잡히는 대로 로션병 같은 거 던져가지고 드래곤의 위엄이고 뭐고 머리 감싸쥐고 다시 엎어져서 악악 소리 내는 쿠로오의 하찮음이 좋다... 츳키가 던지다 던지다 옆으로 옮겨서 쿠로오랑 자기랑 찍힌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잡아서 던지려는데 쿠로오가 나야!! 나라고!!! 쿠로오야!!! 케이 잠깐만!! 하고 소리질러서 츠키시마는 멈칫함. 말도해... 아니 누구라고... 쿠로오씨라고... 거짓말.... 황망하게 거의 울 것 같은 츠키시마한테 쿠로오가 다가가려다가 또 츠키시마가 액자 던지려고 팔 들어서 머리 감싸 쥐고 쿠로오 다시 엎어지고. 침대에 머리 감싸 쥐고 웅크리고 있는 씨꺼먼 드래곤이 한참을 가만히 그러고 있다가 고개만 돌려서 슬그머니 눈 마주치는데 색색 숨 몰아쉬던 츳키도 그제야 제대로 그 드래곤의 눈을 바라보겠지 아까는 무섭기만했던 노랗고 동공이 세로로 길쭉한 눈동자가 조금 울상인 게 위험할 것 같진 않아서 츠키시마도 들고 있던 액자를 내려놓음. 안 잡아 먹을 거죠? 하고 묻자 쿠로오도 끄덕끄덕끄덕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다가 아! 하고 폴리모프해서 사람으로 변신함. 백날 드래곤인 모습으로 내가 쿠로오라고 해봤자 믿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애가 너무 겁을 먹은 것 같으니까 그걸 풀어주려고 사람으로 돌아온 건데 변신하니 알몸에다 눈 앞에서 드래곤이 인간이 되는 과정을 본 츳키는 더 멘붕이 오고...


인간이 된 채로 자기를 가리키며 쿠로오... 나... 를 주절거리는 걸 이제 생각하기도 포기한 멍한 머리로 가만히 응시하다가 방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츠키시마. 그리고 급히 얇고 흰 이불로 몸 둘둘 말고 쫓아가는 쿠로오. 이대로 밖에 나가서 신고하면 기억을 지우는 약을 먹여야하나, 어떻게 설득해야하나. 안녕 내 사랑 이렇게 널 떠나보내야하는 거니 울며 겨자먹기로 급하게 따라나갔는데 츳키는 밖으로 뛰쳐나가기보다는 손바닥으로 눈 꾹꾹 누르면서 소파에 앉을 뿐이어서 야단맞을 어린애처럼 조심스럽게 그 앞으로 가서 쿠로오도 앉아 츳키가 뭐라도 말해주길 기다림. 얼마간을 그렇게 대치 상태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 츳키가 먼저 그래서, 아까 그 용이 정말로 쿠로오씨라고요. 끝을 올리지도 않고 싸늘한 말에 뛰쳐나가지 않았으니 그래도 일단 희망은 있나?


했던 쿠로오 다시 안절부절못하고 역시 기억을 지워야하나 싶어 울고 싶겠지. 역시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던 명제에 다시금 괴롭고.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질문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물었으니 대답으로 응. 하니 돌아오는 건 땅이 꺼져라 묵직하게 내쉬는 한숨. 눈 위를 누르던 손을 내려 허벅지를 짚고도 그 눈이 떠지지 않음에 쿠로오도 츠키시마를 보던 시선이 발 끝으로 내려가서 올라올 줄 모름. 지금까지 잘도 속였네요. 하는 말에 쿠로오가 벌떡 고개들고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항변해보지만 그럴 의도가 있었든 아니었든 결과적으로 속인 건 맞잖아요 하는 말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미안... 사과함.


말하기도 어려웠고 이미 츳키를 너무 좋아하고 역시 미안하고 구구절절 변명하다가 네가 아무한테도 말 못할 비밀 때문에 너무 힘들것 같다면 내 기억을 지워줄 수도 있다고. 이런 괴물인 걸 알았으니 더 좋아해달라고 할 염치는 없다며 말하는 힘없는 웃는 얼굴에 아랫입술을 말아무는 츳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괴물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어딘지 짠하고, 자기가 신고당할까봐 신변 걱정 때문이 아니라 제가 힘들 것을 걱정해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마음이 사무치도록 예쁜 자기가 좋아하는 쿠로오가 맞아서. 그리고 진지한 말 하는데 이불 한 장 몸에 말고 말하는 뽄새가 좀 모양 빠지는 모습이기도 했지. 말을 다 마치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푹 고개 숙이고 훌쩍거리는 쿠로오한테 가서 꿀밤 딱콩 때리고 뭘 잘했다고 우는 거냐고 혼내는 츳키가 잔소리 폭탄 퍼붓고 이미 반해버린 걸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 않아 계속 사랑하기로 해줬으면. 그러면서 일어나는 가벼운 헤프닝들!!


용의 모습인 채로 있는 게 편하니까 츳키랑 둘이 집에서 있을 때는 용 모습으로 있는데 공룡덕후가 그 모습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둘 다 자기 자신은 맞고 용인 모습이 본체인데 폴리모프한 자기가 그렇게 이상한가 고민하는 쿠로오라던가.


용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저 비늘... 눈, 날개.....! 멋져!! 잘생겼다!! 하트 뿅뿅한 눈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츳키의 눈빛에 기분이 묘한 쿠로오. 그리고 사실 공룡 좋아하는 거 알고 츳키가 자꾸 공룡들이랑 놓고 생각하니까 아 난 걔네랑 다르다고!!! 걔네는 약해빠졌어!!! 그래서 멸종했잖아!!! 해서 비늘 두어개 뽑힐 뻔 하고. 사람일 때야 달린데에 달려있고 둘이 한 몸이 되어봤으니 안다지만 용인 모습일 때 그건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해진 츳키가 한동안 물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용일 때의 쿠로오 꼬리를 자꾸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도 보고 싶다ㅋㅋㅋ 궁금해죽겠다는 눈으로 뭔가 자기한테 볼 일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말은 안 해주고 영문 모를 짓만 하고 있어서 자꾸 누워봐라 옆으로 굴러봐라 하는 요구에 어리둥절한 것도 보고싶다.





복앜 엠프렉 보고 싶다. 보쿠토가 재벌집 도련님이고 보쿠토네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 아들 아카아시인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거 얹혀 살게 되면서 같이 자라는 . 코흘리개 시절부터 같이 자랐지만 아카아시는 어린 나이에도 자기 위치나 분수를 파악해서 으레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도련님. 이라고 깍듯하게 보쿠토를 모시듯이 하는 . 보쿠토가 친구잖아. 그냥 이름 불러줘 해도 아카아시는 가만히 고개를 저을 뿐이고. 


어릴 때부터 에너지 넘치고 천방지축인 보쿠토 따라다니면서 뒤치닥거리하는 조숙한 애기 아카아시. 워낙 가문이고 집안이라 저런 시종 하나 옆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어서 눈치 빠른 아이 들였다 생각하겠지. 보쿠토는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온통 엄한 어른들 뿐인 안에서 또래인 아카아시는 좋은 .


활발한 보쿠토가 이것 저것 사고치고 돌아다니면 수습은 언제나 아카아시의 몫. 위험한 장난을 쳐도 말리거나 다친 보쿠토 감싸주는 것도. 그러다 집 안 정원에 있는 조금 깊은 연못이 겨울이 되어 얼자 그 위에서 보쿠토가 놀자고 하는데 아카아시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서 자꾸 말리는데 보쿠토는 막무가내로 떼를 부리겠지. 이거 봐봐. 진짜 재밌어. 아카아시도 같이 놀자. 꽁꽁 얼었어! 하면서 자꾸만 연못 안 쪽으로 들어가는 걸 안절부절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그런 태도에 뿔이 난 보쿠토가 나 혼자 놀거야. 아카아시는 바보. 하면서 얼음 위에서 발 지익 지익 미끄러뜨리면서 노는데 살얼음이 언 부분부터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 


쩌억,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 보쿠토도 아카아시도 놀라서 굳었는데 아카아시가 망설임도 없이 뛰어 들어와서 보쿠토 바깥으로 밀치면서 내보내고 연못에 빠지는 거. 정말 다행이도 마침 일하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세상 떠나가라 우는 보쿠토 보고 바로 아카아시 건져줘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아카아시는 그 뒤로 물 공포증 생기고 그 날부터 보쿠토는 아카아시 말이라면 뭐든 듣게 되는 관계로 굳어지는 거. 아카아시는 말렸는데.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말을 안 들어서 아카아시가 죽을 뻔 했어. 아카아시가 깨어나기만 하면 뭐든 다 들어줄 거야. 하고 다짐해서 정말 아카아시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말 잘 듣는 거지.


천성이 밝아서 활기찬 보쿠토에게 브레이크를 있는 것도, 엑셀을 밟아주는 것도 아카아시가 되는 . 그건 학교에 진학하고서도 마찬가지였고. 아카아시도 뭐든 된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보쿠토 장단 맞춰가며 정말 보쿠토가 하고 싶어하는 직접 윗사람들 설득해줘가며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배구도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갑자기 뭐에 꽂힌 건지 배구를 하겠다고 했을 어른들은 공부나 것이지 무슨 운동이냐며 반대하는데 아카아시가 공부도 시키면서 취미로만 하게하겠다고 딜하고. 자기가 계속 옆에 붙어서 자신은 배우지도 않은 학년 위의 공부까지 해가며 보쿠토 공부도 시키면서 하겠다는 지키면서 보쿠토 풀어주는 . 


싸우기도 많이 싸웠겠지만 언제나 지고 들어가는 아카아시였고 자연히 서로에게 서로가 우선인 사람의 감정이 형제라기보다는 연애에 가깝도록 바뀌게 되는 좋아. 고백은 당연히 보쿠토가 먼저 했을 같다.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건너뛰고 키스하고 싶다는 말부터. 아카아시랑 키스하고 싶어. 이거 이상한 거야? 성정체성에 울먹이는 보쿠토를 가만히 아카아시가 보듬어 주면서 맞춰주면서 부터 연애하는 . 


보쿠토 가문의 외동아들이라 어쩔 없이 결혼해야 때도 싫다고 도망가자고 하는 아카아시가 안된다고 하셔야 한다고 해서 순전히 아카아시를 위해서 결혼하는 것도 보고 싶어. 결혼해서 해야할 의무는 하셔야한다고. 그래도 자기는 변하지 않고 계속 옆에 있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말에 아카아시를 자기 비서로 계속 두는 조건으로 회사 들이고 결혼도 하고. 아카아시는 회사에서도 보쿠토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쁘고... 고통....


드러낼 없는 연애니 회사에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이나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만 연애를 있는 사람. 뭔가 자기한테 바라주고 요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카아시는 그런 일절 없어서 항상 보쿠토가 애간장 탔으면 좋겠다. 세상 무덤덤하다가도 보쿠토가 자기 그런 때문에 시무룩해하면 아카아시는 옆에 붙어서 살살 달래주고. 출장 같은 잡아서 야하게. 


결혼한지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애를 가져야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만큼은 보쿠토가 그럴 없다고 싫다고 아카아시 이번에는 듣겠다고 완강하게 나와서 냉전이 오래 갔으면. 그러다 보쿠토 다시 고삐 풀려서 회사에서도 나가고 엄청 마시는데애 쓰고 돌아다니는 보다 못한 아카아시가 술집에서 만취한 보쿠토 데리고 들어오면서 미안하다고 이건 내가 뭐라하지 않겠다고 물러나면서 보쿠토 신혼집에 데려다주는데 보쿠토는 술김에 집에 도착해서 자기를 자기 정략결혼한 아내가 받은 모르고 계속 아카아시랑 있다고 생각해서 사고쳐주라. 여자도 검은 머리 숏컷에 이름도 아카네여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눈도 가물하지만 걱정해주는 다정한 어조에 당연히 지금 옆에 있는 아카아시인줄 알고 가지러 가는 아내 당겨서 안고 가지마. 옆에 있어. 예쁘다. 고마워. 미안해. 두서도 맞지 않는 하면서 아카아시라고 생각하면서 여자 안는 . 여자는 뭉개진 발음으로 아카.. 어쩌고 하는 자기 이름인 알았고, 조금 어긋난 포인트를 만지는 취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 . 다음 아내가 먼저 일어나 있어서 보쿠토는 무슨 있었는지 기억 못하고 그냥 아카아시랑 있다가 들어온 것까지만 기억하는 . 


그렇게 어영부영 아무 일도 없는 알았었는데 나중에 여자가 아카아시한테 먼저 자기 임신 소식 알렸으면. 아카아시는 당연히 놀라서 굳어있는데 정도 같다고 해서 속으로 날짜 계산 해보니 취한 보쿠토 집에 데려다 같아서 멍하겠지. 그리고 애기 가져야하는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부터도 많았던 생각인데 생각이 많아지는 아카아시. 보쿠토도 나중에 알고나서 충격 먹고 한동안 둘이 서먹해짐.


보쿠토는 자기가 취해서 그런 기억도 없는데 그랬다는 것도 충격이고, 애기가 생긴 것도 충격이고, 아카아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이렇게 되니까 좋아? 속이 시원해? 하면서 잔뜩 꼬인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쟤라고 정말 괜찮을까 싶어서 안타깝고 마냥 미안한 마음도 같아 들겠지. 그래서 멍하게 곳을 바라보는 아카아시한테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래도 일단 자기 아기가 생겼다니까 보쿠토가 집에도 신경 써야할 일이 많아져서 보쿠토 비서로 있는 아카아시도 덩달아 바빠지는데


자기한테 온전히 쏠려있던 관심이 조금 분산이 되서 외로운 건지, 그동안 너무 피곤했던 것인지 아카아시는 즈음부터 잠이 많아지는 . 그런 적이 번도 없었는데 당떨어진다는 느낌이 뭔지도 같아 입에 과자나 젤리같은 주전부리 같은


달고 살고. 그러다 몸살 기운이 오는 같아서 크게 아프기전에 떨쳐버리려고 병원에 가는데 임신한 같다는 말을 듣겠지. 남자도 임신을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고 자기가 그런 체질인 줄도 몰랐던 아카아시는 자기 임신 소식에 정신이 아득함.


잠깐 병원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연차를 쓰고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누워서 까무룩 잠들었다가 눈을 뜨고 괜찮냐는 보쿠토 연락으로 난리가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불꺼진 어두운 방에서 아카아시는 이별을 다짐하겠지. 회사 실세는 회장 아들이 아니라 자기 아니냐는 뒷말들도 정리해야할 같고. 하나씩 떠날 준비를 하면서 보쿠토 역시 체념시키는 아카아시. 


오랜만에 데이트 하자는 아카아시의 제안에 들떠서 찾아간 자동차 극장. 한참 전에 흥행했던 영화를 보며 아카아시가 말하는 . 아기에겐 잘못이 없잖아요. 태어날 아기에게는 좋은 아빠가 되어주셔야죠. 사랑 없는 집에서 보쿠토씨는 항상 외로웠죠. 그걸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보쿠토씨가 좋은 아빠가 되는 데에 저는 가장 방해가 되는 사람이에요. 그만해요. 이제 그만할 때인 같아요.


자기는 아카아시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이미 생겨난 생명이고 자신의 실수였고. 버리고 떠나자는 말을 하기에 보쿠토도 아기 앞에서 그렇게 모질 수가 없는 착한 사람이었지. 아카아시가 집에 오기 전 넓은 집에서 방치되듯 자랐던 제 외로움은 아직도 잊지 못한 사무친 기억이었으니까. 다 포기하고 싶지만 아카아시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닐 테니 철없는 소리로 떼를 쓸 수도 없고 그저 핸들에 머리를 기대고 우는 보쿠토와 그걸 다독여주지도 않은 채 앞만 응시하는 아카아시. 


아주 먼 훗날. 다 지나고 나면 그 때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언제나 차분했던 아카아시의 말 끝이 떨림에 고개를 든 보쿠토에게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물을 매달고 웃는 아카아시가 보여서 그걸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우는 보쿠토. 울음으로 엉망이 된 호흡으로 나눈 마지막 키스.


보쿠토는 이제 아카아시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하려고 하고 아카아시는 작은 조언들만 건네면서 회사에서 자기 정리하고. 보쿠토 아내가 산부인과 가는 날에는 항상 같이 가주게 하면서 자기는 혼자 몰래 병원에 다녀오고. 다행스럽게도 입덧은 없지만 쏟아지는 잠에 꾸벅 꾸벅 가물거리는 눈으로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고. 더 보쿠토가 아카아시에게 기대는 걸 슬슬 집에서도 불안해하던 찰나에 아카아시가 떠나겠다하는 건 위에서도 반색할 일이어서 일사천리로 아카아시 퇴사가 진행됐겠지. 


그리고 마지막 날. 보쿠토한테도 말 없이 혼자 조용히 떠나는 아카아시. 보쿠토에게만 붙어있었고 사치를 하는 편도 아니고 집에서 퇴직금으로 챙겨준 돈도 있고 혼자서 보쿠토 아이 낳아서 키울 준비하는 아카아시 보고 싶었지.








인형한테 질투 느끼는 쿠로오 보고 싶다. 회사 일로 바쁘다가 얼추 일이 하나 둘씩 정리되고 이제 숨도 돌릴 못했던 데이트도 회사 끝나고 영화보고 집에 들어가자! 날에 쿠로오 갑자기 회식 잡혀서 약속 취소한 . 문자로 울면서 사과하는 쿠로오한테 츳키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냥 혼자 너무 미안한 쿠로오가 취해서 바디필로우용 공룡 인형 사들고 집에 귀가하는 . 중간 중간 문자 하더니 갑자기 연락 받고 늦게 와서 화내려고 했는데 이런 사오려고 연락이 안됐나 싶으니 귀엽기도 하고.


인형 안고 뒤에 숨어서 츳키. 안녕. 많이 화났어? 쿠로오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목소리 바꿔가며 말하는 쿠로오 보면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뭐하는 건가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고. 네에 네에, 츠키시마씨는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하면서 인형과 쿠로오를 같이 안아주는데 쿠로오가 그제야 얼굴 보여주면서 그래도 미안해. 하겠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냄새가 폴폴 풍기지만 미안해서 하는 짓이 귀여워서 그냥 뽀뽀해주는 츳키. 


그리고 씻고 오라면서 욕실로 밀어넣는데 자기가 사온 인형 끌어안고 이거 좋다. 하는 츳키 중얼거림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쿠로오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뀌겠지. 자기 생각보다 츳키가 인형을 너무 좋아해버려서. 거실에서 티비를 때도, 컴퓨터를 때도, 때도 집에서 츳키가 어디에 앉건 자꾸 공룡 인형을 들고 다니면서 안고 있는데 인형이 작은 것도 아니고 부피가 되니까 자기가 츳키 옆에 붙어 있을 없는 . 티비 보다가 츳키한테 기댈라치면 츳키가 안고 있는 공룡 꼬리가 사이에서 거치적거리고. 때도 자기 팔을 끌어안고 자던 애가 이젠 공룡만 끌어안고 자니까!! 


인형 안고 자는 츳키를 뒤에서 끌어 안으면 예전에는 츳키 판판한 배가 손에 닿았는데 츳키가 안고 있는 인형이 손에 잡히고. 집에 오면 당연하게 공룡 인형 찾는 츳키 때문에 말도 못하고 혼자 분해했으면 좋겠다. 자리가 원래 내자리였는데 뺏긴 같고. 그래서 이걸 괜히 사왔나 츳키 없을 팡팡 내려치는데 귀가한 츠키시마가 쿠로오씨 미도리 괴롭히고 있냐고 뭐라하고. 이름까지 있어?!?!! 아연실색하는 쿠로오.



쿠로오가 그 인형 밀어두고 좀 츳키 품에 파고들려고 하면 츠키시마는 뭐하냐고 저리 가라고 하고. 그거 안고 자지 말고 나 안고 자라고 찡찡댔다가 츠키시마가 쿠로오씨는 딱딱하고 미도리는 푹신하잖아요. 얘가 더 편한데... 해서 미도리야 나야!! 해조라. 츠키시마는 삼류 드라마 대사에 벙쪄서 대답 안 하고 있는데 내가 저걸 사오는 게 아니었네 츠키시마가 변했네 이제 나는 완전 찬밥이네 아이고 아이고 곧 땅치면서 발 구를 것 같은 쿠로오. 지금 진심으로 물어보는 거예요? 하니까 입 댓발 튀어나와서 됐어. 츳키는 인형이랑 살아. 나도 너 대신 끌어안고 지낼 인형 살거야. 하고 쿵쾅쿵쾅 침대방으로 들어가는데 츠키시마는 어이가 없음. 그 와중에도 난리치느라 바닥에 떨어진 공룡인형 발로 차고 들어가는데 험악하기까지 함. 아니 이게 뭐라고 지금.....


구석으로 밀려난 미도리를 주워서 탁탁 먼지를 털어주고 소파에 올려놓고 쿠로오 따라 들어가는데 엎드려서 핸드폰 만지던 쿠로오가 츳키보더니 홱 핸드폰 끄고 벽으로 돌아 눕는데 세살 먹은 어린애가 따로 없음. 그래도 요즘 좀 너무 인형만 끌어안고 살긴 했지 싶어서 옆에 앉아서 살살 쿠로오 어깨 흔드는 츳키. 화났어요? 물으니 이불을 홱 머리 끝까지 올려버리는데 그저 마냥 웃김. 애를 키우지, 애를 키워 싶고. 


이불 들춰서 같이 들어가서 돌린 등에 찰싹 붙으니까 너네 미도리한테나 가라그래서 쿠로오 뒷목에 이마 박고 츳키가 웃어버리는데 발끈한 쿠로오가 일어나서 웃어?! 웃겨?! 하는 짜증내는 거 안아주는 츳키. 대답 빨리 안 해서 미안. 미도리보다 쿠로오씨가 더 좋아요. 겨우 웃음 참으면서 대답하는데 쿠로오는 삐진 거 안 풀려서 뻥치지마.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츳키는 어떡하지 하다가 쿠로오 얼굴 잡고 찡그린 미간에 뽀뽀해주고. 미도리랑 이런 걸 할 순 없잖아요. 당연히 쿠로오씨가 더 좋지. 하면서 쿠로오 어르고 달래는 츳키. 


화풀라고 얼굴 들이밀고 눈 맞추는 츳키 보면서 단박에 화 풀린 쿠로오랑 츳키 그대로 키스하다가 했으면 좋겠다. 하고나서 늘어진 츳키 끌어 안고 인형 버리자. 했다가 츳키가 그건 좀... 해서 아 왜!!! 내가 더 좋다며!!! 바상거리는 쿠로오와 쿠로오씨 다음으로 좋아요. 하고 못 버리게하는 츳키.


아 역시 사들고 오는 게 아니었어... 하면서도 공룡 안고 집안 돌아다니는 츳키가 귀엽기도 하고 자기가 유치한 짓 했다는 자각도 있어서 아무 말도 안하지만 가끔 짜증나면 츳키 안 볼 때 먼지 털어준다는 명목으로 퍽퍽 미도리 때리는 쿠로오.


인형 빨아야하는 날에 공룡 잠옷 같은 거 입고 자 오늘은 내가 미도리야! 하고 나타나서 츳키 빵 터져줬으면 좋겠다. 공룡옷 입은 쿠로오랑 하다가 웃겨서 집중 못하고...






이복 형제로 원래 본처에게서 태어난 츠키시마와 아버지의 내연 상대에게서 태어난 아키테루 보고 싶다.


어리던 츠키시마는 그저 새로 생긴 형이 좋지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아키테루가 츳키 밀어내는 거. 아버지 앞에서는 어색한 듯 상냥하게 웃었지만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는 형아! 하며 부르는 츳키에게 누가 네 형이야. 하고 싸늘하게 말하는 아키. 애첩의 자식이라고 츳키의 어머니가 아키테루를 티 안나게 차별하고 괄시하는데 자기가 가진 걸 아키에게 줄 때만 아키테루가 웃어주니까 하나밖에 없는 형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 자기의 모든 걸 내어주는 츳키. 비싼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제법 고가의 전자제품까지. 나중엔 츳키의 용돈도 아키테루가 가져가서 쓰게 되고 그래도 여전히 츠키시마에게는 싸늘한 아키테루.


웃지마. 멍청해보여. 시끄러워. 부르지마. 그런 아키테루의 말들에 점점 웃음도 잃고 말 수도 적어지는 츳키. 그래도 그 시선만큼은 계속 아키테루를 쫓고. 아키테루는 맹목적인 츠키시마가 어디까지 자기를 받아줄 수 있는지 나중엔 시험하듯 더 괴롭히고. 종국에는 츠키시마에게 자기 걸 물고 핥게 하는데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는 모습에 더 부아가 솟아서 괴롭히는 거. 일부러 츠키시마는 학교에서도 겉도는 척하고. 진짜 불량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아키테루가 부모님한테 잘 보이게 되고.


원래대로라면 기업의 후계자는 츠키시마가 됐어야 할 테지만 아키테루에게 그것까지 주고 싶었던 츠키시마였던 거. 그러다가 결국 아키테루가 기업의 후계자가 되고 츠키시마는 아키테루의 스트레스 해소 감정 쓰레기통 같은 게 돼서 몸도 마음도 상해가는 거 보고 싶다.


언젠가 아키테루 아래에서 그저 폭력과도 같은 섹스를 견디가 술 취한 아키테루가 목 조르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있냐고. 차라리 죽지 그래? 하는 말에 그러게. 나는 왜 굳이 이렇게 살고 있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생각하는 츠키시마. 그냥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 아키테루가 좋았을 뿐인데. 왜 싫어할 수 없지. 왜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 거지. 아, 정말. 왜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 아주 단편적으로 보여졌던 아키테루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독점욕이나 심하게 다루고 난 뒤 쓰다듬어주던 손길 같은 것에 매달리던 것이 그제야 비참해지고. 텅 빈 인형처럼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그림자 속에서 아키테루 스트레스나 풀어주며 살다가 다 포기해버리는 거 보고 싶어.


바쁜 일과를 마치고 츠키시마를 안고 자고 싶었던 아키가 자연스럽게 츠키시마의 방에 들어가는데 문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피비린내. 침대 아래에서 덜렁거리는 붉게 물든 팔. 놀라서 뛰어 들어가 츠키시마를 안아 들고 뺨을 치며 이름을 부르는 거. 겨우 눈을 떠 마주친 츠키시마지만 미련 없다는 듯 다시 감아버리는 눈에 아키테루가 철렁하겠지. 겨우 다시 숨이 돌아온 츠키시마를 데리고 요양을 가는데 호수에서 요트를 타던 중 배 밖으로 손을 내밀고 있던 츠키시마가 물결에 햇살이 반짝이는 걸 보고 홀린 듯이 상체를 숙이는 거.


반짝거린다. 예쁘다. 처음 형을 본 날 꼭 머리카락이 햇살에 이렇게 반짝였는데. 웃어주며 안아주었는데. 잡고 싶어. 닿고 싶다. 손을 뻗으며 물에 빠지려던 걸 아키테루가 간신히 발견해 끌어올리고 미쳤냐며 화를 내는 얼굴에 시선을 피하는 츳키.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움찔 놀랐다가 너 지금 물에 빠질 뻔 했어. 죽을 뻔 했다고. 낮게 읊조리자 그제야 아키테루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츳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나는... 하고 말 잇지 못하다가 츳키 멱살 잡고 츳키는 당연히 맞겠구나 눈 감는데 그대로 잡아다가 키스하는 아키테루. 엉망진창이던 첫키스. 놀라서 반짝 눈이 떠진 츠키시마가 아키테루의 눈물을 보고 아키테루는 굳은 츳키를 두고 도망치듯 안으로 들어가고...


어떻게 사랑해야하는 줄 모르는 아키는 츳키가 죽으려고 할 때마다 날뛰게 되고 결국 전부 지쳐서 같이 죽을까? 하고 츳키 얼굴 쓰다듬어주는데 표정 없어졌던 츠키시마가 그 말에 환히 웃으며 안겨드는 거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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