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만 에어컨 하나 있는 집에서 산다 치고 여름밤의 정서를 다 때려넣고 버무린 쿨츳 보고 싶다.

 

에어컨이 고장났다. 연식이 오래된 낡은 맨션의 에어컨은 원래부터 조금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공기를 식혀주는 기능에 문제는 없었다. 털털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며 관리에 소홀한 탓이었을까, 예고도 없이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다. 한낮의 땡볕을 커튼과 에어컨에 의지하며 여름을 견디던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에어컨을 끄지 않았음에도 다시 꺼져 작동하지 않는 에어컨에 당황했다. 처음엔 누구 한 사람이 끈 줄 알았지. 츠키시마가 추워서 껐나? 쿠로오씨가 껐나?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에어컨을 작동시키려 해보았지만 에어컨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리모콘에 건전지가 떨어졌나봐. 티브이 리모콘의 건전지를 다시 넣어봐도, 새 건전지를 다시 갈아끼워보아도 고장난 에어컨은 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서서히 집 안의 공기는 햇볕에 온도를 차츰 높이고 있었다.

 

...고장났나봐. 

어떡하죠? 

수리상에 전화를 해볼까. 

오늘 토요일인데 할까요. 

일단 해보고... 

아... 이번 주엔 수리 예약이 다 차서 오기가 힘들대. 

...아...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하필 고장이 나다니. 조그마한 가전이나 PC라면 모를까 이런 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두 사람은 난처할 따름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고장을 내느니 새로 사거나, 사람을 부르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두 사람은 다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어느새 조금 갑갑해진 공기에 창문을 열까 생각했지만 한 뼘만큼 열었을 뿐이지만 그 사이로 확 밀려드는 찜통같은 열기에 츠키시마는 도로 창문을 닫았다. 에어컨이 꺼져 조금 올라간 기온이라도 밖의 열기에는 비할 게 못됐다. 온도차가 어찌나 나는지 바깥 공기가 반틈만한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올 땐 제가 연 것이 창문이 아니라 찜 솥의 뚜껑인 줄 알았다. 일말의 냉기가 가시기 전까지는 선풍기를 틀어 조금이나마 에어컨의 유작같은 공기를 연명시키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서 틀던 선풍기를 가져와 거실에 틀고 널부러졌다. 해가 중천을 벗어났음에도 도무지 가실 줄 모르는 더위에 두 사람은 결국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마트로 피신을 떠나기로 했다. 마트의 모든 물건을 전부 훑어보고 따져볼 기세로 오랜 시간을 머물러보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한낮의 태양이 달궈놓은 아스팔트의 잔열은 밤공기마저 데우는 것이었다. 문을 닫고 나간 탓에 집 안이 더 더워져있자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모두 열어두었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바람조차 불지 않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도록 빗소리처럼 쏟아지는 매미소리가 어쩐지 더워 입맛까지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시원한 풍경을 보아도 지금의 습한 공기와 온도가 더 몸에 달라붙는 것만 같아 그마저도 꺼버렸다. 계속 쥐고 있는 핸드폰이 뜨거워져 손에서 놓은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츳키, 나 심심해... 

약속 없으세요 쿠로오씨? 

없어. 츳키는? 

저도 없어요. 

저녁은 뭐 먹지... 소바? 

면 끓여야하잖아요. 

음... 그럼....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고 해도 냉두부에 간장만 뿌려 먹을 것이 아니라면 모두 불을 써야하는 것이었다. 시켜 먹자니 뒷정리가 귀찮고, 결국엔 또 외식으로 더위를 피해보고자 합이 맞은 두 사람이었다.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비닐 봉지 가득 담아 달랑거리며 들어오니 그래도 이제 좀 살 것 같다. 는 무슨. 각자 방에 들어가자마자 좁은 방에 사람의 온기가 차자 금세 올라가는 체온에 두 사람은 결국 거실로 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방 안을 밝히는 형광등의 불빛마저도 더운 것 같아 거실의 불도 끄고 두 사람은 대야에 물을 떠 얼음을 넣고 베란다로 들고 왔다. 두 사람이 살지만 좁은 집에 대야가 두개씩이나 있을 필요는 없어 하나의 대야에 커다란 네 개의 발이 테트리스처럼 포개어져 들어갔다. 베란다 아래로 들어오는 거리의 불빛들만으로도 충분히 방안은 어슴푸레 보일 정도였다. 집에서 가장 큰 대야라고는 해도 평균보다 큰 두 사람의 발이 구겨져 들어가 있자 어딘지 가여운 모습이었다. 더운 건 더운 거고 차가운 건 또 차가운 것인지 발 끝만 넣었어도 얼음이 걸리자 금방 시려지는 온도에 발을 넣었다 뺐다, 손을 담궜다 뺐다를 반복하며 차가워, 더워를 반복하다 손과 발의 물기를 닦은 쿠로오가 잽싸게 수박화채를 만들어왔다. 예의상 도와주는 척이라도 할까 싶어 쿠로오의 동태를 살펴보던 츠키시마는 빠르게 생각을 접고 찰박찰박 혼자 차지하게 된 대야에서 발장난을 쳤다.

 

생각보다 길어지네 아무튼 내가 보고 싶은 건 씻고 나와서 거실에서 나란히 자려고 하는 두 사람인데 (급 생략) 더우니까 이불도 안 깔고 베개만 가져와서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이 더우니까 뒤척뒤척 하는 비교적 긴 여름밤. 간간히 멀리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뒤척이는 옆 사람의 소리. 옆 집의 실외기가 돌아가는 부러운 소리. 그런 것들을 들으며 한 곳에만 누워있으면 바닥도 체온에 데워져 더우니까 옆으로 누워 시원한 곳을 찾고. 둘이 똑같이 바닥의 시원한 부분을 찾으려 뒹굴거리면 츠키시마의 손이 민소매만 입고 있는 쿠로오의 팔뚝에 닿게 되는 거. 선풍기를 틀어놨다고 해도 더운 공기에서 바람만 불게 해주는 정도여서 뜨거운 츠키시마의 손이 쿠로오의 팔에 닿았는데 시원해서 어, 쿠로오씨 시원하네요. 하고 잡는데 쿠로오가 안 그래도 덥고 습한데 사람 손이 닿으니 으윽Wㅁㅠ 하고 더워서 울상 짓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츠키시마가 아예 양 손으로 쿠로오 팔 잡아서 그제야 힘없이 팔을 움직여서 빼려고 하는 거. 

 

츠키시마가 웃으면서 손을 떼니 쿠로오도 옆으로 돌아 누워 장난친다고 츠키시마 팔 잡고. 너도, 여기는 시원할 걸. 그 말대로 쿠로오의 손이 츠키시마의 팔에 닿으니 화끈거릴 정도로 쿠로오의 손이 뜨겁게 팔에 닿는 느낌에 아아! 짜증을 내며 츠키시마가 팩 팔을 저어 떨어뜨리겠지. 츠키시마의 즉각적인 반응에 쿠로오도 킬킬 웃으며 바로 손을 거두고 누워 눈을 감음. 선풍기 바람에 팔락이는 쿠로오의 민소매에 드러난 팔이 시원해보여 츠키시마는 다시 잡아보려다 말고 아쉬워 하겠지.  아까 얼음물에 발이며 손을 담그고 있을 때는 좋았는데. 아까 화채까지 해 먹어서 남은 얼음도 없고. 다시 뒹굴 뒹굴. 

 

시원한 바닥을 찾아 뒹굴거리던 두 사람이 또 가까이 붙었을 때. 츠키시마는 안경을 벗어 흐린 눈으로 앞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쿠로오의 얼굴을 보았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희미하게 쿠로오의 이목구비를 희고 가는 선으로 덧그려주었다. 차분하게 내려가 있는 쿠로오의 앞머리가 콧대에 걸려 있는 것이 조금 간지러워 보여 츠키시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해 조금 멍한 머리로 생각없이. 쿠로오의 앞머리를 살금 걷어 정리해주자 감겨있던 쿠로오가 눈을 뜨고 미소짓는 얼굴에 츠키시마가 나쁜 짓이라도 한 것 마냥 뜨끔 놀랐다. 왜. 잠이 안 와? 아뇨. 자야죠. 쿠로오가 눈을 뜰 줄은 몰라 깜짝 놀란 츠키시마가 다시 돌아누워 어쩐지 두근거리를 심장께를 잡고 눈을 꽉 감았다. 

 

애써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며 다른 생각을 하려 애쓰자 어느새 살짝,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간을 잠들었을까. 온몸이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덥고 목이 말라 츠키시마는 찡그리며 눈을 떴다. 완전히 밤공기에 잠겨 어두운 거실에 냉장고의 주황 불빛이 부채꼴로 퍼져있었다. 부스스 츠키시마가 일어나자 냉장고를 열어 물을 따르던 쿠로오가 인기척에 돌아보고 사과했다. 미안. 나 때문에 깼어? 아뇨, 저도 목 말라서요. 쿠로오의 옆으로 아직 졸음이 깨지 않은 걸음으로 비척비척 다가가자 쿠로오가 따라놓았던 보리차를 먼저 츠키시마에게 건넸다. 

 

바싹 말라있던 식도를 타고 위까지 차가운 보리차가 내려가는 느낌이 선연했다. 쿠로오가 물을 마시느라 아직 넣어놓지 않았던 물병에서 조금 더 컵에 따라 마시고 눕자 물로 찬 배가 딩딩해 조금 잠이 깬 느낌이었다. 물이 살짝 목 끝에 걸려 있는 느낌에 바로 누웠던 자세를 옆으로 고쳐 누웠다. 그리고 품이 큰 반팔티 소매 안쪽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쿠로오의 손이었다. 조금 놀라 눈을 뜨자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는 쿠로오의 얼굴이 보였다. 시원하지. 시원한 게 아니고 차가운 거였지만. 반박을 하려다 기운이 빠져 츠키시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더워서 잠이 잘 안 와. 아까처럼 머리 쓰다듬어 주면 안돼? 쿠로오가 츠키시마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왔다. ...저도 자야되는데요. 말은 그렇게하면서도 츠키시마는 조금 망설이다 눈을 감고 있는 쿠로오의 이마로 손을 옮겼다. 조금만. 쿠로오는 머리칼을 빗어주듯 움직이는 츠키시마의 손가락에 머리를 들어 비볐다. ...고양이 같아.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띈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쿠로오가 금방이라도 그르릉, 목을 울릴 것 같았다. 

 

일정하게 쿠로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있자니 살며시 밤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엔 여름 냄새가 묻어있었다. 살그머니 졸음이 몰려와 가물거리며 감기는 츠키시마의 시야 사이로, 츠키시마의 손을 내려준 쿠로오가 성큼 다가왔다. 츠키시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네. 시원한 데가 또 있는 것 같아. 응?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더위와 졸음에 잠겨 멍한 츠키시마의 반응이 더디 돌아오자 빙글빙글 웃고 있던 쿠로오가 고개를 빼들고 츠키시마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차가운 물을 마신 입술이 미지근하게 닿는 온기에 츠키시마는 깜짝 놀라 잠이 오던 머리가 확 깼다. 어때? 놀라 입술을 가린 츠키시마의 손등 위에 다시 한 번 짧게 입술을 부딪힌 쿠로오의 얼굴에 츠키시마는 어딘지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꿈을 꾸는 것일까? 어디에서부터, 꿈인 거지? 생각이 그치기도 전에 츠키시마는 몸이 먼저 고개를 도리도리하고 있고 쿠로오가 안심하면서 진짜 키스하는 거 보고 싶어..... 꿈이 아니라면 분명 이건 더워서 뇌가 녹은 거라고. 그래서 이상해진거라고 생각하면서 쿠로오랑 키스하는데 사실 자기도 모르게 쿠로오 좋아하고 있던 츠키시마랑 언제 낚아야 하나 계속 간보고 있던 쿠로오랑 여름밤 같이 뒹굴던 거실에서 찐하게 더 뒹굴고 사귀는 거 보고 싶네.

 

 

 

 

보쿠아카와 보쿠토를 짝사랑하는 츠키시마와 그걸 지켜보다 짝사랑하게 되는 쿠로오 보고 싶다...

 

츠키시마의 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츠키시마가 소중하고 애잔하고 안타까워 더 아끼게 되는 아카아시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츠키시마가 귀엽고 아끼는 동생인 보쿠토와 느긋하게 관망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꾸만 사서 상처입는 츠키시마가 어느 순간부터 열받는 쿠로오.

 

언젠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츠키시마의 입에서 보쿠토를 향한 고백의 말이 나왔을 쯤엔 보쿠토도 아주 어렴풋이는 짐작이 형태를 잡기 시작했을 때였고 차라리 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안 될 것을 예상하고 던져지는 고백에 보쿠토는 가만히 츠키시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었음을 눈치챈 아카아시는 조용히 먼저 자리를 피해줬을 거고. 쿠로오만 막아보려했지만 어쩔 수도 없게 상황은 전개가 되었고 아카아시 손에 이끌려서 같이 자리 피하게 된 떨어진 곳에서 초조하게 다리 떨며 손톱 물어뜯는 쿠로오. 그 날은 한 여름 축제날이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떠들썩한 마츠리 어느 구석 한 켠. 벤치에 앉아 있던 보쿠토와 츠키시마. 

 

보쿠토씨, 좋아해요. 

 

라무네 병을 천천히 움직이며 구슬이 잘각거리는 소리를 듣던 츠키시마가 조그맣게 말하고. 어쩐지 짐작했던 목소리에 보쿠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츠키시마를 한 번 바라보고 울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거. 보쿠토의 대답이 없으니 다시 한 번 흘러나오는 츠키시마의 말. 보쿠토씨,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네 번쯤 시간을 두고 이어지는 고백에야 보쿠토의 손이 가만히 츠키시마의 어깨 위로 툭 올라왔다. 어깨동무를 하듯, 격려하듯, 응원을 하는 듯. 좋아해요... 다섯번째 대사에야 응. 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리곤 투박하게 두터운 손이 어울리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고개 숙인 츠키시마의 작은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잘그락. 라무네 병을 들고 있던 츠키시마의 손이 기울며 빈 병에서 손짓에 따라 아래 위로 움직이던 구슬이 멈추었다. 응, 고마워. 보쿠토는 먼저 일어섰고 츠키시마는 그러고 이어지는 침묵에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고. 토닥토닥. 등과 어깨 언저리를 도닥이고 먼저 떠나는 보쿠토의 긴 그림자만 하염없이보고 있는 거. 보쿠토가 아카아시와 쿠로오가 있는 곳으로 오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보쿠토를 조금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던 쿠로오는 씁쓸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하는 그를 지나쳐 그가 온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츠키시마를 찾아 가는 거. 

 

그리고 겨우 찾은 츠키시마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빈 라무네 병을 굴리며 데굴데굴 구슬만 굴리고 있고. 츠키시마를 찾는 내내 혹시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가슴 조이던 쿠로오의 걱정과는 다르게 츠키시마는 표정이 너무 덤덤해. 쿠로오가 츳키. 부르니 아, 쿠로오씨 하고 웃기까지하는데 그 얼굴에 쿠로오는 속이 확 뒤집어지는 기분이 듬.

 

 츠키시마는 오랜만에 유카타 입고 게다 신으니까 발이 좀 아픈 거 같아서 쉬고 있었다고. 아카아시씨랑 다들 어디 계시냐. 이제 가려고 했다. 답지도 않게 먼저 말을 늘어놓는 츠키시마는 이렇게만 보면 너무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아까 돌아온 보쿠토의 표정으로 봐서는, 아니 둘이 있었는데 보쿠토 혼자만 돌아온 것만 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제가 이 상황을 다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 것도 없는 척 하는 츠키시마한테, 아니, 그냥 이 상황이 짜증나는 쿠로오.

 

괜찮아? 하고 굳은 표정으로 물어보는 쿠로오에게 아, 이제 괜찮아요. 가요. 하고 일어서는 츠키시마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다시 묻는 쿠로오. 그거 말고. 괜찮냐고. 다 알고 묻는다는 걸 눈치 챈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눈을 살짝 피해 고개를 돌리고 쿠로오가 따지듯 말함. 안 괜찮겠지. 괜찮을 리가 없지. 근데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 쿠로오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날이 서있어서. 츠키시마도 발끈해서 쿠로오를 쳐다보며 항변하려 입을 여는데 쿠로오의 찌푸린 얼굴을 보자마자 흘러내리는 눈물이 먼저야.

 

그래. 차라리 울어라. 하고 츠키시마 안경 벗겨주고 벤치 앉힌 다음에 옆에 앉아 허리 수그리고 땅 보는 쿠로오. 분명 처음엔 삼각관계가 보이니까 흥미로웠을 뿐이었는데. 누군가가 가지게 될 감정의 무게 같은 건 쿠로오의 알 바 없이 그냥 재밌었을 뿐이었는데. 왜 츠키시마가 혼자 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핑 돌 정도로 화가 났는지. 왜 자기 앞에서까지 평정을 연기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거슬린 건지 쿠로오도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 

 

윽, 흑, 하는 아주 작은 소리만 내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던 츠키시마가  길지 않게 얼마 간을 울고 훌쩍이는 숨도 정리를 했을 때 조그만 소리로 말을 꺼내겠지. 안경, 주세요. 그 말에 쿠로오가 츠키시마를 보니 운 얼굴을 슬쩍 돌리고 손만 내밀고 있어. 울고 나니 창피한가. 그래봤자 여기서도 눈꼬리 빨개진 건 다 보이는데. 어라, 귀도 빨개졌네. 귀엽게. 농담을 하려다 그냥 말 없이 안경을 건네주는 쿠로오. 그 틈에 닿은 츠키시마 손가락이 뜨겁다. 장마전선을 앞둔 여름밤의 습기와 츠키시마의 손가락에서 닿은 열감이 축제날의 불꽃놀이 소리와 함께 쿠로오의 마음에도 번지던 밤. 혼자 울게 두고 싶지 않다, 힘들어 하는 옆엔 내가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쿠로오로 쿠로츠키 보고 싶다. 혼자 울지마. 하고 츠키시마가 힘들 때면 무슨 상황이건 달려와주는 쿠로오한테는 점점 편하게 기대고 제멋대로 굴게 되는 츠키시마도 보고 싶고...

 

츠키시마가 무의식 중에 쿠로오한테 투정부리고 편하게 대하다가 쿠로오의 그만 바보 같은 짓하고 멀어지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에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발끈할 때 쿠로오가 화난 얼굴로 빈정대면서 힘들때마다 날 이용한 주제에. 라고 하는 것도 보고 싶다. 맞는 말이라 츠키시마가 입 꾹 닫고 있다가 죄송해요. 사과할 테고 쿠로오도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어서 아차해서 침묵하다 계속 이용해. 혼자 울지마. 하고 마는. 이런 게 몇 번 이어지다 츠키시마가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하고 물을 때 쿠로오가 내가 널 좋아하니까. 고백해줬으면.

 

 

여름이라 더우니까 서늘하게 봌앜 마음앓이하는 게 보고싶다...(의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길로 갈라졌지만 나름 갈림길에서도 꾸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인간관계에서 당연한 건 없듯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 치부해서 생기는 마음 앓이.

 

보쿠토의 곁자리가 아카아시였던 게 당연했던 2년. 보쿠토의 고등학교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 역시도 당연히 보쿠토 하면 아카아시, 아카아시 하면 보쿠토가 떠오르듯 바늘과 실 같던 두 사람도 무대가 달라지는 순간 자연히 접점도 시간이 갈수록 삭아질 테니까.

 

아카아시가 아직 학생이고 보쿠토가 사회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대가 갈라진 첫 1년은 그럭저럭 몰랐겠지만 시간과 경력이 벌려놓는 차이가 점차 드리워져서 어느 순간 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아카아시가 먼저 그 그림자를 알아차리게 되는 거. 보쿠토의 일거수일투족을 섬세하게 살피던 건 늘 아카아시의 몫이었고, 버릇이 되버린 루틴에 아카아시의 신경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보쿠토에게로 향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의 그를 예전처럼 즉시 케어해줄 수 없다는 게 우선 작은 거슬림이 된 거.

 

아카아시 본인에게도 나름의 자부심이었던 보쿠토의 케어 담당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에 보쿠토가 제게 미주알고주알 자주 연락하거나 찾아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고 있었는데 점차 아카아시가 모르는 보쿠오의 장면이 늘어나는 것에 조금 초조해지며 아카아시의 머릿속 가장 큰 지분이 보쿠토가 되고 작은 거슬림이었을 뿐인 가시가 아카아시도 모르게 뾰족뾰족 날을 세우며 단단하게 자리잡겠지. 단순한 투정, 힘든 일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아카아시도 자신의 무대에 서있다보니 가끔은 버거운 날도 생길 거고.

 

스스로도 왜 이렇게 보쿠토한테서 신경을 끊을 수가 없나 싶지만서도, 그래도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사람 중 하나니까. 신경을 안 쓸 수 없게 하는 사람이니까 하고 혼자 닫는 생각이지만, 은연 중에 보쿠토에게서의 자신의 자리를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은 상태.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야. 보쿠토가 힘들고 외로울 때만 자기에게 연락하는 것 같다는 걸. 유난히 신경 쓰는 경기 전 업무 시간을 쪼개가며 그와 연락했지만, 정작 그가 우승하고서는 소식이 없을 때. 그의 소식을 다른 입으로 들었을 때. 그냥, 조금, 허탈해져 버리는 거.

 

그에 대한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한참동안이나 잠잠한 그와의 연락에 아카아시는 그제야 조금 변해가는 삶의 우선 순위를 받아들이기 시작해. 좋은 소식도 이제 같은 소리만 맴돌게 됐을 때쯤에나 연락이 온 건 고등학교 때 사람들이 다함께 모여 축하 겸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연락이었고, 그 연락책도 보쿠토가 아니었음에 아카아시는 전화기를 왼쪽 어깨로 고쳐들며 원고에서 눈을 떼지 않고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말해. 이번 달엔 원고 마감이 촘촘해서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아쉽지만 불참하겠습니다.

 

마감이 촘촘해 밥 먹듯 야근을 하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예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얼굴을 비췄을 자리지만 이제 굳이- 그래야하나 싶어서. 이제야 겨우 업무 프로세스가 자리잡혔고 일이 몰리는 시기에 나도 나를 신경써야지. 시무룩한 보쿠토의 표정이 잠시 어른거려 야근도 몸 생각하며 하라는 걱정스런 멘트를 건성으로 흘리며 전화를 끊은 아카아시. 생각을 지우듯 빨간 수성펜을 휘적휘적 허공에 돌린 뒤 아카아시는 방의 불을 켜고 스탠드만 켜 빛이 눈 앞의 원고만을 비추게 하고 다시 하던 일을 해. 이제, 눈 앞의 일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입을 통해 들었던 소식들이 또 다른 입으로 제게 전해지는 목소리와, 인터뷰로 들었던 120%였다던 그의 활약상. 예전이라면 햇살같았던 환한 웃는 얼굴이 따갑게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서. 그만 눈을 돌리기를 택하는 아카아시. 공을 만지던 곳이 아닌 펜을 쥐는 곳에 굳은 살이 자리하기 시작하는 손은 이제 그에게 토스를 올리던 감각은 이미 예전에 잊은 듯 한데, 그 때의 감정을 잊지못한 아카아시의 머리만 과거를 과거로 흘려주면 편해질 일이었어. 결국 이렇게 마음에 불편하게 가시가 자란 것도 자승자박이려니. 묶은 사람이 풀어야 마땅한 거겠지. 괜히 시큰해지는 콧잔등을 펜 끄트머리로 쿡쿡 긁은 뒤 아카아시는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거.

 

빠르게 흘러가는 스포츠계의 시간을 겪어본 아카아시도 알아. 그러니까 이해하는 거야. 보쿠토가 이제 전만큼 제게 의지할 일도, 제가 도움이 될 일도 없을 거고. 변한 무대에서 관계가 변하는 것도 당연한 거라고. 전과 같은 포지션임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걸. 상처받고야 알게 된 거긴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어디야. 아카아시는 이제 가뭄에 콩나듯 연락이 오는 보쿠토가 우는 소리를 해도 전처럼 온 마음이 아프지도, 도와주지 못해 조바심이 나지도 않아. 보쿠토를 끌어올려줄 사람은 그의 근처에도 무수히 많을 거고 그건 저보다도 더 나은 방식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아카아시가 먼저 받아들였던 관계의 변화는 그 후에야 보쿠토가 느끼겠지. 점점 짧아지는 연락에, 끊어지는 텀이 빨라지는 대화창에, 먼저 연락 하지 않으면 어떻게 지내는 지도 알 수 없어지는 아카아시의 소식에. 한참을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아카아시는 어디로 간 건지 희미해져있고 닿으려고 해봐도 뭔가 둥실뜬 것 같은 아카아시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보쿠토가 어느날 투정해. 아카아시 변했어! 이제 받아주지도 않고!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안부만 겨우 전했을 뿐인데 전화할 곳이 있다며 끊어야겠다는 아카아시의 말에 터져나온 불만이었는데 아카아시의 반응이 이상해. 잠깐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아니, 아닌 건 아니고 있긴 한데- 하고 말을 바꾸는 보쿠토에 끊어졌나 싶을 정도로 정적이 이어지던 수화기 너머로 하하, 힘없는 웃음 소리가 들려. 오랜만에 듣는 아카아시의 웃음 소리에 보쿠토가 다시 볼멘소리로 투정하자 아카아시가 한숨 쉬듯 대답해. 제가 왜요?

 

아카아시는 아카아시니까. 아카아시는 늘 그랬잖아. 바로 마음 속에 떠오르는 소리를 하지 못한 채 이 번엔 보쿠토의 정적이 이어지자 따라 침묵했던 아카아시가 다시 말을 이어. 보쿠토씨, 힘들 때만 연락하는 거. 알고 계셨습니까. 그리고.. 이제 굳이 제가 아니라도 보쿠토씨 곁에 더 좋은 조력자가 얼마든지 있잖아요. 굳이 제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서운해하실 일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들어봤자,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보쿠토가 맞는 말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미안하기도 미안해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는데- 하니 다시 웃은 아카아시가 알아요. 하겠지. 그런데 보쿠토씨, 그러려고 그러신 게 아닌 건 알지만 보통 그런 걸 감정쓰레기통이라고 불러요. 모르시는 거 같아서. 지금은 제가 시간이 안되서 정말 죄송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기운 내시고요. 빠르게 말을 정리하고 끊은 아카아시와의 통화. 보쿠토는 전화가 끊어지는 화면을 멍하게 보고.

 

보쿠토는 억울해 죽을 것 같지. 고등학교 때처럼 감정표현 솔직하게 하지 말라고 해서 여기저기서 압박은 엄청 받고, 본인도 학생 때랑은 다르다는 거 아니까 고쳐야한다는 건 알겠는데 천성은 그게 못 되고. 이럴 때 늘 버팀목이 되어줬던 아카아시가 늘 돌아가 마땅한 집 같은 존재였는데. 이런 거... 아카아시한테만 하는 건데. 이렇게 기대면 아카아시는 늘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곤 했으니까. 내가 필요로 해야 네가 곁에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감정쓰레기를 네게 버리던 건 아니었는데.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결 같아 좋아 그랬던 건데. 근데 그게 이제 안된다고 하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 아카아시? 하고.

 

보쿠토가 프로가 되면서 주변 실력도 모두 프로니까 이제 아카아시가 학생 때 만큼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도 마음 쉴 곳은 부모님 보다 편한 것이 아카아시였던 보쿠토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로 인해 주변이 반짝 반짝 빛나고 좋은 추억과 경험으로 꾸며져도 보쿠토 마음 속에 돌아가야 하는 보금자리 같은 집 격인 아카아시. 세련되지 못해도 손 때 묻어 투박한 집.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자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집이 아카아시의 의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보쿠토가 멀어져갈 때에도 그냥 아카아시는 계속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안일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보쿠토는 제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사이 뒤에서부터 풍파에 모래로 부서지다 결국 아카아시가 떠나 자리만 남기고 사라진 제 마음 속 보금자리를 가만히 더듬어 보았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보쿠토에게 아카아시는 아카아시였다. 이유 없이도 보쿠토에겐 아카아시가 필요했다. 자세히 설명하라고 하면 너무 어렵지만. 사람에게 집이 필요한 것처럼. 공기가 필요한 것처럼 그냥 계속 아카아시와 함께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보쿠토는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동안 잠잠하다가 걸려 온 저녁쯔음의 보쿠토 전화. 사무실엔 오랜만에 아무도 없었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던 아카아시가 네. 전화를 받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아카아시! 하고 기운차게 부른 보쿠토가 머뭇거리며 묻는 거. 밥은, 먹었어? 뭐지... 이 난데 없는 질문은. 하면서도 네, 지금 회사에서 도시락이요. 대답하자 정말 그게 궁금했을 뿐인지 아카아시에 대한 것만 묻고 끊어진 전화. 뭐야.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 싶으면서도 점점 다시 연락하는 빈도가 늘어나며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지자 슬쩍 간지러워지는 마음에 입술을 꾹 물며 다시 일렁이는 마음을 다잡는 아카아시.

 

똑똑한 아카아시도 눈치채지 못했던 건 아무 필요 없어도 그에게 온통 신경이 쏠렸던 것도, 돋아난 가시도 아카아시에게 보쿠토가 사랑이었다는 거였으면 좋겠어. 그 마음을 깨닫는 건 갑작스레 시작된 여름. 여름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보쿠토를 보고나서. 다른데 가있던 신경을 부서진 보금자리를 되찾기 위해 보쿠토가 다시 아카아시에게로 당연하게 여겨 공들이지 않았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니 자연스러워 잊었던 마음이 존재를 알린 보쿠토 역시 그 쯤 마음을 깨닫고. 왜 이런 중요한 걸 잊고 살았지 싶을 만큼 아카아시에 대한 마음이 넘쳐흐를 때 무작정 찾아간 아카아시네 집.

 

괜찮으면 진짜 잠깐만,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안경 쓰고 편하게 반팔티 입고 있는 아카아시가 놀라서 나오고 그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고 좋아서 들어오라는 말도 못하고 여긴 이 시간에 웬일이냐 묻는 아카아시를 끌어안아버리는 보쿠토. 이르게 열대야가 찾아오는지 습하고 더운 밖과 달리 에어컨을 틀어놔 차가운 공기와 서늘한 아카아시를 와락 당겨 안으니 맨발로 현관에 있던 운동화를 밟고 서서 끌어안긴 아카아시가 확 느껴지는 여름의 온도에 사랑을 깨닫는 거.

 

아, 진짜 오랜만이다 아카아시. 너 너무 바빠. 밥 제대로 먹고 있어? 왜 이렇게 마른 거야. 그냥... 그냥 진짜 잠깐 얼굴만 보려고 와봤어. 하고는 다짜고짜 끌어안을 생각은 없긴 했는데 자기도 놀람+부끄러워서 손 떼고 나중에 밥 같이 먹자고 하고 아직 놀라 있는 아카아시한테 머쓱하게 웃고 빈 손으로 오기 뭐 하니까 그냥 바리바리 사온 편의점 주전부리 건네주고 휭 떠나는 거. 보쿠토와 함께 따라 들어온 여름 바람이 너무 더워서 갑자기 더워진 거라고.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등을 대며 입으로만 뭐가 이렇게 갑자기.... 하고 중얼거리는 아카아시.

 

그러면서 다시 이어지는 연락은 옛날과 다른 온도가 아니라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의 양상으로 이어졌음 좋겠다. 그러다 아카아시 말라서 고기 먹어야 된다고 고기 사들고 와서 아카아시네서 밥 먹고 뒷정리하는데 좁은 집에서 둘이 움직이다 서로 뒤에 있는 줄 모르고 돌아섰다가 쿵 부딪히고 가까워진 거리에서 아카아시가 죄송- 하고 올려다보는데 아카아시 넘어질까봐 반사적으로 잡아준 보쿠토랑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둘 다 또 놀래고. 두근두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에서 아카아시가 먼저 눈 돌리고 게임이나 만화였으면 이 다음에 키스인데, 하는 생각하고 의식해.

 

내일은 연습하기 싫다- 하고 괜히 가기 전에 투정부리는 척 아카아시 또 끌어안는 보쿠토나, 힘내라고 하면서 토닥토닥 더 오래 등 도닥여주면서 안 도망가는 아카아시도 보고 싶고 둘이 썸도 길게 타면서 이전이랑 다른 마음 앓이 하는 것도 보고 싶고...

 

 

 

센티넬 츳키 가이드 쿠로오 보고 싶다. 센티넬의 이능력보다는 총명한 머리가 더 뛰어나 이능력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 가이드도 딱히 필요 없었는데 이능력 수치가 나날이 쭉쭉 올라가버리는 거. 머리도 좋은 애가 이능력도 강해지니 어절씨구 좋구나였지만 갑자기 상승하는 능력에 대한 부작용 역시 심하게 나타나는 편인데, 힘이 폭주하는 일은 없지만 그 힘을 모두 쓰고 나면 신체의 기능이 하나씩 없어져 버리는 것. 처음엔 후각이 마비되어 며칠 냄새를 못 맡는 정도로 그쳤지만 힘이 강해질수록 그 부작용도 가이드를 받지 못하면 손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식으로 심해져서 가이드를 찾는데 영 상성이 맞는 가이드가 없겠지.

 

손은 어쩌다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져서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그 다음으로 츳키에게 온 부작용은 두 다리의 마비인걸로... 별 생각 없던 츳키도 영락없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채로 시간이 한 달, 두 달 흐르니 영 막막하고 어쩌나 싶고. 나라에서는 자잘한 빌런들이 판을 치는 와중에 츳키 능력이 세져서 전기로 애들 지지고 다니니까 살았다 싶었는데 부작용이 너무 심해지다보니까 어쩌나 골머리지만 사실 츳키는 그런 건 상관 없고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게 가장 큰 막막한 이유. 딱히 현장에 못 나가고 공무원처럼 사무만 보는 게 적성에도 맞지만 멀쩡하던 다리가 처음부터 쓰는 법을 몰랐던 것처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다리로 걸어다니던 생활습관은 남아있으니까 불편해서 가이드를 찾고 싶은 거였지.

 

근데 조금 익숙해지니까 그럭저럭 그냥 체념하고 살만도한가 싶을 때 퇴근길에 들른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는데 빌런한테 인근이 습격 당해서 빵집도 뒤집어지고 건물들이 무너지는 여진에 츳키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넘어지는데 가판대 뒤에 있던 점원이 뛰어나와서 츳키를 감싸안는 거. 쏟아지는 빵이며 바구니들을 등으로 막으면서 츳키 머리 감싸고 안고 있다가 공주님 안기로 들고 건물 뒷쪽으로 도망. 지반이 흔들리고 갑자기 넘어지고 눈을 뜰 새도 없이 안겨서 이동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츳키는 남자가 창고 안으로 들어와 저를 바닥에 앉힐 때에야 눈을 제대로 뜸. 괜찮아요? 하고 점원이 눈을 마주치고 물어보는데 뭔가 이상해. 붙어 있는 건지, 어떻게 힘을 주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발 끝부터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야.

 

그리고 빠르게 츠키시마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 가이드...라는 거 어떻게 받는 거라고 했더라? 저와는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잊은 지 오래였던 기초 규범과 방법, 내용 같은 것들을 기억해봐. 자잘한 건 모르겠고 어쨌든 가장 큰 줄기는 그거였지. 스킨십. 츳키는 다시 지반이 쿵 울리는 지진 같기도, 폭발 같은 흔들림에 눈을 감는데, 숨어있는 건물이 흔들리자 반사적으로 또 츳키의 머리를 감싸 안는 남자의 품 안에서 또 그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래서 다짜고짜 저기, 죄송해요. 하고 자기 감싸안은 남자 얼굴 끌어당겨서 입술 박아버리는 츳키....

 

난데없이 키스 당한 남자는 깜짝 놀라서 감싸안고 있던 양 팔이 확 츠키시마에게서 떨어졌겠지. 몸은 굳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입술이 겹친 순간 바로 밀치지않는 반응에 살짝 눈 떠서 남자를 보고 입을 벌려 살근 그의 아랫입술을 무는 츳키.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목을 감싸고 좀 더 파고드는데 허공에서 허둥대던 점원이 그제야 츳키의 어깨에 손을 대고 밀어내려하는데 이미 츠키시마는 충분했지. 온전히 돌아온 다리의 감각에 생긋 웃고 번들거리는 입술 닦으며 가뿐히 일어난 츳키가 밖으로 나가 빌런들 때려잡고 상황 종료된 다음에 다시 창고로 들어왔을 때에도 멍하게 앉아서 입술 만지작거리는 남자에게 손을 뻗겠지. 가요.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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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빵집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던 남자 쿠로오씨의 아들 모 테츠로씨가 S급 전기 이능력 센티넬의 가이드로 밝혀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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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오랫동안 눈에 담아와서 꾸는 꿈인 줄 알았어. 그런 거 있잖아. 짝사랑을 오래 하면 한 번 쯤 꾸는 꿈.

 

..그랬어요?

 

사실 뭘 안다고 짝사랑이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계속 마음에 담고 있던 손님이었거든. 케이군은. ... 키스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 싶었는데. 그렇게 이루어질 줄은.

 

그래서 더한 것도 해본 소감은?

 

할 때마다 꿈 같아.

 

살갗을 붙이고 누워 바로 코를 맞대고 속삭이고 있으면서도 쿠로오의 목소리는 정말로 꿈결을 거니는 듯 뭉근하고 평소보다 낮았다. 닿아오는 숨결이 간지러워 그만 부끄러워지고 만 츠키시마는 쿠로오의 윗입술에 이를 세웠다.

 

그렇게 쿠로오와 츠키시마가 페어로 활동하면서 츠키시마가 크게 능력을 쓰고 신체 기능을 잃으면 쿠로오 품에서 회복하는 게 보고 싶어... 작게는 냄새를 못 맡아서 좋아하는 쿠로오의 케이크를 먹었는데도 맛이 나지 않는다며 입술 꾹 물고 혼자서 분해하는데 밥 먹을 땐 아무 내색도 안 하더니 조각 케이크 하나 맛이 안 난다고 입술 꾹꾹이를 하면서 손가락 테이블에 따그닥따그닥 하고 있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바로 양치를 하고 온 게 무색하도록 생크림을 혀에 올리고 츠키시마에게 키스하는 쿠로오라던가. 혀가 섞이면서 서서히 돌아오는 후각에 풍기는 희미한 민트향에 얽히는 혀에 스미는 생크림의 달콤함에 찌푸려진 미간이 풀린지 오래지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쿠로오를 끌어안은 츠키시마의 팔이라던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 곧 약점이라고 쿠로오 납치 당했을 때 우주 대멋짐 폭발하는 츠키시마도 보고 싶다. 빌런은 아니고 그냥 반대편 세력에 쿠로오가 공사장으로 납치당했는데 먹구름의 전기까지 번개로 만들어서 손가락 하나로 벼락으로 떨어뜨리는 츳키. 자랑하던 그 이성이라는 것도 쿠로오에 한해서는 다 어디로 증발해버리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어버린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묶인 손을 풀어주다 풀썩 쓰러지는데 그 날의 대가로는 시력이 사라져버리는 거.

 

눈을 떴는데도 온통 어두울 뿐이라 얼굴을 만지며 손 끝으로 눈꺼풀을 만져보는 츳키. 깜빡, 깜빡. 눈꺼풀은 움직이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어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진동으로 몸에 닿아와서 이곳이 어디라는 것은 알겠는데 덜컥 바닥도 천장도 아무 경계도 없는 어둠 속에 중력도 없이 홀로 남겨진 것은 아닐까 다른 모든 것도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무서워 조심스레 내본 목소리로 불러본 것은 쿠로오의 이름. 테츠로씨- 테츠- 테츠- 입에서 나와 귀로 돌아오는 목소리와, 제 목소리에 우당탕 달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짐에 안심하며 멈춰있던 호흡을 옅게 내쉬는 츠키시마. 소리가 들린 쪽으로 정확히 고개는 돌렸지만 이채가 돌지 않는 츠키시마의 눈동자에 쿠로오가 멈칫하고 천천히 뻗어오는 손을 잡아준 쿠로오가 츠키시마의 뺨을 감싸쥐고 조금 떨리는 손으로 눈 밑 여린 살을 쓸어주면 쿠로오의 잡은 손에서 조금씩 타고 올라간 츠키시마 역시 쿠로오의 얼굴을 쓰담아 주고.

 

다친데는 없어요?

 

너, 안 보여?

 

응. 이번에는 눈인가봐.

 

난... 괜찮아. 너... 눈...

 

여기. 딱지 졌는데.

악, 아야!

 

여기도.

 

아니, 악, 그, 선생님. 저기, 안 보이는 거 맞으신ㅈ, 악!

 

왜인지 이번에는 포옹도, 키스로도, 한 번 몸을 겹친 걸로도 츠키시마의 눈은 돌아오지 않아서 단독행동한 처벌 겸 회복으로 근신하게 된 쿠로오와 츳키. 사실 보통의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나 감이 뛰어난 게 센티넬이니 며칠 지나서 눈이 보이지 않아도 밥이 앞에 있으면 혼자 먹을 수 있는 정도지만 쿠로오 손에 고분 고분 제 모든 걸 맡기는 츳키. 밥 먹는 것도 쿠로오가 먹여주고, 면도도 해주고, 손톱 자르는 거, 약 바르는 거, 화장실 가는 거 빼고 다 쿠로오 손 타면서 싫다 소리 하나도 안 하고 뭐 하자 하면 군말 없이 입 벌려주고 몸 맡기는 거...

 

망망대해 같은 어둠 속에서 붙잡을 곳이라곤 쿠로오밖엔 없는 두 사람의 밤. 빛이 환한 낮이라고 해도 츠키시마로서는 알 수 없는 침대 위 절박하게 몸을 겹치는 그이들. 한 차례의 가이딩이 끝나고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츠키시마의 금안을 바라보다 쿠로오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데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그 위를 가볍게 누름.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아직도... 돌아오질 않잖아.

 

그게 왜요.

 

이제 내 가이딩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죠.

 

츠키시마 외의 센티넬에게는 통하지도 않던 쿠로오의 가이딩. 그마저도 이젠 츠키시마에게 효과가 없다면 원래 그렇게 높은 등급의 가이드도 아닌 제 효력이 끝났다면 물러나야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더이상 네 옆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다른, 네게 맞는 가이드가 다시 나타날지 몰라. 그런 말이 듣기 싫어 더 쿠로오의 손에 맡기지 않아도 될 모든 것을 맡긴 츠키시마라는 것을 알리 없는 쿠로오의 입에서 끝끝내 나오고만 자신 없는 목소리에 츠키시마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 대화를 끊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리를 비운 사이 쿠로오가 사라질 것만 같아 참았다.

대신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차라리 그를 끌어 안았다. 당신의 목숨을 가볍게도 말하던 그들의 세 치 혀에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모두 뺏긴 기분이었는데. 무슨 마음인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타의가 아닌 자의로 자신을 놓으려는 쿠로오의 말이 츠키시마는 못내 상처입고 만다.

 

다른 가이드는 싫어요.

 

그래도...,

 

...눈이 안 보이는 내가 싫어졌어요?

 

케이.

 

몸이 불편한 내 옆엔, 있고 싶지 않아요?

 

그만해.

 

그런 말이, 아닌 거 알잖아.

 

그럼 됐어요. 계속 안 보고 말지 뭐.

 

케이.

 

네.

 

그런 대답을 바라고 부른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억지에 가까운 떼를 쓰는 츠키시마를 보며 쿠로오는 기가 차 그냥 웃어버렸다. 알고 지낸지 그렇게 오래됐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밤낮으로 붙어 있으면서 파악하게 된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보기 쉽지 않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탓이었다. 다시 한 번 케이. 이름을 부르면 이젠 꼭 끌어 안고 있던 손도 놓은 채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그런다고 안 들리는 것도 아니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할 타이밍은 쿠로오가 웃어버린 타이밍부터 이미 글렀다. 속도 없이 제가 아니면 싫다는 말에 기쁘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운 탓이다. 쿠로오는 이미 지나가버린 타이밍을 탓하며 감은 츠키시마의 눈꺼풀에 가만히 입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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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카게츠키

츳키 귀여운 거 보고 싶다. 꼭 말로 해야 아나? 라고 카게야마가 말했다가 제왕님은 말로 해도 모르잖아, 로 시작되는 칵츳.

그건 네가 알아듣기 어렵게 꼬아서 얘기하니까 그런 거잖아! 기본적인 눈치라는 것도 없는 거야? 싸우는데 당연히 표현 잘 안하는 츳키도 동조할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자꾸 좋아하는 사이에서의 표현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얘기하니까 너도 듣고 싶어? 애정표현 같은 거. 하고 묻는데 다다다 반론 잘하던 츳키가 입 꾹 다물고 얼굴 조금 빨개지는 거. 그 반응도 너무 의외라 카게야마도 벙찌는데 츳키는 됐어 빨리 가기나 하지. 하고 말 자르는 거 꼬리 물고 너도 듣고 싶어?? 재차 묻는데 아 진짜 뭐 이제 이 얘기 그만해 짜증내던 츳키가 영산이가 세번째 쯤 다시 물어볼 때 그렇다고 하면? 나도 가끔은 그런 말 듣고 싶다고 하면, 이상해? 하고 똑바로 못 쳐다보고 말하는 짜증나고 어색하고 부끄러운 얼굴 보고 싶어. 이상하냐? 잘못된 거냐? 듣고 싶은 게 당연한거 아냐? 뭐 이런 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것도 아니고 제 친형에게나 하던 조금 어린 말투의 츳키는 카게야마한테 면역이 덜 된 모습이라서 어쩔 줄 모르고 두근두근 하는데 뭐라고 해야될지 몰라서 입만 세모 됐다 네모 됐다 고장나버리는 카게야마한테 아 됐어 하고 승질내고 돌아서는 츳키...

카게야마 재빠르게 따라가서 와락 끌어안는데 뭐라고 해야되는지 아직 머릿속 버퍼링 안 끝난 채라 계속 빨개진 얼굴로 입만 뻐끔뻐끔하는 거 아 뭐!!! 하다 츳키 바보 같은 얼굴에 야 진짜 됐어 하지마 하고 얼굴 손바닥으로 뭉개면서 카게야마 안 보이게 몰래 웃고 주머니 손찌르고 앞장서 가기..

 

 

92. 쿠로츠키

쿠로오 자기 거에 이름 써놓는 게 버릇이면 츳키 몸 어딘가에도 이름 써 놓고 싶어하겠네...! 처음으로 뜨밤 보내고 일어나서 씻는데 양치하는 손목에 뭐가 있어서 보니 볼펜으로 끼적끼적 써진 쿠로오 이름. 이게 뭐야 싶어서 흐린 눈 돼서 다 씻고 쿠로오한테 물어보는데 츳키 이제 내 거니까 어쩌고 해서 연애 초기 버프 받아 어영부영 넘어가지만 계속 자기 이름 몸에 낙서하고 싶어하는 쿠로오 때문에 골치 아파줬으면 좋겠닼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쿠로오가 타투 어떻냐고하다 코 꼬집히고.

 

 

93. 우카츠키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우카이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츠키시마를 집에 들이면서 시작되는 로맨스 보고 싶다. 좁지는 않지만 조부에게 물려받아 세월의 흔적이 여실한 낡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츠키시마의 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이며 눈동자에 자꾸만 시선을 뗄 수 없는 거. 좀 더 도회적인 느낌에나 어울릴 법한 안경쟁이 도련님이 느릿하게 방을 서성거리는 걸 보고 있자면 이유도 모르게 죄책감이 섞인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는 거. 사고로 츠키시마 말도 못해서 뭔가 요구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우카이 톡톡 건드려야만 하는 것도 보고 싶다.

 

 

94. 쿠로츠키

갓 이유식 시작한 애기 음식 씹는 입모양 가르텨주려고 고개 기울여서 눈 마주쳐주며 맘맘맘맘마 냠냠냠 소리내면서 2세 밥 먹여주는 츳키보고싶다. 애기 앞에서 온갖 의성어 내며 밥 먹여주는 건 쿠로오가 잘하는데 츳키도 애기 생기면 조곤조곤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냠냠 맘마 하는 짧은 소리 잘 내줄 것 같고 너무 스윗해보일 거 같아... 쿠로오는 좀 주책 맞다면 츳키는 진짜 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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